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노래 좋아해? 부르는 거나 듣는 거 상관없이 그냥 '노래'만 두고 봤을 때 말이야. 나는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도 노래를 들으면서 쓰고 있어! 노래도 노래지만, 가수도 좋아하다 보니 콘서트 가서 라이브 듣는 것도 정말 좋아하고, 다양한 가수의 라이브 영상도 즐겨 보는 편이야!
아마 J-POP을 듣는다면 공감할 텐데, 가수가 내한 공연을 하거나 직접 일본 공연에 가지 않는 이상 라이브를 듣는 게 쉽지 않잖아. 그럴 때마다 콘서트 블루레이나 혹은 영상, 라이브 영상 콘텐츠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 콘서트의 공기를 그나마 리얼하게 느낄 수 있으니까! 라이브 영상은 호흡까지 들리고 말이야.
오늘은 어쩌면 한 번쯤은 봤을 일본의 음악 콘텐츠, '더 퍼스트 테이크'에 대해 소개하려고 해. 음악에 진심인 만큼,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해 볼게. 어떤 노래든 좋으니, 노래 하나 틀어두고 읽는 거 어때? 😁 오늘의 BGM까지는 아니라 따로 소개하지만, 애니메이션 SPY×FAMILY 2기의 엔딩을 장식한 yama의 색채를 들으며 쓰고 있어!
- 일본의 원테이크 음악 콘텐츠, '더 퍼스트 테이크'
-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으며 살아남은 이유
- 가운데에 저 줄... 혹시 나만 보여?
🎬 촬영 기회는 오직 한 번! '더 퍼스트 테이크'
하얀 배경과 콘덴서 마이크, 카메라 여러 대가 놓인 스튜디오. 바로 일본의 음악 콘텐츠 '더 퍼스트 테이크'의 촬영 현장이야. '더 퍼스트 테이크'라는 제목 그대로, 이 콘텐츠의 촬영 기회는 스튜디오에 들어서서 '가장 처음 촬영하는 원테이크' 한 번뿐이야. 많이들 익숙할 가수인 요아소비의 더 퍼스트 테이크를 보여줄게!
작년,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의 주제가인 '아이돌(アイドル)'을 불러 큰 파장을 일으킨 요아소비의 영상 중 하나야. 요아소비 영상의 조회수도 정말 높은데, 2019년,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주제가인 '홍련화(紅蓮華)'를 부른 LiSA의 영상이 크게 화제되면서 구독자가 확 늘었다고 해. 이때 귀멸의 칼날 붐이 정말 제대로 왔었거든.
개설 1년 만에 200만 명의 구독자 수를 돌파했고, 그 후로 1년 더 지난 2021년 9월에는 500만 명을 돌파했어. 2024년 3월 현재, 구독자 수는 914만 명으로 1,0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어. 일본에서 음악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유튜브 채널 중에서는 최단 기록이라고 해. (아티스트 채널을 제외하고!)
🐟 생생하다... 그것이 라이브니까
악기를 다루는 가수나 밴드는 본인의 악기를 들고 나오고, 모니터링용 소니 헤드폰을 착용한 것 외에는 녹음을 위해 설치된 콘덴서 마이크와 흰 배경뿐이야. 더 퍼스트 테이크의 가장 큰 컨셉은 한마디로 '원테이크로 음악과 마주한다'거든. 이 콘텐츠의 컨셉은 이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시미즈 케이스케는, "예상 못 한 실수 등이 그대로 담김으로써, 다큐멘터리의 느낌도 짙어지고, 콘서트에서 할 수 있는 경험과 가장 비슷해진다"고 말한 적 있어. 영상을 보면, 노래만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 부르기 전 아주 짧게 인사를 하기도 하고 준비를 하는 모습까지 담겨있어. 라이브 공연의 한 순간을 영상화했다고 할 수 있지.
