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세요 앱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해주세요는 심부름 앱 서비스에요. 실시간으로 동네의 이웃분들에게 심부름을 요청할 수도 있고, 심부름을 해줄 수도 있습니다. 2021년 6월에 오픈하여 2년이 조금 넘은 서비스입니다. 월 평균 10만명의 유저분들이 해주세요를 이용하고 있어요. 해주세요에 심부름 헬퍼로 등록한 분들은 20만명이나 되고요. 지난 2년 동안 한 명의 풀타임 직원 없이 성장시켜 왔어요. 놀라운 점은 창업자가 비개발자라는 것입니다. 비개발자인 조현영 대표님은 어떻게 직원 고용 없이 10만명이 사용하는 앱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고 왔습니다.
Q. 해주세요 출시 이전에 대표님은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15년까지 카카오에서 일했어요. 그리고 미국 LA에서 첫 창업을 했습니다. 첫 창업에서 정말 온갖 시행 착오를 다 겪었어요. 첫번째와 두번째 서비스는 망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세번째 서비스를 출시했어요. 해외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국내 성형외과를 광고하는 중개 앱을 만들었는데 꽤 성과가 있었어요. 그런데 곧 코로나가 터졌죠. 사용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당시 20명 가까이 되었던 직원들도 5개월만에 모두 퇴사하면서 혼자가 되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뼈아픈 실패였어요.
폐업 직전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국내 남자들을 위한 성형외과 정보앱(그루밍족)으로 피봇했어요. 당시 다른 회사로 이직한 개발자 한 명이 밤에 파트타임으로 도와주었고요. 다행히 그루밍족이 한국 병원들과 유저들에게 반응이 좋았습니다. 출시 6개월 만에 월 1억 원 정도 순 매출이 나왔거든요.
매출이 잘 나오는 건 좋았지만, 하다보니 아쉬운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루밍족은 병원 광고 플랫폼이라 헤게모니, 다시 말해 주도권이 플랫폼보다는 병원에 있어요. 단순 광고 플랫폼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없다고 느꼈어요. 성형이라는 버티컬 영역만 다루는 것이 재미없다는 생각도 했고요.
카카오톡이나 쿠팡처럼 전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장 조사를 하다가 심부름 시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인데 절대적인 플랫폼 강자가 없더라고요. 그 외 작은 규모의 B2C 업체들이 많은 시장이다 보니 도전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성형앱을 운영하던 첫 회사가 국내 상장사에 인수가 되었고, 두 번째 회사인 하이퍼로컬을 설립하여 2년 전 해주세요를 출시했습니다.
Q. 심부름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어떻게 만들어 내셨어요? 개발자가 아니시잖아요.
저와 친분이 두텁고 실력이 좋은 개발자 두 분이 파트타임으로 앱을 개발해 주셨어요. 또 아르바이트 한 명을 구해서 같이 기획하고, 아는 디자이너분에게 외주로 디자인을 부탁했어요. 기획부터 출시까지 석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사실 해주세요를 출시하기 전까지 만들었던 서비스가 7개나 되어요. 출시도 제대로 못 해보고 접은 서비스도 있죠. 많은 서비스들을 만들어 보고 망해봐서 그런지 해주세요는 조금 더 빠르게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첫 출시하고 난 뒤 반응이 어땠나요?
사실 초기부터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서버가 자주 다운될 정도였으니까요. 팬데믹 기간이어서 사람들이 심부름에 대한 더 큰 니즈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굉장히 많은 유저가 들어왔고 동시에 CS 문의도 쉴 새 없이 들어왔죠. 저희는 앱 특성상 심부름비를 선결제하고 심부름을 제공 받는 구조이거든요. 돈이 걸려 있는 문제이다 보니 조그만 실수가 있어도 굉장히 강한 컴플레인이 들어왔어요. 당시에 거의 밤을 새우면서 CS 대응을 했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런칭 이후에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대표인 제가 CS를 하다보니 유저들의 불만과 니즈를 피부로 느끼고 즉각 즉각 개선해 나간 이유가 가장 컸다고 봐요. 그랬더니 처음엔 욕을 하던 사람도 나중엔 충성 고객이 되더라고요.
