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 지나 북악터널에 다다르면 마음이 부푼다. 하늘과 수평으로 내달리던 버스는 느긋하게 속도를 줄이고, 승객들은 이때다 싶어 홍지문을 바라본다. 홍지문이 붉고 노랗던 계절에도 푸르른 요즘도 오른쪽 좌석은 이미 매진. 평창동과 부암동을 끼고 여행하는 동안 몇 개의 능선을 구경하였나 세어본다. 좋은 것은 다시 보아도 좋으니 열을 봐도 하나라 세어야지. 서울은 바다가 없는 고장이라 그런가 산이 흔하면서 귀하다. 누구나 흔한 그리고 귀한 것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두 그런 마음으로 여름을 보내면 좋겠다. 연희 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리면 위로는 연희초 아래로는 홍대로 내려가는 길과 성산로가 열십자로 만난다. 좁은 면적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옛 동네의 정취가 물씬. ‘오늘은 올랐다가 내려갔다가 몇 번이고 왔다 갔다 마침내 얼굴을 빨갛게 익혀서 집에 가야지.’하는 마음을 먹고 궁뜰 공원 쪽으로 천천히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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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하민
글만 읽어도 부풀어 오르는 마음이 사진까지 더해져 꼭 저 시선만은 마음에 오래토록 간직하고 싶어져요! 주석님만의 시선을 오래오래 보고 싶습니다 :^)
주석의 주석
오래 간직해주세요. 건강하시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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