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쓰면 멍청해질까? 나는 이렇게 쓴다

읽는 시간: 7분

2026.10.26 | 조회 1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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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외주》, 《생각을 외주화한 사람들》,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 등등. Chat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면서 인간이 생각을 AI에 의탁하는 현상을 꼬집고, 때로는 비판하는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거칠게 말하면 이러다 인간은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잃고, 모든 판단을 AI에 맡기는 멍청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그렇다고 AI를 쓰지 않을 수도 없다. 물론 AI와 무관하게 돌아가는 업계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높이 평가하고, 그 비효율에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계에서 AI 활용은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는 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윤석철 교수의 '생존부등식'은 이 부분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기업이 지속해서 살아남으려면 V(가치) > P(가격) > C(원가)라는 부등식이 성립해야 한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지불하는 가격보다 커야 하고, 기업이 받는 가격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드는 원가보다 커야 한다는 뜻이다.

 

AI는 이 부등식에서 C(원가)를 낮춰주는 강력한 치트키인 동시에, 활용하기에 따라 V(가치)를 높여주는 가치 확장기가 될 수도 있다. 경쟁 기업들이 AI로 비용을 낮추고 고객 가치를 높이는 상황에서 혼자 기존의 방식만 고수한다면 생존부등식을 유지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쪽에서는 AI가 인간의 사고력을 퇴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를 활용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한다.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그래서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야 할까? 아이가 있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고개를 들어 '야드(The Yard)'를 보게 하라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는 말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누군가 세계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야드(The Yard)'를 보게 하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미래를 알고 싶다면 세계적인 명문 하버드대학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하버드대학교는 2023년에 이미 교수들이 수업에서 생성형 AI의 사용 범위를 정할 수 있도록 세 가지 접근법을 제시했다. AI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식,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권장하는 방식이다.

 

이는 모든 학생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한 규정이 아니다. 교수들이 수업의 목적에 따라 AI 사용 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한 지침이다. 모든 수업에서 AI를 금지하거나 반대로 무조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목적에 따라 활용 범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이러한 방식을 나의 삶에 적용하고 있었다.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영역,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영역,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영역이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AI를 쓰지 않는 것도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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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년 전에 나의 독서법이 확립되었다. 다산 정약용의 표현을 빌리자면 '독서', '초서', '저서'다.

 

독서는 말 그대로 책을 읽는 것이다. 초서는 책에서 중요하거나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골라 기록하는 것인데, 나는 이를 나중에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블로그나 노션에 정리하고 있다. 저서는 이렇게 축적한 지식과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책을 쓰는 것이다.

 

2025년부터는 책을 쓸 때 AI의 도움을 받고 있다. 팩트 체크, 출처 확인 등 과거에는 출판사의 전문인력이 주로 담당하던 작업에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물론 AI가 제시한 사실과 출처도 원문을 통해 다시 확인한다.

 

하지만 '독서'와 '초서'만큼은 AI를 배제하고 진행한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도 '내 머리'이고, 그중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것도 '내 머리'이며, 실제로 그것을 우직하게 몇 시간씩 타이핑하며 기록하는 것은 '내 손'이다. 이 과정은 나에게 있어서 '멘탈 피트니스(Mental Fitness)'다. 근력운동을 하듯, 유산소운동을 하듯 나의 뇌를 단련하는 행위다.

 

책에서 중요한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AI로 텍스트를 추출하면 시간을 훨씬 아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어떤 내용을 기록할지 고민하고, 문장을 직접 옮겨 적으면서 곱씹고,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롭게 연결하는 과정은 사라져버린다.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텍스트를 기록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근육을 키우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 무거운 물건을 기계에 대신 들어달라고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내가 직접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나처럼 독서와 초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일 수도 있고, 외국어 공부일 수도 있고, 수학 문제를 푸는 일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를 빠르게 얻는 것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능력을 기르는 일이 목적이라면, AI의 도움을 받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서와 초서만큼은 앞으로도 AI를 배제한 채 진행할 예정이다.

 

결과물을 장악할 것인가, 장악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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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2025년부터는 글쓰기에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한적'이라는 표현이다.

 

내 이름을 걸고 세상에 공개하는 콘텐츠는 내 이름에 신뢰를 쌓기도 하고, 반대로 신뢰를 허물기도 한다. 약간의 편리함이 이 신뢰보다 중요한 가치는 아니다. 그러다 보니 AI는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제한적'의 기준은 '내가 결과물을 장악하고 있는가'이다.

 

콘텐츠가 나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안에 담긴 주장과 논리를 내가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지, 그리고 AI와 이견이 있을 때 나의 판단을 밀고 나갈 수 있는지 등등. 구체적으로 말하면 끝도 없지만 핵심은 '내가 그 결과물을 장악하고 있는가'이다.

