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소나들

30대 중반, 이룬것은 없지만 몇가지 저만의 페르소나들이 생겨났습니다.

2023.09.18 | 조회 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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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레터

평범한 30대 직장인 건축가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저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당신의 삶은 어떤가요?

 

 

# 프롤로그

삶을 살다보면 그저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들이 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연스레 대학을 가고, 대학을 졸업하니, 자연스레 취업을 하고, 이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모두가 같은 인생은 아니겠지만, 우리에겐 평범함이라는 단어 속에 능히 해야할 일이라는 숙제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진짜 이런 것들이 기록할 의미가 없을 정도로 평범한 것들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단어 하나로 표현하기엔 기나긴 시간이라는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는데 말이죠. 우리 각자가 살고있는 그 동영상 안에서 나의 평범함을 여러가지 페르소나로 정의하고 기록해보기로 했어요. 우린 모두 우리 자신이 가장 소중하니까요.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우린 그저 핸드폰 속 즐거움에 우리 자신을 빼앗기고 있을지도 몰라요.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죠. 나를 분석하고 나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듣는 것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저의 페르소나들을 소개하고 앞으로 각각의 페르소나 안에서의 일상과 생각,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기록하려고 합니다. 

 

# 건축가

 건축가/건축사가 되었습니다. 우선 건축가와 건축사는 약간 다릅니다. 건축가는 더 넓은 범위로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건축가라 할 수 있어요. 건축사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명함에 건축사 타이틀을 넣을 수 있고, 법적으로 사무소를 개소하여 건축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우선 건축사법에 의거해서 인증받은 5년제 건축학과를 졸업해야합니다. 그리고 건축사무소에서 3년의 실무수련 과정을 거치면 비로소 건축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 자격이 주어집니다. 응시자격. 아직 건축사는 아닙니다. 이제 건축사가 되기위해 시험을 봐야합니다. 시험은 1년에 2번. 제가 시험을 볼 때 까지만 해도 1년에 1회였던게 바뀌었습니다. 시험은 쉽지 않아요. 3시간씩 3교시 5과목을 시험을 봅니다. 총 9시간. 단순 문제 풀이 시험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설계를 하는 시험이에요. 특이한 점은 손으로 그린다는 점입니다. 21세기 AI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손으로 한땀 한땀 그려내야합니다. 그렇게 9시간의 시험을 치르고 녹초가 된 상태로 돌아와 한달을 기다리면 결과가 나옵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이런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 한번 시험에 한교시 합격을 목표로 삼습니다. 3회에 걸쳐 시험에 합격하면 짧아야 1년반. 예전에는 3년이 걸렸지요. 1년에 시험을 2번 치르는 걸로 변경되면서 합격한 과목에 대해 유효기간이 생겼습니다. 건축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합니다.  

저는 3년의 실무수련이 끝나자마자 시험을 치렀습니다. 3년차가 되는 한 해는 일년 내내 건축사 시험을 준비했어요. 출근전, 퇴근후, 주말.. 남는 시간 모두를 이 시험에 쏟아 부었습니다. 엉덩이의 힘으로 공부를 하는 것에 익숙해서인지, 이런 오래된 방식의 시험 스타일은 저에게 유리 했습니다. 첫번째 시험에서 모든 과목에 합격하여 건축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운이좋았네요. 2019년의 일입니다.

그렇게 4년여가 흘렀고 건축사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건축설계사무소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미래를 위한 기 모으기라고 핑계를 대보지만, 여전히 그저 직장인일 뿐입니다. 건축사라고 멋드러지게 소개할 만한 자리 조차없는 그저 그렇게 건축일을 하는 직장인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번째 페르소나입니다. 건축사. 


# 일러스트레이터

 현실에서의 건축은 상상과 예술의 영역이 아닌, 사업과 부동산이 영역이었습니다. 예술과 디자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 한계에 좌절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건물 파사드 일러스트. 머리 속 생각들, 상상 속 건물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사실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합니다. 아이패드를 샀습니다. 이게 시작이 되었어요. 어릴적 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여러가지 이유로 미대에 가지 못했고, 공부조차 하지 못하고 숨겨두었던 저의 작은 불꽃 하나가 아이패드를 사면서 불씨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지만 아이패드로 그리는 건 달랐습니다. 저의 흔들리는 펜 끝을 단단하게 보정해주는 그 기술의 아름다움. 상상을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현실 세계에서의 건축을 일러스트로 그려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손가는대로 머릿속 상상이 불러일으키는 대로 그려갔습니다.

