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만들 수 있는 시대, 아무나 팔 수는 없다
최근 AI 열풍은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를 떠올리게 만든다. 당시 미국에서는 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지금의 AI도 마찬가지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감각 속에서 모두가 일단 배우고, 써보고, 자신의 일에 붙여보려 한다. 이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이다. 의심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 불완전하더라도 먼저 써보는 사람이 가져가는 보상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모두가 달려가기 시작한 이후부터 발생한다. 초반에는 먼저 간 사람이 이기지만, 모두가 삽을 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같은 삽질을 해도 얻는 것이 줄어든다. 이미 사람이 몰려 있고 경쟁은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돈을 버는 사람은 삽질을 하는 사람이 아닌, 삽(곡괭이)을 파는 사람, 잘 뜯어지지 않는 청바지를 파는 사람 등이다. 지금의 AI 러시 시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대부분이 저지르고 있는 시행착오
지금 AI를 활용하려는 대다수가 빠져 있는 치명적인 착오가 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게 되면, 그 자체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착각이다.
바이브 코딩과 노코드 툴 덕분에 웹사이트나 앱을 만드는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다. AI는 지니의 요술램프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만들어준다. 당장이라도 부자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당신에게 제작이 쉬워졌다는 말은 반대로 말하면 당신의 경쟁자도 똑같이 쉬워졌다는 뜻이다. 이제 지니의 요술램프는 더 이상 소수의 것이 아니다. 모두의 손에 들어간 도구가 되었다. 모든 것이 쉬워져서 오히려 모든 것이 더 어려워진 세상이 된 것이다.
시장에 공급이 넘쳐나기 시작하면 희소성은 제작이 아닌 유통과 판매 쪽으로 이동한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AI로 만들 것인가”에 매몰되어 있을 때, 정작 가장 중요한 “누가 이것을 왜 사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이것이 지금 AI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가장 흔하게 겪는 시행착오이다.
AI 시대에 돈은 어디에서 벌리는가
AI 시대에 경쟁우위는 대개 네 단계에서 갈린다. 첫째는 제작 속도, 둘째는 문제 정의의 정확도, 셋째는 메시지 전달력, 그리고 넷째는 반복 구매와 추천을 만드는 신뢰이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은 첫 번째 단계에 몰려 있다. 더 빨리 만들고, 더 싸게 만들고, 더 많이 만드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돈이 벌리는 구간은 그다음부터이다. 누가 더 정확하게 고객의 문제를 정의하는지,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메시지로 시장의 반응을 끌어내는지,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데려오고(CAC, 고객획득비용) 그 고객이 우리와 함께하는 동안 더 큰 수익을 남기게 만드는지(LTV, 고객생애가치)가 승부를 가른다.
AI가 만든 결과물의 품질 차이는 점점 줄어든다. 기술이 상향평준화될수록 결과물만으로 차별화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결국 시장은 다른 기준으로 승자를 가리게 된다. 그 기준은 기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고객 이해, 메시지 설계, 전환 효율, 그리고 신뢰 축적이다. 이것을 세 글자로 '마케팅', 더 나아가 '브랜딩'이라 부른다.
기술이 아닌 시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
누구나 삽을 들 수 있게 된 시대에 차이를 만드는 것은 삽질 그 자체가 아니다. 더 많이 캐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캐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시장을 읽고, 수요를 붙잡고, 고객을 설득하는 능력이 제작 능력보다 훨씬 중요해진 것이다.
따라서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단순한 제작 능력이 아니다. 기술은 출발선에 세워주는 도구일 뿐이며, 결승선까지 데려다주는 것은 시장을 다루는 능력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네 가지 힘이 필요하다.
1. 고객의 불편을 검증하는 힘
AI는 당신의 일손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고객의 마음을 대신 읽어주지는 못한다. 기술에 감탄하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고객이 실제로 무엇을 불편해하는가이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실수한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아이템을 고르고, 만들고 나서 팔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나 시장은 반대로 움직인다. 먼저 고객의 불편이 존재해야 하고, 그 불편이 충분히 크며, 이미 돈을 쓰고 있는 문제여야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감이 아니라 검증이다. 고객 문의, 검색 키워드, 커뮤니티 반응, 경쟁 서비스 리뷰, 실제 구매 후기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자주 불편해하고 자주 질문하며 이미 비슷한 문제 해결에 지갑을 열고 있다면, 그것은 시장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이 겪는 진짜 문제를 선명하게 붙잡는 것, 그것이 모든 출발점이다.
