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실리콘밸리에서의 '단톡방'의 위력

아무도 모르면서 모두가 알고 있는

2023.03.20 | 조회 936 |
0
|

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집 근처에 Rainbow Grocery라는 5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진 슈퍼마켓이 있습니다. 조금 특이한 곳으로 육류는 전혀 없고, 기본적으로 지역산 유기농 채소만 취급하며, 비건들을 위한 식재료가 풍부하게 구비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일본 아이치현의 된장인 핫초미소나 깍두기도 같은 미국 슈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들도 낱개로 파는데요, 이번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조금 사보았습니다. 미국에서 만든 된장이나 김치이니 뭐 얼마나 맛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기대가 적었는데, 이게 제법 맛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애용해야겠습니다!


SVB 사건의 원인을 생각할 때 SVB의 재무 상황, IR 커뮤니케이션 실패, 스타트업이라는 가장 위험한 회사 카테고리에 대해 은행업을 제공한다는 사업 내용 등 여러 가지 깊이 파고들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  메일리 뉴스 레터 구독  |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 애플 팟캐스트 

그러나 위와 같은 SVB라는 회사의 내재 리스크(Intrinsic Risk)도 있습니다만, 외부 환경에 관련된 시스테매틱 리스크(Systematic Risk)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소셜 미디어나 퍼블릭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보가 순식간에 확산된 것은 매우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SVB로부터 자금을 인출하도록 투자처 기업에 지시를 내린 최초의 VC로 여겨지는 Founders Fund는, 투자처 기업에 그 사실을 개별적으로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스타트업계의 누구나 이 상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나 공개 온라인 포럼(Reddit 등)이, 대중의 집단행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자주 있는 일입니다. Reddit을 통해 GameStop사가 주식시장에 전례 없는 영향을 준 것은 아직도 기억에 새로운 일입니다. 또한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미국 국회의사당(U.S. Capitol)을 습격했을 때도 트위터는 정보 전달 수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SVB 사건은 다릅니다. 아마도 레딧이나 트위터 같은 공개 매체가 아니라 비공개 정보 전달 매체에서만 정보가 퍼졌음에도 매우 큰 임팩트를 남긴 최초의 사건이 아닐까요?

그것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바로 '단톡방'입니다. 미국에서는 WhatsApp이나 문자메시지(SMS)가 널리 쓰이는데, 그것들도 다 단톡방 같은 기능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친구나 가족, 그리고 회사에서도 단톡방을 사용합니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나 VC도 예외는 아닙니다. 오히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단톡방은 더 강력합니다. 스타트업은 미상장사라 정보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VC의 투자도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많은 커뮤니케이션은 단톡방과 같은 사적인 채널에서 이루어집니다.  

창업자들은 다른 창업자, VC 혹은 팀원들과 단톡방을 갖습니다. 그곳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데, 그 정보 중에는 기밀성이 높은 것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그것은 서로를 알고 있는 소수의 그룹입니다. 공개 온라인 포럼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이곳에서의 정보를 더 신뢰합니다. 물론 그만큼 집단사고도 일어나기 쉬워집니다. 

자, Founders Fund가 30명의 포트폴리오 회사 창업자에게 SVB에서 자금을 인출하도록 지시했다고 칩시다. 각 창업자는 이를 다른 5명의 신뢰하는 사람들과의 단톡방에서 공유합니다. 현재 150명이 SVB에서 인출한 것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다시 5명의 단톡방에서 그 정보를 공유합니다. 이제 750명이 그 정보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이 몇 번 반복되는 동안 몇 시간 안에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것은 정보를 받는 사람입장에서, 그리고 또 정보를 발신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으로서는 이 단톡방이라는 정보 채널의 혜택을 받기 위해 적절한 사람들과의 단톡방에 들어가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에 SVB를 알게 된 것이 일반 언론이 눈치채고 나서라면 이미 늦었습니다. 저도 SVB를 알게 된 게 비교적 빨랐던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더 빨리 알았으면 좋았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보낸 사람으로서는 단톡방에서 공유한 정보가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해 둘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단톡방 정보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메일리 뉴스 레터 구독  |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 애플 팟캐스트 

References:n/a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4 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샌프란시스코에서 벤처 펀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및 벤처캐피털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뉴스레터 문의yk@vridge.co

자주 묻는 질문 서비스 소개서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53길 8, 8층 11-7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