 그림이 모이기 시작하니 또 이 그림들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림 하나하나에는 이야기와 저의 생각이 담겨있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저만 알고 있는 이야기들입니다.그 이야기를 담아 건축 굿즈 펀딩을 했습니다. 저의 상상력보다는 우리나라의 랜드마크를 그려서 마그넷, 포토카드, 뱃지 등으로 제작하여 펀딩을 진행했어요. 펀딩의 경험은 새롭고 즐겁고 신선했습니다. 가까스로 펀딩에 성공해서 제작과 배송까지 두루두루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일러스트를 모아 이번엔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우연히 알게된 창작자들의 놀이터 <빈칸>에서 세 작품을 출품하여 전시를 진행했어요. 그저 취미로 그려왔던 일러스트가 굿즈로 팔리고, 벽에 전시되고 하는 모습을 보며 엄청난 성과는 아니지만 하나의 스토리를 남길 수 있다는 기쁨으로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저의 두번째 페르소나는 일러스트레이터 입니다.


# 작가

 정식 작가냐고 묻는다면 긁적긁적 하겠지만, 책을 출간했으면 작가가 아닐까요. 최근 독립출판물 [새벽밤]을 출간했습니다. 불안감에 잠못드는 새벽밤 하나둘 써내려갔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대단하고, 엄청난 내용은 아닐지라도, 책을 만들어봤다라는 사실 만으로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스스로 만들고 있어요.

책을 좋아해서 매일 조금이라도 책을 읽습니다. 책속에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고자 노력해요. 쉽지는 않지만요. 특히 저를 성장시키는 자기개발 서적을 좋아하고 문장을 모으기를 좋아합니다. 작가라는 페르소나에서는 다양한 책들속 문장들을 수집하고 공유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저의 생각과 더불어 작가의 생각을 함께 들여다보고 우리 삶에 적용하는 방식을 함께 이야기 나누려고 합니다.

고군분투하는 삶, 20대를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미래를 만들지 못한다라는 것을 느끼는 30대 중반, 불안한 마음에 새벽 4시반에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저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새벽의 시간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명상을 하고, 차를 마시고, 글을 쓰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서 기록한 매일의 기록물들이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 질 수 있었고, 펀딩을 진행했습니다.

펀딩은 실패했어요. 최소금액 50만원을 채우지 못해 무산되었습니다. 그래도 후원해준 고마운 지인들에게 책을 보내주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함보단 책을 출간했다는 것을 알리고, 읽히는 것이 더 중요했어요. 읽히지 않는 글은 사실 개인적 소장 가치 그 이상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저는 저의 세번째 페르소나를 만들었습니다.


# 남편

 평생 아들이라는 타이틀만 갖고 살줄 알았던 제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습니다. 회사에서 만난 동기를 꼬셔 결혼했어요.ㅎㅎ 캠핑도 같이 다니고, 요리도 하고, 여행도 가는 그런 데이트를 넘어서 이젠 빨래도 하고, 청소도 하며 즐거움 보단 생활에 초점이 맞춰진 남편으로서의 삶을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남편으로서의 삶이 그래도 좋아요. 보호자가 된 기분이고, 좀더 아내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독립적인 존재에서 이제는 무엇이든 상의하고 이야기하고 하나의 결론을 만들어야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둘이지만 하나가 되었습니다. 남편으로서의 역할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는 여전히 공부하고 체험중입니다. 남편이라기 보다는 가족이라는 단어로 묶이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저의 페르소나는 또 하나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 아빠

 최근 아빠가 되었습니다. 남편도 아직 어색한데 아빠라니. 저의 부모님조차 어색해 하시는 30대 중반의 철없는 아빠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이랑 친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아빠가 얼마나 어떻게 성장하는지, 이 소중하고 귀여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이끌어줘야 하는지 고민하고 공부해야합니다. 새로운 페르소나는 단순히 저의 취미와 가벼운 마음에서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아빠라는 단어를 듣게 되고, 저의 정체성이 이제 아들에서 아빠로 넘어가며 챙겨야할 가족들이 하나 늘어 났다는 것에 행복감을 느낍니다. 아빠라는 페르소나 안에서 즐거운 육아생활에 대해 기록할 예정이에요.

 


 

각각의 페르소나 안에서의 삶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생각을 공유하고 일상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 저의 페르소나를 소개하고 계속 기록하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페르소나를 갖고 있나요? 오늘은 책상 앞에서 하나씩 나를 분석해보는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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