[월간 TMI]🧪우리들의 인앤아웃

안녕하세요, 3월이 되기 전에 부랴부랴 돌아온 TMI 뉴스레터입니다. 😄 2024년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2월 마지막 주에 이르렀네요! 구독자님은 2월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앞으로 TMI 뉴스레터는 TMI 연구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매주 주간호가 아닌,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오전 9시마다 찾아갈 예정이에요. 매달 꽉 찬 TMI 뉴스레터 기대해 주세요! 🥰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간 안녕하셨나요? 그동안 전 대학도 졸업하고, 얼떨결(?)에 취업도 해버렸답니다. 예상치 못하게 취업해서 기뻤지만 그만큼 걱정도 많았어요. 출근은 잘할 수 있을지부터 회사 동료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등 별의별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출근은 매우 잘하고 있고(팀에서 1등으로 출근한 적 많음 😎), 회사 동료들과도 무척 잘 지내고 있어요. 다만 다른 문제가 있는데, 일이 너무 힘들어요.

출근한 지 3주밖에 안 됐는데도 맡은 업무가 많고, 그마저도 데드라인이 매우 짧아 며칠 동안 야근하고 있어요. 전 회사에 비해 유의미한 커리어('인턴에게 이렇게까지 맡긴다고?'의 수준)를 쌓을 순 있지만 살인적인 업무량과 강도에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이번 뉴스레터도 야근하고 와서 쓰는 중인데 오랜만에 이렇게 허심탄회 얘기할 곳이 있다는 게 참 위안이 되네요. 

물론 제가 업무에 다 적응하지 못했고, 모든 게 처음이라 속도가 느려 야근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입사하기 전부터 ’탈인턴 수준의 업무를 준다‘, ’강하게 버티는 사람을 좋아한다‘ 는 말을 들었던 터라 어느 정도 버텨보자 감수하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요.

처음 맡은 업무에 기획부터 문제가 생겨 3일 밤낮으로 계속 수정하고, 집안 사정으로 3일 동안 잠시 자릴 비우고 다시 돌아온 날엔 그동안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점심도 못 먹고 9시까지 풀로 일했어요. 그날 팀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퇴근하고, 집 가는 길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답니다. 정말 마케팅이 하고 싶은지, 집안 반대를 무릅쓴 만큼 버텨야 하는데 과연 버틸 수 있을지 또 이 일을 안 하면 뭘 할 수 있는지 등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면서 다음날 출근하는게 너무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정말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자꾸 사주나 타로를 찾아다녀요. (내일도 사주보러 가는 건 안 비밀🤫) 회사 사람들도 좋고, 업무강도를 제외하면 꽤 만족스러운 회사니 버텨볼 때까지 버티고 정 안되면 그만두려고 해요. 막상 그만두자니 나약한 MZ가 되는 것 같아 자존심 상하기도 하는데, 일단 그런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지내기로 했답니다… 저는 이렇게 점점 말린 오징어가 되어가고 있지만...🦑 부디 구독자님은 무탈하길 바랄게요. 

“나 이제 뭐 해 먹고 살아야 하나?”

제가 퇴사를 결심하고부터 줄곧 해오던 고민이에요. 저는 3번의 인턴과 2번의 정규직 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커리어를 쌓기 위한 길목에 서 있는데요. 환승 이직을 잠깐 시도했으나 막상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일만 해온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고, 앞뒤 재고 따지지 않고 들어가서 후회할 게 눈에 보여 거절했답니다. 생각해 보면 저는 그동안 제대로 쉬어 본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요. 퇴사하고도 한 달도 안 되어서 취업이 되었고, 한 번 붙은 회사가 있으면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와도 그냥 처음 고른 회사에 다녔거든요(대기업 서류 합격도 무시). 그래서 그런지 무언가를 하지 않은 채로 ‘쉰다’라는 개념이 생소하기도 하고… 뚜렷한 취미가 없어서 더 그런 건가 싶어요. 

사실 '진짜 내가 원하는 회사', '진짜 내가 원하는 일'이란 게 뚜렷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으레 스타트업이 그렇듯 마케터라는 직무 아래 다양한 일을 해왔고, 다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그냥 일을 해내기 바빴거든요. 그래서 들어가서 고생하고, 뿌듯해하다가, 기대하고, 또 후회하는 반복되는 패턴을 경험해 왔답니다.

그래도 이번 퇴사를 통해 회사 선택과 커리어에 있어서 주관이 조금 생겼어요. 일단 저는 돈이나 복지보다 ‘사람’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좋은 사람’과 ‘일 잘하는 사람’의 교집합에 있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회사에서 일하고 싶고, 나보다 더 경험이 많은 상사, 동료와 함께 건설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복지나 돈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건 아닌 것 같아요.ㅎㅎ) 마케터 업무에 대한 고찰도 하게 되었는데요. 콘텐츠 업무를 줄곧 해왔고 성과를 내다보니 뿌듯하고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마음이 당연히 들지만, 하나의 캠페인을 이끌 수 있는 더 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여전히 콘텐츠에 대한 애정은 누구보다 높고, 제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 보면 제 회사 선택의 기준이 되게 빡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회사의 사람들이 어떤지는 JD나 인사팀에 문의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거든요. 좋은 동료라는 것도 사실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인 부분이고요. 그래서 좋은 조건, 직무에 혹해서 들어가더라도 같이 일하는 동료가 별로라면 지금과 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어떤 회사에 가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멈추질 않더라고요. 물론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저만이 내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사실 ‘답’이라는 게 있을까 싶지만) 계속 고민하고 경험하고 굴러봐야 알 수 있겠죠? 일단 저는 남은 업무를 끝내고 잠시 잊고 퇴사를 즐기기로 마음먹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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