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 보이지 않는 고단함, 공감 피로

누군가를 치유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 안의 조각 하나를 내어준다.

2025.1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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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항해 편지

마음 돌봄의 지식과 실천을 담은 편지를 보내요 ˇ◡ˇ

〈마음 항해 편지 2호〉

누군가를 치유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 안의 조각 하나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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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돌보미들💎

2주 전 첫 편지를 보내 놓고, 아이러니하게도 벗은 바쁜 나날들을 보냈어. 하지만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 단순히 한가한 삶을 산다는 것이 아니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를 위한 공간 만은 꼭 비워둔다는 것임을 깨달았지🤍

나는 이렇게, 배움과 돌봄이 공존하는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어. 그 여정에서, 돌보는 사람들의 돌봄을 공부하고 또 꾸준히 나눌 테니까, 이 편지를 읽고 있는 돌보미들도 자신만의 마음 항해 여정을 잘 꾸려갔으면 좋겠다💙

그럼 마음 항해 편지 2호, 출항할게🚢


🌊 오늘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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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기 전에, 익명의 돌보미로부터 온 편지를 들려주고 싶어.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이 지면을 빌려, 제가 경험했던 공감 피로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시설에서 일하며 청소년 아이들을 주로 상담했었는데요, 그 아이들은 대부분 신체적, 심리적 외상을 겪은 후 심각한 정서, 행동적 문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겪은 큰 아픔과 어려움을 진심으로 경청하고 그 순간에 함께 느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번은 상담 중에, 마치 밀물과 썰물이 오고 가는 것처럼 아이가 저를 밀고 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를 좋아하다가 또 바로 저주하는 듯한 순간적인 변화가 계속되었던 거예요. 그 회기가 끝난 후, 저는 완전 탈진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자, 퇴근 후에도 아이들의 슬픔, 분노, 불안, 무기력 등이 저를 맴돌았어요. 마치, 그 감정의 잔상들이 저를 쫓아다니는 것만 같았죠. 가장 심각했던 것은, 이전에는 아이들의 감정 변화에 민감했던 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마치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던 거예요. 모두 다른 아이들인데, 매번 똑같은 반응을 하며, 다소 딱딱하게 말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집단 상담에 늦지 않으려 서두르다가 교통사고가 나고 말았어요. 그런데 사고 직후,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아, 오늘 상담 누가 하지? 오늘 아이들 누가 돌보지?"였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제가 제 자신의 안녕보다 아이들의 안전과 필요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나의 이 공감 피로가 나를 닳게 만들고 있구나, 지금 나는 번아웃으로 가고 있구나"하고 자각하게 된 거죠. 누구에게나 공감 피로 버튼이 있다고 해요. 저는 순간순간의 그 버튼을 알아채지 못 했기에 그 피로들이 누적되어, 결국 저를 닳게 만들었어요. 혹시 돌보미들도 다른 사람의 감정 때문에, 또는 그들에게 기울이는 나의 진심 때문에 닳아가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나의 공감 피로 버튼을 찾아 나를 잘 달래가며 우리가 사랑하는 이 일을 오래도록, 또 건강하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있든, '돌보는 사람'이라는 이름 하에 응원하고, 연대하며, 함께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ach time you heal someone you give away a piece of yourself.
누군가를 치유할 때마다 우리는 자신 안의 조각 하나를 내어준다.

Mark Stebnicki

 

'공감 피로(Empathy Fatigue)'는 Mark Stebnicki라는 심리학자가 처음으로 고안한 말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반복해서 듣고 느끼는 그 과정 중에 내 안의 힘이 점점 소진되는 것을 의미해.

이건 단순 스트레스를 일컫는 게 아니야. 정신적, 감정적, 신체적, 직업적 소진이 일어나는데 특히 상담사나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처럼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매주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나타나. 이건 그 사람이 약하거나, 전문성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 결코 아니야. 인간적으로 깊이 공감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지. 그러니까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임을 기억해야 해. 내가 나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했구나, 진심을 다했구나, 하며 스스로를 연민하는 게 변화의 시작이거든🤍


⛵ 오늘의 항해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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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건강한 자기 연민, 내가 깊이 공감했던 아이들 떠올리기

지금 지쳤다면, 그건 무언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이잖아. 근데 처음에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어. 그걸 인정하는 게 나의 실패이자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이번 항해의 첫 번째 실천은, 내가 마음 깊이 공감하려고 애썼던 아이들을 떠올리며 나의 노력을 기념하고 나의 소진을 연민하는 것으로 시작했지. 돌보미들이 마음 다해 가르쳤던 학생들, 진심으로 공감했던 내담자들, 지금 돌보고 있는 자녀나 부모가 있다면 같이 떠올려보자🤍

 

2️⃣ 나의 공감 피로 버튼 찾기

공감 피로를 느끼는 그 순간은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해. 완벽주의 성향이라던가, 강한 통제 욕구, 미해결된 과제, 과도한 책임감이나 의존도, 직업적 환경까지도 영향을 미치지. 자신의 고유한 버튼을 알아가려면 충분한 자기 인식 과정을 거쳐야 할 거야. 아래에 몇 가지 공감 피로의 징후를 적어두었으니, 함께 나의 공감 피로 지수를 점검해 보자🚩