2. 메시지를 테스트하는 힘
좋은 제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이해한 제품이 팔린다. 그리고 고객이 이해하는 방식은 제품 설명이 아니라 메시지에서 결정된다.
같은 기능이라도 어떤 언어로 말하느냐에 따라 반응은 달라진다. “AI 기반 자동화 솔루션”이라는 표현에는 잘 반응하지 않지만, “매일 2시간 걸리던 업무를 10분으로 줄여주는 도구”에는 반응한다. 시장은 더 나은 기능이 아니라 더 구체적인 해석에 반응한다. 구체적일수록 '내 이야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케팅은 감각이 아니라 실험이어야 한다. 어떤 고객군이 가장 잘 반응하는지, 어떤 문제 정의가 클릭을 만드는지, 어떤 문장이 전환을 일으키는지를 반복해서 테스트해야 한다. AI 시대에 성과를 만드는 사람은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빨리 검증하고 가장 빨리 개선하는 사람이다.
3. 유통과 판매의 흐름을 설계하는 힘
많은 사람이 마케팅을 광고 집행으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다. 마케팅은 고객이 처음 메시지를 접하고, 관심을 갖고, 비교하고, 전환하고,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전체 흐름을 설계하는 일이다.
팔리지 않는 것들은 대개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 흐름이 설계되어 있지 않아서이다. 어디서 고객을 데려올 것인지, 첫 만남에서 무엇을 느끼게 할 것인지, 어떤 이유로 믿게 할 것인지, 어떤 장치로 결제까지 이동하게 할 것인지가 흐릿하면 판매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유통과 판매가 중요해질수록 먼저 봐야 할 것도 달라진다. 처음부터 모든 채널에 손을 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검색부터 다시 방문을 유도하는 과정까지 각 채널은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 핵심은 메시지가 그 장소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가이다. 단순히 어디에 광고를 노출할지 고민하기보다, 고객이 어떤 순간에 어떤 말에 반응하는지 그 흐름을 먼저 설계해야 한다.
4. 절약한 자원을 어디에 재투자할지 아는 힘
AI는 생산성을 높여준다. 작업 시간은 줄고, 시행 속도는 빨라지고, 인건비 부담도 낮아진다. 하지만 그 절약분을 어디에 재투자하느냐에 따라 성과의 격차는 벌어진다.
많은 사람은 AI로 절약한 시간을 더 많은 제작에 다시 쏟아붓는다. 그러나 공급이 이미 넘쳐나는 시장에서는 그것만으로 우위를 만들기 어렵다. 오히려 확보된 여력은 고객의 결핍을 파악하고 메시지의 정교함을 더하며, 구매가 지속적인 관계와 추천으로 이어지는 경험의 설계에 재투자되어야 한다.
쉽게 말해, AI가 만들어준 여유를 다시 생산에만 쓰면 경쟁자와 비슷해진다. 반대로 그 여유를 고객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잘 팔고 더 오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쓰면 격차가 생긴다. AI는 비용 절감 도구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인 곳에 자원을 재배치하게 만드는 전략 도구이기도 하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이다
공급이 넘쳐날수록 고객은 무엇을 고를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리고 혼란스러울수록 사람들은 익숙하고 믿을 만한 곳을 찾는다. AI로 1초 만에 로고를 만들 수는 있어도, 1년 동안 쌓인 고객의 신뢰를 살 수는 없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것은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브랜드가 아니다.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 브랜드이다. 성과는 광고에서 시작될 수 있지만, 지속성은 신뢰에서 완성된다. 한 번 클릭하게 만드는 힘보다 다시 찾게 만드는 힘이 더 크다. 그리고 그 힘은 대개 제품 자체보다 브랜드의 경험, 일관성, 약속을 지키는 태도에서 나온다.
당신의 금맥은 어디에 있는가?
AI라는 도구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소중한 시장의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누구나 쉽게 만드는 시대일수록, 누구도 쉽게 팔 수 없다는 역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쥐고 있는 기술이라는 삽은 고객의 마음이라는 땅을 파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AI로 무엇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누구에게 어떻게 팔지 고민하는 데 집중하고 계신가요? 혹시 도구 사용법을 익히느라 정작 고객의 얼굴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댓글로 당신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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