Q. 요즘은 방문자 수나 매출이 얼마나 되나요?
시즌마다 편차가 큰데 한 달 평균 10만 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어요. 참고로 1년 전부터 광고는 전혀 안 하고 있습니다. 작년 매출은 거래액 기준으로 22억 나왔고, 올해는 2배 정도 나올 것 같아요.
* 해주세요는 거래액의 1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이외에도 유료로 지불했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에 거래액의 약 20% 가까이가 해주세요의 매출액이 된다.
Q. 지금도 풀타임 직원은 대표님 혼자인가요?
네, 맞습니다. 파트타임 개발자 2명과 로테이션으로 재택 근무하는 CS 알바가 4명 있어요. 디자인은 꼭 필요할 때만 일시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해서 작업하고요. 그 외, 하루에 30분씩 재택으로 일하는 회계 직원이 있고요.
Q. 직원 채용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하시는 이유가 뭐예요?
첫번째로 온라인 플랫폼 운영은 비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이에요.
첫번째 회사 운영하며 20명을 채용하고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배운 거예요. 사업을 하면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 것이 인건비라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되었거든요. 첫 사업을 할 때는 개발자, 마케팅 담당자, 영업 담당자 등 다 필요할 것 같아서 인력을 막 채용 했어요. 돌이켜보면 코딩 빼고 웬만한 거는 제가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말이죠.
두 번째 회사인 하이퍼로컬을 설립하면서 온라인 플랫폼은 비노동집약적이라는 걸 깨달은 거예요. 건설업 아니면 조선업, 자동차 제조 등은 철저하게 인력이 투입되어야 하는 사업이에요. 로봇이 대신해 주지 않으면 사업이 커갈수록 인력이 더 필요한 구조죠. 투자 받아서 공장도 지어야 하고요. 그런 사업은 투자금이나 많은 인력이 필요한 게 맞아요. 근데 저희는 무형 자산인 온라인 플랫폼이잖아요. 물론 개발자가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꼭 풀타임으로 인하우스에 있어야 되나? 사업 초반엔 아닐 수도 있다고 보거든요. 이것에 대해서는 찬반 논쟁이 많아요. 저는 지금도 해주세요로 이걸 계속 입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두번째로 채용은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에요.
대부분의 창업가는 미래를 긍정적으로 꿈꾸는 경향이 있어요. 올해 10억, 내년 50억, 내후년 100억. 이런 식으로 큰 목표들을 잡는거죠. 그리고 높은 목표와 사업 계획에 맞게 인력도 미리 채용해요. 그런데 보통 사업이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거든요. 인력은 채용했는데 사업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인건비 때문에 힘들어지는 거죠.
회사가 힘들어졌다고 직원을 바로 내보낼 수 있을까요? 힘들죠. 4대 보험도 들어야 하고, 퇴사 한다고 해도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도 줘야 하죠. 직원 한 명이 가지고 오는 비용적 부담은 대부분 대표님이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커요. 예전에는 그걸 잘 몰랐던 거예요. 그러니 쉽게 쉽게 채용했어요. 물론 그런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혼자서 할 수 있는 것 같긴 하지만요. 5년 전 저에게 이 말 했으면 저도 안 믿었을 거예요.
기획, 디자인, 운영, CS, 각종 행정 업무 등 우선 창업자가 모든 일을 직접 해보고, 그 다음에 채용을 하거나 프리랜서를 고용하는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요. 창업가가 미리 해보고 각 업무에 대한 이해를 쌓아야 업무도 잘 맡길 수 있는 거라고 봐요.
조직 관리를 잘한다고 회사가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국 중요한 건 어떤 전략을 갖는지에 있다고 봐요. 전략이 안 좋으면 아무리 좋은 조직이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어요.
Q.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중인 예비 창업자분들에게 해주실 이야기가 있나요?
직원을 섣불리 뽑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시중에는 너무 좋은 API 또는 솔루션들이 많아요. 단편적인 예로, 서버를 개발할 필요 있나요? 지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나요? 결제를 개발할 필요가 있나요? 채팅을 개발할 필요가 있나요? 그냥 API 갖다 쓰는 거에요. 예전처럼 다수의 개발자들이 일일이 다 개발할 필요가 없다니까요. 그리고 이젠 좋은 프리랜서 매칭 플랫폼도 많아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명확한 지시를 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전 회사를 운영할 때는 전략도 애매하고, 지시도 애매하니까 20명의 직원이 맨날 우왕좌왕 했어요. 이제는 무엇을 요청할지 제가 명확하게 아니까 제 계획데로 굴러가는 느낌이에요. 물론 아직도 매일매일 시행착오를 겪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었어요.
