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작가시선]에서는 책을 출간하면서 느꼈던 감정, 이야기, 그리고 30대 중반 멈추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행했던 행동들, 감정들을 이야기합니다. 출간한 책 속 내용을 기반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책들을 읽으면서 좋은 문구들을 소개하고 같이 이야기합니다.
# 새벽밤, 멈춰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 아무도 일어나 있을것 같지 않은 어두운 새벽 4시반. 출근전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옵니다. 고요한 새벽밤. 창밖 실개천에는 이 어두운 새벽밤, 산책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차들도 꽤나 지나다닙니다. 건너편 아파트에는 불이 켜진 곳도 있습니다. 다들 어떤 이유로 이 시간이 다들 깨어있을까요. 그리고 저는 왜 지금 이 시간에 일어나 세상을 관찰하고 있을까요.
# 30대는 멋진 삶을 살고 있을거라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그런 막연한 상상을 하잖아요?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어요. 30대니까요. 20대가 보는 30대는 어른이고 안정적이고, 돈도 벌고 멋져보였습니다. 물론 돈은 벌지요. 멋지지는 않지만.
# 짧지만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늘 우린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살아왔어요. 나이에 따라 주어지는 미션들이 있었고, 그 미션을 클리어하면 또 다른 미션들이 나타났죠. 학창시절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시험, 대학입학, 성적관리, 졸업, 취업, 결혼 등등. 나에 대해 생각할 시간조차 없이 후루룩 지나가버리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어요. 주어진 미션을 잘 처리하는게 잘 살고 있는 것인 줄 알았죠. 나름 미션들을 잘 클리어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왠만한 미션들을 다 클리어하고 마주한 나자신. 쓸쓸해지더라구요. 내가 원하는 삶인가. 물론 지금이 불행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공허함이 있어요. 이 삶이 내 삶의 최선인가.
# 클리어 해야할 미션이 사라진 지금입니다.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어요. 이제 어떤 미션을 클리어 해야하는지, 목적이 사라졌습니다. 더 높은 연봉을 위한 이직? 승진? 이런 것들이 저의 다음 미션일까요? 아니 더 이상 나이가 주는 그 미션들을 클리어하는 삶이 아니라, 더 큰 목표, 더 큰 꿈을 위해 온전히 내 삶을 위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감정은 이러한데 사실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아무거나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내 삶이 가지고 있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그냥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그림을 그렸고, 글을 썼습니다. 책을 읽었고, 여러 동기부여 영상을 보았고,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아직 어떠한 성과는 없지만 그럴듯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나의 페르소나. 다양한 페르소나들에 숨어서 나 자신을,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과감하게 시도하고 있어요.
# 새벽 4시반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루하루 감정의 덩어리들을 토로해가며 쌓아온 글들이 1년반이 넘어가니 꽤나 많이 모였습니다. 책을 쓰고자 했던 목표는 없었지만, 쌓여진 글감들을 편집하여 책을 만들었습니다. 독립출판.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는 책이지만 책을 출간했다는 사실 만으로 마음 속엔 그 어떤 무언가가 자라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불안감에 썼던 글들이 독립출판이라는 프로젝트 안으로 들어오면서 불안한 감정이 열정으로 변했습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알아봐야하는 것들, 공부해야하는 것들, 홍보하고, 펀딩까지 하면서 열정적인 삶을 오랜만에 살아보고 있습니다.
# 저의 책은 30대의 직장인, 사회인이 느끼는 불안감, 성공에 대한 집착, 삶의 방식,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한 고민들의 흔적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책을 만들고 편집하면서 먼 훗날 저의 자녀가 지금의 저와 비슷한 30대가 되었을때, 아빠의 흔들리는 청춘을 들여다보고 위안을 얻고 고민을 했으면 하는 맘이 들었습니다.

# 표지도 직접 그렸어요.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처음 하면서 부터 표지 생각부터 했어요. 직접그려야지라는 생각. 하나부터 끝까지 내 맘대로 내가 다해야지. 표지는 사실 제목을 정하고 계속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오묘한 새벽밤의 하늘과 저 멀리 동트는 모습, 그리고 산책하는 어린 청년.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내려고 했어요. 저 이미지가 책이 갖고 있는 이야기 전부이길 바랬어요. 쓸쓸한게 아니라, 결국 희망찬 청년의 모습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 자체적으로 진행한 이 독립출판 프로젝트는 이제 끝이 났지만 아마 언젠간 또 한번 책을 만들거 같아요. 나이를 또 좀 더 먹으면서 드는 생각들, 고민들을 정성스레 담아낼 생각입니다.우린 언제나 흔들리는 인생이니까요.
지나온 삶이 아쉬운 만큼, 현재를 열정적으로 살아보자. 훗날 지나간 현재의 삶이 덜 아쉽도록. 그렇게 조금씩 한걸음 성장할 수 있다. 결국 모든 여행은 그저 신발 신는 것에서 부터 시작인 것을 - 새벽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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