비교적 최근에 업로드된 영상 중 자주 보고 있는 영상 하나를 소개할게! 여러 복잡한 이유로 회사 이름도, 그룹 이름도 바뀌게 되었지만, 아직 칸쟈니∞ (칸쟈니에이또라고 읽어!) 일 때 출연했거든. 칸쟈니의 대표곡이자 매 공연에서 빠지지 않는 곡, 일명 사골곡인 '즛코케오토코미치', 멤버가 5명이 된 이후 처음 발매한 곡인 '친구여' 두 곡을 불렀어. 멤버 각자 연주하는 악기가 있는 밴드라서, 공연 영상 보면 정말 신나 보이거든. 퍼스트 테이크에서도 그게 잘 담긴 것 같아. 즛코케오토코미치에 한 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걸?! 작년 락 페스티벌에서의 무대도 두고 갈게! 🤟
🎂 일본 최대 음악 콘텐츠의 탄생 비화
시미즈 케이스케가 이 채널을 개설하게 된 계기는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라이브의 감동을 전하고 싶어서, 이 이유 하나만은 아니야.
- CD를 구매해서 음악을 듣는 시대가 끝나고, 음원 스트리밍의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 음악 차트의 판도가 살짝 뒤집혔기 때문이야. 기존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이나 인기 애니메이션의 주제가를 부른 가수, 큰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밴드의 노래가 주로 차트의 상위권에 위치했었다면,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틱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유명해진 가수들이 생겨났거든.
- 마찬가지로, 디지털 음원들이 늘어나면서 음정을 조절하거나 오토튠을 입히는 등, 조금은 인위적이기도 한 음원들이 나오기도 했지. 인공적인 느낌이 아닌, 리얼한 '생' 라이브를 원하는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고.
- 그래서 콘서트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최대한 영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하고자 했어. 헤드폰을 착용하며 떨리는 손을 카메라로 따라가거나, 미세한 호흡까지도 선명하게 들리도록 한 것 등등! 콘서트에서 듣는 라이브는 그 순간 딱 한 번뿐인 것처럼 말이야.
🤔 근데 정말 원테이크 맞냐고?!
그럼. 원테이크 맞아! 두 번째 기회가 없어서, 실수하더라도 그 실수까지 그대로 담긴 영상이 올라오거든. 컷 편집도 거의 안 한다고 생각하면 돼! 실수라는 건 고음 삑사리도 물론 포함해서, 솔로 가수가 아닌 밴드 보컬이 부를 차례를 틀린 경우까지 포함해! 더 퍼스트 테이크에 출연한 가수가 실수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영상을 보여줄게.
위 영상의 3분 10초쯤부터 보면, 밴드 카나분의 보컬, 타니구치 마구로가 리듬을 타다가 박자 놓친 걸 볼 수 있어! 중간에 가사도 틀렸다더라. 이런 실수까지 볼 수 있는 게 원테이크의 진정한 묘미 아니겠어? 타니구치 마구로 본인도 이 실수를 인정하면서 언젠가 '리벤지'하고 싶다고, 다시 찍게 된다면 실수 없이 제대로 부르겠다고 했거든. 이후, 실수 없이! 다시 녹음한 '리벤지 버전'의 음원이 발매됐어.
🦠 코로나 시대의 라이브 음악 콘텐츠
코로나가 정말 심했을 때, 한국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단계별로 시행되었잖아. 일본에서도 그와 비슷한 '긴급사태선언'과 최대한 집에 머물자는 '스테이 홈' 정책이 있었어. 가게들이 일찍 문을 닫는 것은 물론, 가수들도 공연장에서 공연을 열 수가 없게 되었지. 더 퍼스트 테이크도 스튜디오에 스탭들과 가수가 모여서 촬영하는 거라, 당연히 촬영 진행이 힘들었다고 해. 그때 탄생한 게 바로 'THE HOME TAKE'야.