그리고 사람이 수기로 해야 하는 것들을 다 자동화시켜 버렸어요. 웬만한 거는 다. 이것 때문에 저와 함께 일하는 개발자분들이 고생을 많이 했죠.
Q. 투자도 안 받고, 마케팅도 안 하신다고 들었어요. 이유가 있으신가요?
회사 설립 초기 개인 투자는 받았는데 아직 기관 투자는 받지 않았어요. 필요한 시기가 오면 투자 유치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에요. 다만 지금은 그 시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해주세요는 마케팅을 안 해도 자연유입으로 매일 약 1,000명이 신규 가입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아직은 큰돈이 필요하지 않고 마케팅도 1년째 아예 안 하고 있어요.
제가 회사를 운영하고 또 주변을 보면서 깨달은 사실 하나는, 사람은 큰돈이 생기면 돈을 쓰지 머리를 안 쓰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저는 돈이 많이 없어서 마케팅으로 매출과 서비스 지표를 올리려는 생각을 가질 수가 없어요. 돈과 마케팅 없이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할지만 고민하는 거죠. 그러니까 저와 함께 일하는 분들도 다 전이가 되는거 같아요. 물론 저와 일하는게 힘들다고 일을 그만 두시는 분들도 있고요. 반대로 같이 일해보고 실력이 없거나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분은 냉정하게 계약을 종료합니다.
돈을 마케팅에 쓰고, 무료 쿠폰을 많이 뿌리면 일시적으로 고객의 마음을 살 수는 있어요. 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영원히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것 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서비스가 곧 좋은 마케팅이고 좋은 영업이 되는거죠.
Q. 혼자서 많은 것을 하다보면 번아웃이 오지 않나요?
번아웃은 거의 매일 옵니다. 하루에 대략 15시간 일하고, 평균 퇴근 시간은 새벽 2~3시예요. 물론 주말과 공휴일에도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사실 저는 제가 지금 하는 일 말고는 대안이 없어요. 사업을 8년 간 했기 때문에 이걸 접고 다른 회사에 들어갈 수도, 또 장사를 시작할 수도 없을 겁니다. 지금 하는 일이 제 인생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늘 하기 때문에 번아웃이 와도 고객과 서비스만 바라보며 그저 달리는거 같아요.
그래도 전국적으로 해주세요를 통해 도움을 얻고, 또 돈을 벌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지금은 해주세요 심부름을 전업으로 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분들에겐 해주세요가 생계 수단인거죠. 많이 버시는 분들은 한 달에 300~400만원 정도 버십니다.
Q. 최근 대표님이 가장 집중하는 업무는 무엇인가요?
늘 그래왔듯 서비스 기획과 운영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요. 아직도 CS는 매일하고요. CS를 보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어떤 기능을 개발하면 좋을지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어요. 제 루틴을 보면 사용자들이 불편해 하는 것들을 빨리빨리 해결해 주고 또 헬퍼들한테 돈도 많이 벌어가게 해주고 이런 선순환 구조를 계속 만드는 걸 고민하는게 전부에요. 그게 저한테는 큰 보람으로 다가오는거 같아요.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해주세요를 잘 성장시켜서 국민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요. 솔직히 매일매일 뼈가 깎이듯 힘든데 아마 포기는 안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이게 제 라이프 미션 같은 느낌이라서요. 적당히 언제까지 하고 이런 건 없을 것 같아요. 갈 때까지 쭉 가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제 목표가 이루어지면 너무 좋은 거고, 혹여 성공 못하더라도 나름 유의미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거니까요.
참조 링크 🤓
해주세요 서비스 : https://pleasehel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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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망
저도 스타트업에서 고임금 개발자로 일한적이 있는데 가끔은 일이 없을 때 오히려 눈치가 보인 적도 있습니다. 물론 일을 찾아서 고도화를 한다거나 했지만 솔직히 기술적인 고도화가 초기 스타트업의 매출에는 거의 영향이 없는게 사실이죠. 오히려 이런 니즈들 때문에 구독 기반형 1인 개발 에이전시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인사이트 얻고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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