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번 주는 겨울치고 꽤 따뜻하긴 했지만, 추울 때 휴일에는 주로 뭐해? 나부터 얘기하면, 쉴 때는 무조건 집에 있는 걸 좋아해. 일본의 집돌이 대표 주자, 아라시의 니노미야 카즈나리만큼 집을 좋아한다고 자부할 수 있어. "쉬는 날에 집에 안 있으면 집값이 아까워요. 돈을 내고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안 나가게 됐어요." 가 그의 대표적인 명언(?)이야. 🏠💕 (아래 짤은 선물이야!)
집만 좋아하면 다행인데, 콘텐츠 사냥꾼이라 일본 살 때는 매일 티비랑 붙어 살았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학교 가기 전부터, 과제 할 때, 주말에 아르바이트하기 전에, 아마... 자기 직전까지? 티비에 미쳤냐고 해도 할 말이 없달까. 아침 정보 방송, 예능, 드라마, 심야 뉴스까지 안 본 게 없었는데 여러 방면으로 유익했어. 일본어 듣기랑 읽기 공부도 되고, 어떤 게 유행인지 알 수 있는 데다가,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찾아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본 각지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으니까!
일본어 실력이 꼬꼬마 수준이었던 시절, 듣기는 물론 말하기, 쓰기 실력까지 빠르게 끌어올려 준 아주 고마운 친구가 바로 '일본 드라마'야. 안 그래도 집순이인 나를 한국에서도 집순이로 만들어주는 존재기도 하고. 추운 겨울, 따뜻한 코코아와 함께 정주행하기 좋은 이번 겨울의 일본 드라마를 소개할게. 오늘 편지도 조금 길 거야. 🥺
📺 어서 오세요, 일드의 세계에
내가 처음 본 일드는 '노다메 칸타빌레'였어. 당시 우리나라 드라마는 대부분 24부작이었는데, 일드는 그의 절반인 9~12부작 정도라 더 빨리, 많이 볼 수 있어서 즐겨보게 됐어. 친구들한테 추천할 때마다 "일드라 비교적 짧아서 금방 볼 걸?" 이런 영업 멘트도 꼭 빼먹지 않았지. 일본 드라마에 대해 소개하기 전에, 내가 아는 일드의 특징에 대해서 먼저 소개할게. (사실 소제목도 일드에서 따 왔어. 아이바 마사키 주연 드라마 '어서 오세요, 우리 집에'!)
🍁 방송 시기 구분이 뚜렷한 일본
혹시 애니메이션 좋아해? 좋아하진 않더라도 한 번쯤 접해봤다면 '1쿨', '2쿨' 이런 말을 들어봤을지도 몰라.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1분기 일드' 라는 말이 더 익숙할 거고. 일본 드라마는 분기가 바뀜에 따라 새로운 작품을 방영해. 그리고 이 '쿨'은 '분기'와 같은 말이야. '쿨'은 일본 방송 업계 용어거든. (참고로 '쿨'은 프랑스어 'cours'에서 온 말이야!) 1년을 3개월 기준으로 나누어서, 1월, 4월, 7월, 10월을 기준으로 새로운 분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돼.
한국에서는 일드를 주로 '4분기 드라마', '1분기 드라마'라고 부르지만, 일본에서는 시작하는 시기에 맞춰 '가을 드라마(秋ドラマ)', '겨울 드라마(冬ドラマ)'처럼 앞에 계절을 붙여 부르곤 해. 한참 지금 방영 중인 드라마여도 10월에 시작했으니까 '가을 드라마'야!
👀 일본에서 드라마를 부르는 법
일본에서 드라마를 부르는 방법이 다르냐고? 다르지 않아. 똑같이 '드라마'지. 일본어로는 ドラマ(도라마) 혹은 テレビドラマ(테레비 도라마)라고 해. 하지만 '렌도라', '아사도라'라는 말 들어본 적 있어? 아마 일본 배우나 아이돌 덕질을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낯설 수도 있어.
