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춘추전국시대, 그 시대를 평정할 수 있는 만능 도구가 있으면 어떨까요? 마법과도 같은 일을 가능케 하는 '스포츠'와 OTT의 상관 관계를 살펴봅니다.
핵심 키워드 : TVING, 리오넬 메시, 축구
#1 야구, 돈 내고 보세요
돈 내고 보러 간 콘서트에 전광판도 이상하고, 음향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어떨까요? 당연히 화가 나겠죠. 기대하고 돈까지 지불했는데 말입니다.
여기, 2024년 KBO 중계권을 구매한 TVING이 그러고 있습니다.
경기 영상 자막 오타, 느린 하이라이트 업로드 속도, 경기 매칭을 상세 설명에 제공하는 불편한 UI/UX까지.
경기를 했다는데 어떤 팀과의 경기인지 모르는 상황이 생긴다는 겁니다.
야구 팬 사이에서는 야구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중계권을 운영한다는 원성이 자자한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알았을까요? 티빙은 다급하게 KBO 모니터링과 관련된 인력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허둥지둥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티빙은 야구 중계권을 이번 2024년에 처음 취득했으니깐요.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잖아요? 그러나, 문제가 있다면 이전 사업자들과의 비교입니다.
그간 KBO 온라인 중계권은 2006년부터 2023년까지 네이버 컨소시엄이 차지했습니다. 이 컨소시엄에는 네이버, SK텔레콤, LG유플러스, 아프리카TV가 함께 했습니다.
그래서 KBO시즌이 되면 무료로 KBO를 시청할 수 있었죠. 이들은 무료로 오픈했으니깐요.
그런데 2024년에 큰 이변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티빙이 KBO 중계권 단독 입찰에 나서 계약을 성사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네이버 컨소시엄은 200억을 제시했습니다.
반면에, 티빙은 이 중계권에 무려, 400억원을 제시했습니다. 단독으로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판에 올린 것이죠. 그리고 그 배팅은 성공했습니다.
중계권을 획득한 티빙은 KBO의 온라인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제공, 재판매 사업권을 가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티빙은 이번 중계권을 재판매하지 않고 티빙에서만 단독 송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약 10년의 세월 동안 KBO를 무료로 시청했던 입장에서는 이 결정에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갑자기 유료로 바뀌었다고 해서 소비가 쉽게 결정되지도 않을 겁니다. 이건 티빙도 분명히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빙은 강수를 둘 수 밖에 없었던 상황입니다.
티빙의 2023년 매출액은 2400억원이었지만, 그와 동시에 11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 적자를 감수하면서 KBO 구매에 400억을 추가 배팅했습니다.
400억으로 사오는 KBO를 통해 티빙이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겠죠. 이 중계권이 티빙의 ‘구원 타자’가 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꽤 유효한 안타를 기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포츠가 OTT의 구세주가 되었던 해외 사례와 국내 사례를 통해 한 번 그 이유를 낱낱이 뜯어보죠.
#2 리오넬 메시와 애플TV
44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선수, 리오넬 메시가 23년에 파리 생제르맹에서 인터 마이애미로 팀을 옮겼습니다.
구단 이름으로 말하자니 조금 어색하신 분들이 있겠네요.
인터 마이애미는 MLS 참여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로서, 데이비드 베컴이 이 구단의 구단주이기도 합니다.
‘메이저 리그’를 들으면 당장 떠오르는 것은 아마 야구일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선수 중 몇 명은 실제 이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했거나, 활동 중이니깐요.
또 다른 분야에서 유명한 것은 아마 ‘슈퍼볼’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미식축구 리그인 NFL의 결승전인 슈퍼볼은 미국을 들끓게 하는 빅 이벤트 중 하나입니다. 또, 슈퍼볼이 유명한 요인 중 하나인 하프타임 쇼는 말할 필요도 없죠.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미국의 스포츠는 야구와 미식축구지 축구가 아니라는 것이죠.
리오넬 메시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애플과 데이비드 베컴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베컴은 21년도부터 메시에게 마지막 선수 생활에 대한 제안을 했습니다. 실제, 스타 선수가 선수 생활 막바지에 MLS로 가는 경우가 있었다지만, 베컴은 인터 마이에미의 구단주로서 승리를 이끌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었습니다.
여기에 가장 목말랐던 것은 애플이었습니다.
애플은 2022년 6월 15일에 MLS(미국프로축구)의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뜻하면 매년 약 3,226억원을 지불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금액을 투자하고 이용자를 확보해야 의미가 있었겠죠?
