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 로라애비

반려견 심장사상충 해방을 위한 처절하고 잔혹한 노력
인류가 반려견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많은 기생충 중에서도 가장 두려워하고, 또 가장 치열하게 싸워온 대상은 단연 '심장사상충'입니다. 모기를 매개로 개의 심장과 폐동맥에 똬리를 트는 이 기생충은 오랫동안 미지의 공포였으며, 이를 정복하기 위한 과정은 독극물에 가까운 약물 투여, 치명적인 의료 사고,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벨상급 과학적 발견의 연속이었죠.
그래서 오늘은 심장사상충의 최초 발견부터 현대의 체계적인 예방 및 치료 시스템이 확립되기까지의 역사적 궤적과 아직 남아있는 과제도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처럼 붉은 괴물"로 불리던 벌레
심장사상충에 대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1626년 이탈리아의 한 귀족이 자신의 사냥개 심장에서 "길이가 팔뚝의 절반만 하고 손가락보다 굵으며 불처럼 붉은 두 마리의 괴물 같은 벌레"를 발견했다며 혈액으로 뒤덮힌 심장사상충의 모습과 크기를 과장한 모습을 기록해둔 한 사냥 논문입니다.
훗날 이 벌레는 1856년, 미국의 미국의 기생충학자인 조셉 레이디에 의해 '필라리아'로 공식 명명되었고, 후일 프랑스 학자들에 의해 현재의 학명으로 재분류되며 불처럼 붉은 괴물로 불리던 기생충이 "심장사상충"이라는 실체로 학계에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여전히 이 치명적인 기생충이 어디서, 어떻게 감염되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죠. 그러다 1900년, 이탈리아 과학자 지오반니 바티스타 그라시와 지오반니 노에가 현미경으로 관찰해, 모기가 직접적인 중간숙주임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심장사상충 감염이 모기에 의해 전해짐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여전히 뾰족한 심장사상충 예방과 치료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심장사상충 치료를 위해 시작 된 잔혹한 연구
성체가 돼버린 심장사상충이 자리 잡은 강아지를 치료하기 위해 인류는 당시 강력한 구충제로 알려진 '티아세타르사마이드'라는 맹독성의 비소 화합물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이 약물은 기생충뿐만 아니라 숙주인 개에게도 극도로 위험했는데요. 오직 정맥 주사로 혈관에만 투여해야 했는데, 바늘이 미세하게 어긋나 약물이 혈관 밖으로 단 한 방울이라도 새어 나가면 주변 피부와 근육이 심각하게 썩어 들어가는 끔찍한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운 좋게 주사가 잘 들어갔다 하더라도, 비소 성분은 개의 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독성을 입히기 일쑤였죠. 당시의 심장사상충 치료는 치료를 하다 개가 먼저 죽을지, 기생충이 먼저 죽을지를 시험하는 위험한 도박과도 같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이유로 이 시기에 심장사상충 치료와 연구를 위해 비소를 주사 맞은 수많은 강아지들이 잔혹한 결과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심장사상충 예방 시대의 개막 (Feat. 새로운 미스터리)
1947년, 피페라진 유도체인 'DEC'가 발견되면서 마침내 심장사상충 '예방'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치료보다 사전에 예방하는 게 더 효율적임을 깨달은 건데요.
1960년대 후반부터 '필라리비츠' 라는 이름으로 보급된 이 약물은 혁신적이었지만, 보호자와 수의사 모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주었습니다. DEC는 모기에게 물려 개의 체내로 들어온 유충이 탈피하는 아주 좁은 시기(감염 후 7~14일)에만 약효를 발휘했고, 체내 반감기가 매우 짧아 빠르게 배출되어 매일 약을 먹여야만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일본의 골프장 근처 흙 속에서 발견된 미생물에서 '이버멕틴'이 추출되며 심장사상충 예방은 한 달에 한 번만 약을 먹이는 혁명적인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매일 약을 먹이던 고통에서 해방된 수의학계는 환호했으나, 곧 기묘한 미스터리에 부딪히게 됩니다. 대부분의 개에게 완벽하게 안전한 이버멕틴이 콜리, 셰틀랜드 쉽독, 오스트레일리안 셰퍼드 등 일부 목양견에게는 혼수상태와 발작, 사망을 유발했던 것인데요.

이 미스터리의 원인은 2001년에 이르러서야 카트리나 밀리 박사에 의해 밝혀졌습니다. 콜리 종의 약 70%가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돌연변이로 인해 이버멕틴이 뇌로 무차별 침투하여 신경 독성을 일으켰음이 밝혀졌고, 콜리 종에게도 안전한 심장사상충 예방약들이 개발되었습니다.
이렇게 안전한 심장사상충 예방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고 현재는 1년 동안 예방이 가능한 주사까지 개발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예방과 함께 발전한 치료 전략
심장사상충의 예방 방법의 발전과 함께 치료 프로토콜 역시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독성과 부작용이 극심했던 기존 비소 화합물대신 안전성과 편의성을 높인 차세대 비소 치료제인 '멜라소민'으로 대체되며 심장사상충 치료의 큰 고비는 넘겼습니다. 하지만 심장사상충이 죽을 때 심장사상충의 세포 안에 있는 '볼바키아'라는 세균이 혈관으로 쏟아져 나와 개의 폐혈관을 막고 염증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져 완벽한 치료법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수의사들은 멜라소민을 주사하기 전, 항생제로 공생 세균인 볼바키아를 먼저 처리하는 전략을 생각해 냈는데요. 이 상태에서 구충제를 투여하면 굉장히 안전하게 심장사상충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이 현재 미국 심장사상충학회(AHS)가 권고하는 전 세계 공식 치료 프로토콜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해치웠나..?"
인류가 마침내 심장사상충을 완벽히 통제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2000년대 중반, 자연은 다시 한번 인류에게 예상치 못한 숙제를 내주게 됩니다. 2005년경부터 미국 미시시피 삼각주 지역을 중심으로, 현존하는 모든 심장사상충 예방약이 통하지 않는 사례들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인데요. 조사 결과 현재의 예방 약물에 대해 유전적 '내성'을 획득하며 진화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기적의 약물이었던 이버멕틴과 그 유도체들의 완벽했던 방어막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죠. 인류가 해오던 심장사상충과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겁니다.
심장사상충 예방을 위한 반려견 보호자들의 숙제
인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그와 동시에 보호자들 역시 반려견이 심장사상충에 걸리지 않게 하기위해 아래의 숙제를 꾸준히 해야만 하는데요.
하지만 만에 하나 아래의 증상들이 보인다면 심장사상충 감염으로 의심할 수 있으니 즉시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아보시기를 권장합니다.
특히 반려견이 5, 6번의 증상을 보일 경우 매우 응급 상황이기 때문에 즉시 동물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해주어야 합니다.

영역전개를 마치며
이번 내용을 조사하며 현재의 안전한 심장사상충 예방과 치료 방법이 자리잡게 된 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아 꽤나 놀라웠는데요. 게다가 내성을 가진 심장사상충이 발견되고 있고 언제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조금 더 예방약 투여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네요. 앞으로 더 똑똑하고 다정하게 건강을 챙겨주는 현명한 집사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요 참고 자료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