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지난주 싱가포르 출장을 마치고 두바이에 다녀왔습니다. 두바이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중동 자체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군 복무 중에 이라크에서 7개월 정도 시간을 보낸 적이 있기에 중동을 방문하는 것은 18년 만입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버즈 칼리파와 버즈 알 아랍을 눈 앞에서 보고 감명을 받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또 업무적인 측면에서도 꽤 밀도 있고 잊을 수 없는 출장이 되었습니다.
이번에 두바이에 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그곳에서 열리는 패밀리 오피스 관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받았기 때문입니다. 그전 주에 어차피 싱가포르에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이왕 초청을 받았으니 두바이를 한 번 들려서 그곳 펀드레이징 상황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바이가 싱가포르에서 가까운 건 아니지만 (6시간), 샌프란시스코보다는 훨씬 가깝기 때문에 (16시간!) 지금 안 가면 언제 가보나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투자자들이 이 지역에서 펀드레이징을 해 왔습니다. 아마도 가장 주목할 만한 투자는 사우디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에 대한 투자일 것입니다. 사우디는 2016년에 450억 달러 (지금 환율로 약 60조 원, 즉 현대차 시총정도)를 투자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적으로 유명한 벤처캐피털 및 사모펀드들도 이 지역에서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안드레센 호로위츠와 같은 펀드들이 사우디에서 자본을 조달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다는 사실은 파이낸셜 타임스의 기사에서도 예전에 이미 언급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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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지역의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그들 지역의 국부펀드의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AUM 기준 상위 10개 국부펀드 중 4개가 중동 국부펀드입니다. 사우디의 PIF, 아랍에미리트의 ADIA, 쿠웨이트의 KIA는 특히 자주 듣는 이름입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의 많은 펀드들이 중동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두바이 출장에서 중동에서 펀드레이징을 하려는 미국, 인도, 영국, 중국등의 펀드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한국에 잘 알지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 하는 외국 펀드가 갑자기 한국에 와서 자금조달을 해 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중동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냥 한번 와줬다고 펑펑 투자를 해주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해외 펀드 중에 중동에서 자금을 조달하려고 1년 동안 거의 매달 그곳을 방문했지만 결국 단 한 푼도 조달하지 못한 이야기를 몇 번 들었습니다. 또 아랍에미리트의 국부펀드 중 한 곳에서 일했던 분 중에, 지금은 유럽의 다른 펀드에서 일하고 있다는 분도 만났습니다. 그는 분명히 중동지역의 국부펀드 사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그도 그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동안 많은 노력이 쏟아부었고요. 1년에 한 번 그냥 중동을 방문해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정말 행운을 빈다고라는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을 거 같습니다.
또한 어떤 것이든 빠른 성장에는 항상 부작용이 따릅니다. 예를 들어 중동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사람들을 이용해 먹으려는 사기꾼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소개를 통해 왕족과 연줄이 있다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사람에 대해 뒷조사를 좀 해봤는데, 그 사람이 저에게 말한 내용 중 거짓말 몇 가지가 바로 확인되었습니다.
물론 어떤 일부 펀드는 큰 노력 없이도 성공적으로 중동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려는 사람은 아주 잘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왜 그곳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하고 또 조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좋은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미 펀드로서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데 지금 더더욱 큰 자금이 필요하다든지 (안드리센 호로위츠와 같은), 아니면 중동의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투자 계획을 가지고 있다든지 하는 것들이 흔한 합리적인 대답이 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왕족분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직접 저희 회사인 GREE, 그리고 제가 운영하는 미국의 펀드 오브 펀즈, 그리고 저에 대해 소개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그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악수도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뭔가 대단한 무엇인가를 시작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지만, 솔직히 이 번 일을 통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희 펀드가 중동으로부터 자금을 조달을 해야 하는지, 또 하고 싶은지에 대해서 우선 생각을 해보는 게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출장을 통해 이런 것들을 배우고 경험한 것은 아주 큰 수확이었음이 확실합니다. 뭐가 어째 되었든, 중동은 지금 아주 매력적인 지역이며 또 자금도 충분히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예의 주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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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Silicon Valley VCs tour Middle East in hunt for funding - https://www.ft.com/content/567ca518-b138-4273-bfe6-0712ef31e01d
Top 100 Largest Sovereign Wealth Fund Rankings by Total Assets - https://www.swfinstitute.org/fund-rankings/sovereign-wealth-fund
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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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re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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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록의 테크인사이트 (578)
안녕하세요! 제가 댓글을 지금 찾았네요...ㅜㅠ 의견 감사드립니다! 네네 지금 사이가 많이 좋기때문에 좋은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어프로치를 하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에서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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