네, 애플은 메시 효과를 톡톡히 봤습니다. MLS를 계약했던 22년도에는 1,200만명이었지만 메시가 경기를 뛰기 시작한 순간 2,500만명을 확보했습니다.(애플TV 구독자)
- 22년 1200만명
- 23년 2500만명
애플TV는 리오넬 메시로 확실한 득점을 올렸네요.
#3 쿠팡 플레이와 K리그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4강을 달성한 것으로 끝으로 국가대표팀의 여정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클린스만 감독님의 도파민쇼를 맛보고 말았습니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터지는 동점골과 연장전 이후의 극장골까지.
이 경기를 웃으며 즐겼던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쿠팡 플레이와 TVN입니다. 이번 아시안 컵의 TV 생중계는 tvN이 담당했고 온라인 송출권은 쿠팡 플레이가 도맡았습니다.
그 까닭인지는 몰라도 쿠팡플레이 MAU는 전달 대비 17% 증가했다는 앱 분석 기관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TV 시청률도 평균 20%를 달성함으로써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습니다.
이게 어떤 지표를 상징할 지는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2022년에 가장 유행했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청률이 17.5% 였습니다. 즉, 아시안컵 경기만으로도 우영우의 시청률을 웃도는 결과를 만들었다는 것이죠.
쿠팡 플레이의 MAU 성장세도 심상치 않습니다. 778만으로 집계되었는데, 23년 9월 기준 OTT의 월간활성이용자 수를 살펴보면 쿠팡플레이는 531만, 티빙은 512만이었습니다. 쿠팡도 이번 아시안컵을 발판으로 200만 넘게 성장시켰습니다.
분명히 쿠팡 플레이 처음에 나왔을 때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었던 의문이 있었는데 그걸 가볍게 무시한 채 성장에 성공했습니다.
쿠팡플레이는 다른 OTT플레이어들과 달리, 최근 재미있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K리그 디지털 독점 생중계라든지 유럽 강팀의 토트넘과 세비야의 중계를 보여준다거나 말이죠.
쿠팡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였던 드라마 ‘어느 날’은 총제작비 100억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K리그 중계권 비용은 얼마나 될까요?
약, 110억원입니다.
여기서 밸런스 게임입니다.
대박이 날지도 안날지도 모르는 오리지널 콘텐츠에 100억 투자해보기 vs 대박은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시청률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에 100억 넣기 (1년)
뭐, 굳이 승자를 안 가려봐도 알겠죠?
#4 하지만, 중계권은 비쌉니다.
스포츠가 큰 효과를 발휘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OTT들은 왜 쉽게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중계권 가격이 큰 허들로 작용할 것입니다.
대표적인 리그 중 하나인 EPL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중계권 비용은 무려, 11조원입니다.
또, 월드컵 중계권 가격은 약 1,200억원이었습니다. 기존보다 가격이 비싸진 것에는 여러 OTT업체들이 이 전략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OTT 성장을 위해 중계권 확보를 위한 경쟁은 굉장히 치열하게 움직여지고 있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온라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쿠팡이 무려, 400억 원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독점하겠다는 소리는 중계권 판매처에게 추가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 제한과 함께 더 큰 돈을 주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러니 판매처는 가격을 올릴 것이고 구매자는 가격을 따라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중계권 가격에는 그다지 관심없습니다.
원래 보던 곳에서 볼 수 없으면 당장 시청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갑니다.
이를테면 OTT에서 볼 수 없다면 TV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 스포츠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용하는 서비스에 있으면 땡큐지만 없어도 대안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용자가 이동의 불편함을 겪고라도 찾아보는 콘텐츠가 스포츠라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드린 애플TV 사례와 마찬가지로, 리오넬 메시를 사랑하는 이들이 MSL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떠났습니다.
다만, 이 현상은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계권이 현재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다른 콘텐츠보다 가격 대비 효율이 좋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가격이 높아지면 효율은 점점 떨어집니다.
그 다음은 다시 자체 투자 콘텐츠로 고개를 돌리거나, 다른 콘텐츠 소싱으로 전략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5 스포츠를 통한 뷰어십 확보
뛰어난 전략은 한 문장으로 압축됩니다.
또, 좋은 전략은 모든 면을 만족하기 보다는 특정한 면에 집중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선택과 집중. 당연히 따라야 하는 훌륭한 가이드입니다.
그래서 책 ‘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에 따르면 “좋은 전략은 복잡한 내용을 쉽게 말한다고 합니다.”
현 OTT 업계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 스포츠를 통한 뷰어십 확보.
하지만 티빙이 이 유효한 전략을 가지고 OTT 시장에 거대한 홈런을 칠 수 있을지는 주목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OTT의 플레이오프, 계속됐으면 하거든요. 독과점은 소비자에게만 안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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