'렌도라'는 연속극을 뜻하는 '렌조쿠 도라마(連続ドラマ)'의 줄임말이야. 1회로 끝나는 드라마가 아니라 매주 1회씩 5회든 10회든 연속해서 방송하니까! 대부분의 드라마가 연속극이라, 어떤 배우나 가수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을 경우 '렌도라 첫 주연'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해.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와 달리 주 1회씩 방송하는 게 대부분이야.
'아사도라'는 NHK에서 방영하는 아침 드라마, '아사 도라마(朝ドラマ)'의 줄임말이야. 아사도라는 평일 아침 매일 15분씩, 약 반년에 걸쳐 방영해서 150회를 훌쩍 넘기기도 해. 렌도라에 비해 방영 기간이 길고, 배우 오디션이 쉽지 않은 편이야. 그래서 아사도라 주연을 맡는다는 게 굉장히 큰 의미를 지니는데, 이후에 스케일이 큰 대하 드라마(사극)를 찍기도 하고,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발판이 돼.
🏆 일본에도 방송 황금시간대가 있을까?
당연히 있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골든 타임'과 '프라임 타임'이라는 시간대가 존재해. 두 단어에는 아주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사실상 의미나 시간이 겹치다 보니 이제는 두 시간대의 앞글자를 따서 합친 'GP대'라고 부르기도 해. 한때는 '게츠쿠(月9) 드라마'라고, 후지테레비에서 월요일 밤 9시에 방영하는 드라마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지. 제목만 봐도 알 만한 게츠쿠 드라마를 소개할게.
왼쪽은 기무라 타쿠야, 야마구치 토모코 주연의 '롱 베케이션(1996)', 오른쪽은 우에노 주리, 타마키 히로시 주연의 '노다메 칸타빌레(2006)'야. 롱 베케이션은 드라마를 잘 모르더라도 OST는 3초만 들어도 알걸? 가수 백예린이 커버했던 'La La La Love Song'의 원곡이거든. 😉 이외에도 back number의 'クリスマスソング(크리스마스 송)'도 이시하라 사토미가 주연을 맡았던 게츠쿠 드라마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2015)'의 OST인데 들어본 적 있어? 드라마랑 노래 둘 다 추천할게!
🎬 틈만 나면 '극장판'을 제작하는 일본, 왜 그러냐고?
위에서 소개하지 않은 드라마가 하나 더 있다면 바로 'SP 드라마'야. 'Special(스페셜)'의 앞 두 글자를 따서 'SP'인데, 일본어로는 '특별 방송(特別番組)'을 줄여 '특방(特番)'이라고도 불러. SP 드라마는 주로 그해 방송했던 렌도라(연속 드라마)의 연장선으로, 주로 연말이나 새해 첫날 조금 길게 방송해. ('고독한 미식가'를 안다면, 연말 스페셜 드라마를 떠올려 줘!)
그런데 SP 드라마가 아닌 '영화화'하는 드라마가 넘쳐나는 추세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TOKYO MER ~달리는 응급실~'부터 마츠모토 준이 주연인 '99.9', 아래에서 소개할 '어제 뭐 먹었어?'도 전부 극장에서 개봉했어. 도대체 왜 극장판까지 제작하는지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할게. (참고한 기사 - 리얼사운드, 마이지츠)
드라마의 속편을 '영화'로 제작하는 이유와 그 메리트 🌟
1️⃣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이 곧 관객이므로 세계관이나 설정, 캐릭터를 따로 소개할 필요가 없음. 러닝 타임을 빼앗지 않는다는 것!
2️⃣ 세상에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 아닌 만큼, 홍보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관객이 모임. 심지어 관객 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메리트.
3️⃣ 드라마 제작팀이 곧 영화 제작팀, 타 영화 대비 제작하기 쉬운 환경. 심지어 절대 적지 않은 수익이 발생은 덤.
4️⃣ '영화화'를 한다는 것은 드라마로서 '골인'하는 것. 극장판은 기존 시청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졸업 앨범' 같은 것인데, 성공적인 예시는 '코드 블루'의 극장판.
🔍 2023년 4분기 일드 중간 점검!
