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슨 내용인가요?
- 골드러시에서 부자가 된 사람은 장비 판매자였습니다. 데이터 골드러시라고 다를까요?
❓ 누가 보면 좋은가요?
- 마이데이터 산업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
- 데이터 골드러시 이면을 생각해보고 싶으신 분들
🔑 주목할만한 포인트가 뭔가요?
- 모든 데이터와 API 호출에는 비용이 발생합니다.
- 산업이 커졌을 때, 부자가 되는 이들은 전혀 다른 분야일 수 있습니다.
시작된 Data Goldrush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사금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25만 명의 개척민이 몰려들었지만, 정작 금을 발견해 부자가 된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금을 캐러 온 사람들에게 숙소나 식사 그리고 장비를 제공한 이들은 떼돈을 벌었습니다.
광부들에게 청바지를 판매한 리바이스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닷컴(.com) 열풍이 불었던 당시에는 인터넷 호스팅 서비스가 웃었습니다. AI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정복을 끝마친 것처럼 보입니다.
IT와 AI 업계에서는 ‘Data Gold Rush’라는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Data라는 광맥을 향해 모두가 달려드는 중입니다. AI 모델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상상도 못 할 양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인 DALL:E를 만들기 위해 약 2억 개의 데이터셋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Adobe는 자사 AI 생성기를 교육시킬 목적으로 사진과 비디오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6센트에서 16센트, 비디오는 분당 약 2.5달러에서 최대 7달러까지 지불했다고 합니다. 더 좋은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금을 채굴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채굴합니다.
핀테크는 전쟁 중
데이터 시장 중 핀테크는 보다 치열한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데이터 중에서도 ‘마이데이터’라는 광맥으로 몰리는 중입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주자를 살펴볼까요? 시중은행부터 핀테크 스타트업까지 현 기준 총 97개 사에 해당합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은 기업 기준입니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융 서비스에는 ‘자산관리’가 있습니다. 어떤 금융앱이더라도 마이데이터 연동으로 다른 은행에 있는 자산과 보험, 대출 그리고 연금까지 조회해볼 수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가입 프로모션이 유행했을 시절 우리는 수많은 마케팅 푸쉬를 받았을 겁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합니다. 마이데이터 연동은 곧 고객 확보를 상징했으니깐요.
마이데이터 가입자 수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약 1억 명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 중 경제활동인구는 약 3천만명 정도에 해당하는데, 마이데이터 가입자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3배수나 되네요.
물론, 가입한 은행마다 기프티콘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으니 1억이라는 숫자는 납득이 갑니다. 이 은행, 저 은행 돌아가며 가입한 적 없나요? 저만 그랬나요? 가입자 1 억 명을 확보하기 위해 소비한 마케팅 비용을 대충 추산해보면 어떨까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1개 가격은 3,820원이고 5천만 가입자에게 뿌렸으면 1900억 원은 기본에 추가 홍보 비용까지 있었겠죠?
이렇게 큰 돈과 많은 사업자들이 달려드는 이 데이터 골드러시, 과연 누가 승자가 될까요?
마이데이터가 뭔가요?
Mydate - 나의 데이터
마이데이터, 직역하자면 말 그대로 ‘나의 데이터’ 입니다. 이 데이터는 금융 정보만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내 건강 기록, 내가 발급한 서류 기록, 내가 지불한 세금 정보 등 모든 것이 마이데이터 안에 포함됩니다. 이전에는 데이터가 플랫폼 주도 하에 사용되었다면, 그 주체권을 정보 주체에게 주어지게 하자는 것이 마이데이터 사업의 개요입니다.
그래서 마이데이터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에게 데이터 제공을 직접적으로 요구할 수 있음
- 플랫폼은 정보주체로부터 동의를 받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
- 연계되어 있는 플랫폼끼리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및 제 3자 접근을 허용해야 함
다소,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짧게 요약해볼까요?
이 데이터는 내 거니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그래서 마이데이터의 금융 서비스를 확인하면 내가 연동하고 싶은 은행과 정보를 내 결정 하에 연동하게끔 만들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를 어떻게 알 수 있죠?
그러면 플랫폼은 이 개인을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요?
오프라인 창구라면 신분증과 대조해볼 수 있지만, 웹사이트나 앱을 통해 접근한 사람이 데이터를 요청한 당사자가 맞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인증이라는 절차를 요청합니다. 서비스를 가입할 때 개인 인증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입니다.