'더 홈 테이크' 역시 콘텐츠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가수가 '집' 혹은 개인 스튜디오에서 원테이크로 촬영한 라이브 영상이야.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음악 방송도 녹화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이전 방송분을 내보내기에 급급했던 찰나, 틱톡에서 급부상하던 아티스트를 섭외해서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 지상파 방송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반해, 집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소비하게 된 사람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는 마치 오아시스 같았던 거지. ✨
🎤 케이팝 아이돌 출연의 시작, 스트레이 키즈
어쩌면 제이팝이 아니라, 케이팝 아이돌의 출연으로 더 퍼스트 테이크를 접한 경우도 있을 거라 생각해! BTS의 뷔, ITZY, (여자)아이들, 예나, 케플러, 그리고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TEAM이나 XG도 출연한 적이 있거든.
그런데 2020년 6월, 날짜를 보면 알겠지만 정말 코로나가 심각했을 때, '더 퍼스트 테이크'에 처음, 랜선으로나마 출연을 한 케이팝 아이돌은 스트레이 키즈야! 촬영은 한국에서 했고, 시미즈 케이스케가 ZOOM 영상통화로 장시간에 걸쳐 디렉팅을 했다고 해. 오판츄우사기를 그린 작가 '카와이소니!'가 스트레이 키즈 MV를 작업했다고 한 거, 생각나? (생각이 안 난다면 여기!) 바로 그 노래, CASE 143의 일본어 버전도 더 퍼스트 테이크에서 부른 적 있어! 🎤
🧑🎤 콘텐츠 출연 기회가 주어지는 원테이크 오디션
2020년 겨울, 집에 콕 박혀 평소처럼 티비를 보다가 굉장히 웅장한(!) CM 한 편을 보게 됐어. '더 퍼스트 테이크' 채널을 운영하는 더 퍼스트 테이크 레이블은 소니 뮤직 소속인데, 이 레이블에서 가수로 정식 데뷔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더 퍼스트 테이크 스테이지'라는 오디션을 개최했어.
1차부터 3차 심사, 세미파이널과 파이널 관문을 통과해 최종 우승을 거머쥔 건 '레이나'라는 가수야. 그렇지만 정말 아쉽게도, 2021년 이후로는 오디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어.
〰️ 썸네일 특 : 가운데에 줄 그어져 있음
지금까지 소개한 더 퍼스트 테이크의 영상 썸네일, 어때? 혹시 가운데에 그어져 있는 선이 신경 쓰이진 않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장 최근 올라온 영상의 썸네일만 모아서 보여줄게.
이 또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미즈 케이스케의 궁리가 담겨있어. 유튜브에는 꼭 프로들만 모이는 게 아니잖아. 일반인들이 올리기도 하고! 이것저것 다 올라오는 유튜브에 반듯하게 각이 잡힌 썸네일이 보인다면, 프로모션 영상으로 생각하고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더라. 프로인 듯 아마추어인 듯한 디자인으로 이질감을 최소화하려던 거야.
썸네일이든 로고든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기억하기 쉽고 따라하기 쉬운 디자인을 채택했대. 일본 유튜브는 개그 관련 유튜버나 채널이 확실히 많은데, 패러디하기 딱 좋은 소재가 되는 거지. 이 디렉터가 원한 그림은, '가운데에 그 줄 들어가는 그게... 퍼스트 테이크였나?' 하게 만드는 거였어. 실제로, 일본 개그맨 콤비도 킹받는 패러디 영상을 올린 적 있어! 최대한 단순한 요소들로 사람들에게 이 콘텐츠를 제대로 각인시켰어. 앞으로 또 어떤 대형 신인 아티스트가 탄생할지, 혹은 오디션을 개최할지 등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채널이야!
오랜만에 보내는 오늘의 편지는 여기까지야!
정말 단순하고 당연한 거지만... 더 퍼스트 테이크에서 좋은 노래를 찾는 방법은 조회수가 높은 영상 위주로 찾아보면 돼! 조회수 1000만 회를 훌쩍 넘기는 영상들은, 일본 내에서도 유행했던 노래이자 차트 순위가 높았던 곡이니까!
읽어줘서 고맙고, 다음 주에도 재미있는 일본 이야기를 담아 부칠게! 😁
도쿄우체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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