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암 한복판에서 “여기 완전 건대 커먼그라운드 아니냐?”라던지 왓 프라깨우 출구에 늘어선 노점을 보며 “이거 떼어다 황리단길에서 팔면 거상 각이다.”라며 심심한 농담을 자주 던졌다. 카오산로드에서 신포시장을 추억하기도 했고… 환상적인 액티비티와 특별한 경험을 꿈꾸며 찾아온 여행이었지만, 역시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방콕은 듣던 대로 빈부격차가 심각해 휘황찬란한 문화재 주변으로 걸인과 마약이 즐비했다. 코끼리 바지를 입은 관광객 무리 옆엔 부도덕한 장사꾼들도 자주 보였다. 차별과 혐오 그리고 불법… 사실 한국과 다를 바가 없었다.
여행에 대한 기대치는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숙소를 예약할 때가 최고였다. 여행 가방 싸며 반토막, 여섯 시간 비행을 결심하며 반토막, 땅을 밟으며 느껴지는 후끈함에 텐션이 올랐다가 이내 자주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피로감 때문에? 낯선 지폐의 단위를 확인하고 물건의 값을 한화로 계산하는 일, 숙소 앞 편의점까지 가는 10분여의 치안을 걱정하고 강도로부터 내 가방을 지키는 일, 식사 예절에 어긋나지 않도록 현지인들의 이목을 살피는 일 등등...
더구나 첫날 먹은 돼지 염통이 잘못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탈이 안 나고는 못 배기는 비린내였는데) 약국만 보이면 뛰쳐가서 장염약을 달라던 6박 7일이었으니 말이다. 특히나 구글 번역기가 설사를 ‘diarrhea’가 아닌 ‘even if’로 번역하면 더욱 그렇다. 급해 죽겠는데. 일생의 위기를 뒤꽁무니로 막는 중인데... 남들은 반신욕 하며 와인 마실 때, 혹시나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매실 액기스를 꼴깍이니 더 서러웠다. 게으른 생각이지만 나는 호텔에 누워만 있을 테니 누가 대신 여행해주고 기억만 뇌로 이식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역시나 집이 최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방콕에 있을 줄 알았던 행복이 한국에 있었다니.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행복을 홀대하진 않았을까? 아무 의미도 아닌 것처럼 여기며…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던 행복의 결실을 도처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여독을 풀어준 전기장판의 따뜻함, 빨래 건조대에 널린 수영복의 형형색색, 일주일 뒤 여행 사진을 정리하며 복습하는 푸팟퐁커리의 맛! 미처 행복인 줄 몰랐던 것들을 꼭꼭 씹어 기억해야지. 뒤늦게 알았던 행복들, 이제는 놓치지 말기를 바라며.
*네 편의 방콕 여행기, 어떤 마음으로 읽으셨나요? 가까이에 있어 행복인지도 몰랐던 것들… 혹시 찾으셨다면 저에게도 공유해주세요. 그럼 저는 다음 연재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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