이번 분기 드라마 중 내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4개를 소개할게.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골랐으니까 참고해 줘! (광고 절대 아님! ❌)
💐 제일 좋아하는 꽃 (いちばんすきな花)
작년 이맘때 일본에서 반응이 좋았던 일드가 있어. 나도 잘 본 드라마 중 하나인 '사일런트' 팀이 다시 뭉쳐 올해는 성별도, 나이도, 자라온 환경도 전부 다른 남녀 네 명의 우정을 그렸어. 딱 잘라서 우정이라기보다는, 연애 감정도 아닌 '애정'을 그렸다고 하는 게 조금 더 정확하겠다. 잔잔한 일드의 정석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데, 나는 네 배우의 만남이 반갑기도 하고, 드라마 내 여러 장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더라고. (영화 '괴물'의 배우 쿠로카와 소야도 출연해!) 개인적으로 이번 분기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야.
🍳 어제 뭐 먹었어? 시즌2 (きのう何食べた? season2)
만화를 원작으로 한 '어제 뭐 먹었어?'가 극장판을 거쳐 시즌 2로 돌아왔어! 요리하는 드라마,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 게다가 이 드라마는 마트에서 장 보는 장면이 빠지면 섭섭할 정도야. 일상 드라마인데 보는 내내 은은하게 웃기기도 하고.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변호사 니시지마 히데토시(a.k.a 짠돌이)가 함께 사는 애인인 미용사 우치노 세이요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주는, 중년 커플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야.
💙 마이 세컨드 아오하루 (マイ・セカンド・アオハル)
국내에서도 유명한 '나니와단시(なにわ男子)'의 미치에다 슌스케(a.k.a 밋치)와 배우 히로세 아리스가 만났어. 제목의 '아오하루'는 '청춘(青春)'의 음독 발음 '세이슌'을 훈독으로 읽은 거야. (의미만 생각하면 '두 번째 스무 살' 이런 느낌!) 캠퍼스 라이프를 다뤘는데, 학교에서 울면서 과제를 하는 와중에도 주위를 둘러보니 사랑이 싹트고 있던(...), 그런 신기한 광경이 떠올라서 가볍게 보고 있어. 조금 유치한 걸 좋아한다면 재밌게 볼 거야, 내가 그러고 있거든.
🎶 주제가 | 나니와단시(なにわ男子) - I wish 🎶
🧶 유리아 선생님의 붉은 실 (ゆりあ先生の赤い糸)
마지막으로는 "아니... 뭐 이런 드라마가?" 하면서도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되는 드라마야. 이게 무슨 소리냐고?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멈추도록 할게. 빨간 실은 '운명, 인연'을 뜻하는데, 주인공의 유리아 선생님의 남편이 쓰러진 후에야 알게 된 복잡한 인연에 대해 담겨있어. 포스터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새끼손가락이 빨간 실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말이야.
👀 벌써 기대되는 2024년 방영 예정 드라마
1분기 드라마도 곧 있으면 시작하겠네! 그런데 나는 1분기보다 2분기 드라마 중 기다리는 게 있어. 바로 배우 이시하라 사토미가 3년만에 복귀하며 주연을 맡게 된, 2분기 드라마 'Destiny'야. 🥹이시하라 사토미가 나온 작품은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잘 봤거든!
그리고 그 소식 접했어? 배우 이세영이 사카구치 켄타로랑 드라마 찍는다는 거! 소설가 공지영과 '냉정과 열정 사이'를 쓴 츠지 히토나리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의 제작 소식이 발표됐어. 한국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인데, 반가운 일본 배우가 나온다고 해서 이렇게 짧게나마 소개할게.
오늘 편지는 여기까지야! 이번에 소개한 네 개의 작품 외에도 섹시 타나카 씨(절대 그 다나카상 아니야 😞), 파티 피플 공명, 가정부 미타조노 시즌6, 페르마의 요리 등 드라마 풍년이야! 꼭 이번 분기가 아니더라도,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일본 드라마가 있으면 좋겠다! 혹시 좋은 드라마 발견하면 나한테도 알려줘! ✨
오늘도 긴 편지 읽어줘서 고마워! 그럼, 다음 주에 만나자!
도쿄우체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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