 

AI에게 전적으로 의존한 콘텐츠는 결과물에 대한 이해 없이 그럴듯한 답만 받아들이기 쉽다.  인풋과 아웃풋 사이에서 어떤 논리를 거쳐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 과정은 나에게 칠흑 같은 어둠으로 남는 것이다.

 

겉으로는 완성된 결과물이지만, 정작 누군가 그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AI가 만들어준 주장에 내가 오히려 설득되어, 원래의 생각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내가 결과물을 장악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결과물에 장악당한 것이다.

 

그래서 AI가 제안한 문장이라도 내 생각과 다르면 수정하고, 아무리 그럴듯한 주장이라도 내가 납득하지 못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AI의 의견이 내 생각과 다를 때는 왜 다른지 따져본다.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지만, 최종적인 판단과 책임은 어디까지나 나의 몫이다.

 

AI가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준다고 해도 그것을 설명하고 책임질 수 없다면 온전히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이 기준에 따라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콘텐츠에는 AI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AI로 '나'를 복제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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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날 때마다 AI를 공부하고 있다. 공부하는 방식은 과거와는 다르다. 책을 읽고 시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시도한다. 해보지 않은 것을 새롭게 시도하고, 시행착오를 온몸으로 겪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나를 복제하는 일'이다.

 

다만 앞서 말한 대로 '내 이름'을 걸고 만드는 콘텐츠에는 AI를 제한적으로 사용하기에, 콘텐츠 실험에서는 일종의 '부캐'를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목적은 한 가지다. '나를 레버리지'하기 위해서다.

 

수많은 대표님들을 만나면서 정말 다 다른 유형의 사람이구나 싶었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본인 같은 직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를 단순히 말하면 '본인을 복제하는 일'이다. 본인만큼 열의가 있고, 큰 그림에서 일을 바라보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직원을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애초에 직원이 대표와 똑같은 동기와 책임감을 갖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문제다. 그 사람은 매우 높은 확률로 무시무시한 경쟁사의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를 복제하는 일은 유토피아와 같은 일이다. 유토피아(Utopia)의 어원이 '없는 장소'라는 것처럼, 내가 바라는 직원 역시 현실에서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없는 인물'인 셈이다.

 

하지만 AI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이게 어느 정도 가능해 보이는 것이다. 물론 AI가 나와 똑같은 생각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업무, 내가 판단하는 기준, 내가 쌓아온 노하우를 AI에 옮겨놓는다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원자 단위로 쪼개서 매뉴얼화하고, 이를 하나씩 자동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직접 해야만 했던 일 중에서 무엇을 AI에 맡길 수 있는지, 어떤 판단 기준을 알려줘야 하는지, 어디까지 자동화하고 어디서부터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실험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해오던 일을 하나하나 설명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부터가 만만치 않다. 틈나는 대로 낑낑대며 하고 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확신하게 된다. 이 영역만큼은 AI를 극한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독서와 초서에서 AI를 배제한 이유는 그 과정 자체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반면 반복적인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것은 반드시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업무를 AI에 맡겨서 확보한 시간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같은 AI라도 어떤 영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이익이고, 어떤 영역에서는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나에게 이익인 셈이다.

 

Oh! AI를 얼마나 쓰느냐보다 중요한 것

결국 내가 AI를 활용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내가 직접 해야 성장하는 일은 AI를 배제한다. 독서와 초서처럼 과정 자체가 나를 성장시키는 일이다.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나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둘째, 내 이름을 걸고 책임져야 하는 일은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글쓰기처럼 결과물에 대한 설명과 책임이 필요한 일이다. AI의 도움은 받되 결과물에 대한 주도권은 내가 갖는다.

 

셋째, 나의 시간과 능력을 확장할 수 있는 일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하고, 나의 판단 기준과 노하우를 시스템으로 옮기는 일이다. AI를 최대한 활용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넓힌다.

 

생각해 보면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무엇을 AI에 맡기고, 무엇을 끝까지 스스로 해야 하는지 구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AI를 쓰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AI에 맡기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AI에게 생각을 맡기는 것과 AI를 활용해 생각의 범위를 넓히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AI를 활용해 얻은 시간을 더 깊이 생각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고, 반대로 생각하는 수고 자체를 없애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결국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AI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 달려있다.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AI에게 얼마나 많은 일을 맡기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맡길지 결정하는 주도권을 누가 갖고 있느냐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시행착오가 당신에게 Oh! 할 인사이트와 움직일 용기를 건넵니다. 여러분은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영역,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영역,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영역을 구분하고 계신가요? 여러분만의 기준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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