🧠 정서·인지적 신호 공감 피로는 먼저 감정의 둔화나 공감 능력의 저하로 나타나. 타인의 감정이 더 이상 내 안에 닿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깊이 파고들 때도 있지. ✅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기 어렵다. ✅ 실제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로봇처럼 행동한다. ✅ 자신의 상처나 과거 경험이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 좌절에 대한 인내심이 줄어든다. 💬 행동적 신호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계속 일과 연결되어 있거나 자기돌봄의 루틴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아. ✅ 식사를 거르거나 주말에도 일한다. ✅ 퇴근 후에도 내담자나 업무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 ‘쉬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일한다. 💔 관계적 신호 공감 피로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거리 두기나 회피로 나타나기도 해. 정서적으로 소모되다 보면, 결국 가까운 사람에게 마음을 닫게 되지. ✅ 친구나 가족과의 만남을 피하게 된다. ✅ 타인에게 무관심하거나 예민하게 반응한다. 🩺 신체적 신호 공감 피로는 마음의 문제이지만, 결국 몸이 먼저 신호를 보내. ✅ 만성 피로, 무기력, 두통, 근육통 등이 자주 생긴다. ✅ 충분히 자도 개운하지 않고, 에너지가 바닥난다. 🌿 가치·정체성 신호 무의식적으로 ‘일이 곧 나 자신’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안녕보다 역할과 의무를 우선시하게 돼. ✅ 내 안전과 행복보다 ‘일’이나 ‘타인’의 필요에 더 큰 가치를 둔다. ✅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3️⃣ 감정 비움 루틴 만들기

세션이나 수업, 또는 만남이 끝난 후 자신의 감정을 떠올려 보고 그걸 포스트잇에 적어 보는 거야. 포스트잇은 감정에 빠르게 이름을 붙이고 바로 놓아주는 장치가 되는 거지. 핵심은 감정의 퇴적을 막는 거였어. 그런데 눈앞에 포스트잇이 없으면 "이따가 하지"하고 미루고는 금세 까먹더라고. 일지나 다이어리, 책상같이 잘 보이는 것에 비치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4️⃣ 공감 OFF, 아무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시간 만들기

"자연스레 공감이 된다, 마음이 그냥 움직인다"라는 사람도 있어! 완전 이해해, 나도 그러니까. 여기서 중요한 건 **의식적으로** 공감 스위치를 끄는 거야. 평일 저녁이나 새벽, 주말이든 누구의 감정도 들리지 않는 시간을 만드는 거지. 벗은 지난주 피크닉을 다녀왔는데, 조용한 자연 속에서 음악을 배경 삼아, 햇빛 아래 눈 감고 있던 그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많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어. 돌보미들의 마음속 소음을 식히는 시간은 언제인지 같이 공유해 줄래?

 

5️⃣ 창의적 활동으로 회복하기 

Stebnicki는 "창의적 표현은 공감 피로를 해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어. 글, 그림, 악기, 요리처럼 감정을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통로를 찾는 거야. 벗은 빼어난 예술적 재능은 없지만 읽고, 쓰고, 감상하고, 만드는 것을 즐겨서 일상 곳곳에서 창의성을 단련하고 있어. 시간의 여백에 여러 색깔들을 입히면, 내 안의 감정들이 조금씩 풀리는 것을 느낄 거야. 돌보미들도 즐겨 하는 창의적 활동을 추천해 줘🎨

 

6️⃣ 나를 돌보는, 나만의 항해 시간 예약하기

공감 피로를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은 아무래도, 나의 돌봄을 가장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야. 이 시간은 할 일은 다 끝내고 비는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불가침 시간으로 미리 예약을 해두는 거지. 학교 수업이나 미리 등록한 PT처럼, 중간에 무를 수 없는 나만의 항해 시간을 꼭 고정해 두길 바라. 자기 돌봄이 일정의 가장 위 줄에 오를 때, 온전한 회복이 가능해지니까🍀 


⚓ 오늘의 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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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돌보미 차례가 돌아왔어. 나의 공감 피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기를 바라며, 오늘도 세 가지를 제안할게🧡

1️⃣ 내가 깊이 공감 했던 순간을 떠올려보기 2️⃣ 앞으로 2주 동안, 공감 OFF 순간을 최소 3번은 만들어 보기 3️⃣ 나만의 항해 시간 예약하기

오늘 우리는 공감이 얼마나 고단한 마음의 일인지, 그리고 그 고단함이 결코 나약함이 아니라 누군가를 깊이 책임지려는 애정의 흔적이라는 것을 배웠어. 오늘도 돌보미의 공감이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잠시 멈추는 지혜를 발휘하기를 바라💙

이 편지를 덮기 전에 오늘 떠올랐던 한 장면, 혹은 기억나는 문장이 있다면 답장해줄래? 그 짧은 답장이, 벗에게는 다음 항해를 밝히는 등불이 될 거야. 그럼 오늘은 이만 닻을 내릴게. 2주간 돌보미의 마음에도 고요한 쉼이 스며들길 바라며,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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