내 명의와 일치하는 디바이스에 문자를 보내거나, 네이버 또는 카카오 인증을 진행합니다. 아무리 내가 맞더라도 서비스 입장에서는 본인인지 모르기 때문에 인증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내가 이 사람이 맞아요! 라는 검증을 마치는 것이죠.
본인인증, 공짜가 아닙니다.
인증 비용 청구 받은 적 있나요?
해외 서비스를 가입할 때 본인 인증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사이트 중 하나인 구글을 볼까요? 회원가입을 진행할 때 본인 인증을 거치지 않잖아요? 다른 해외 서비스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국내에 사업자나 법인을 낸 경우에 해당될 겁니다. 거점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이 본인 인증이 필수라는 것입니다.
이건 인터넷 실명제라는 국내 법과 얽혀 있습니다. 반드시 실명을 인증한 사람만 웹서비스를 이용하게 할 수 있게 하려던 법이었는데 다행히 현 기준에서는 폐지되었습니다. 당시, 이 법이 발휘하는 시점에 유튜브(구글)는 실명제를 거부했습니다. 그와 함께 한국 한정으로 댓글과 동영상 올리기 기능 차단을 발동했습니다.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
이 실명제는 사라졌지만, 정작 우리는 모든 일에 이 본인 인증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본인 인증은 참 웃기게도 주민등록번호로 체크합니다. 내 명의의 핸드폰 정보를 입력하면 해당 정보와 연결되어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암호화한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주민등록번호를 그대로 사이트에 전달하면 개인정보노출이죠? 그래서 해쉬 함수(단방향 암호화)를 적용해 고유의 CI 값을 만듭니다.
결국, 암호화된 주민등록번호를 전달 받아 본인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죠. 옛날에 주민등록번호 입력하고 가입했던 거랑 다를 게 없죠? 여기에 각 서비스마다 가입했음을 알기 위한 DI 값을 추가로 만듭니다. 주민등록번호에 서비스 고유 값을 더하는 거죠.
인터넷 실명제가 사라졌다지만 우리는 본인인증을 위한 고유값을 사이트에 전달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1건당 30원
즉, 마이데이터 연동이든 회원가입이든 내가 이 사람이 맞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본인 인증을 요청할 수 밖에 없는데 이 인증, 당연히 공짜가 아니겠죠?
네이버 인증이나, 카카오 인증, PASS 인증 모두가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이건 인증과 관련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비용을 낸 적이 없습니다. 인증을 보낼 때마다 30원씩 지불하라는 청구서를 받으신 적은 없잖아요?
이 비용은 모두 사업자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지불 방식은 조금 상이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과금은 데이터를 요청할 때마다 추가됩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여러 시도를 하게 되면 지불해야 할 금액이 차곡차곡 오르겠죠? 만약, 서비스가 잘 되더라도 인증을 받기 위한 시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1억이 넘는 마이데이터 가입자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누가 부자가 되는가.
비용을 지불하세요.
다시, 그러면 핀테크로 돌아와볼까요? 마이데이터 사업과 핀테크 사업은 분명히 성장해야 하는 사업이 맞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많아야만 사업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이 데이터를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가입자를 모객하기 위한 기프티콘이나 마케팅 비용은 당연히 지불해야 하고 인증이나 여러 절차를 위한 서비스 이용 요금도 지불해야만 합니다. 아까 소개했던 마이데이터 가입을 위해 진행한 인증 개수를 최소로만 잡아도 최소 30억이라는 비용이 지불되었을 겁니다.
줄어드는 투자 규모
그러면 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상황이 좋은가요? 또, 그것도 아닙니다.
하나금융지주가 설립한 핀테크 자회사 ’핀크’는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산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 추천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그렇게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외에도 글로벌 핀테크를 향하는 투자액과 투자건수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습니다. 사실 데이터를 모아서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분명히 좋은 서비스지만, 좋은 BM인가에 대해서는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것이 맞으니깐요.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
믿는 거 아니죠?
최근 마이데이터 2.0 추진 방안이 나왔습니다. 1년만 유효했던 인증을 5년으로 늘려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면 앞서 걱정했던 비용 걱정의 일부는 줄어들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곳에 황금이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장비를 팔아 진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따로 있으니깐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다고 외치는 현상에 대해서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유튜버가 대세일 때 웃었던 것은 방송 장비 판매 업자였고, 음식 프랜차이즈가 유행할 때 웃는 사람은 인테리어 업자였습니다.
부자가 될 수 있다.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고 주장하는 워딩 뒤에 숨겨진 함정을 언제나 주의하기를 바랍니다. 경제의 역사 속 진정한 승자는 그 뒤에서 열심히 장사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깐요. 필요한 도구를 파는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Append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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