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²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의 계절이다. 노포에서 전어회 무침에 소주 한 잔, 2차로 한강 벤치에서 노가리에 코젤 한 모금 들이켜는 것 못지않게 박화요비의 노래도 가을이 제철이다. <어떤가요>, <그런 일은>, <Lie>, <만약에 우리 둘 중 하나라도>등등 그녀의 무수한 명곡들 중에서 특히나 <당키세요>를 가을 테마곡이라고 뽑은 이유는 가사가 한몫을 한다. 첫 소절이 다음과 같다. ‘어지러워진 마루 위에 웅크린 채로 내 몸을 감싸고’ 듣자마자 웅크리게 된다. 마루는 없으니까 침대에서. 하루아침에 쌀쌀해진 아침 공기를 체감하는, 가을의 신호탄인 셈이다.
‘여성 솔로 싸움에 차트 터진다.’같은 헤드라인이 흔했던 시절, 이수영과 장나라 그리고 박화요비와 박정현의 노래를 테이프가 다 늘어날 때까지 듣고 또 들었다. 침대 한 편에서 웅크리고 말이다. 나의 청소년기에 누나들이 열심히 노래해 준 덕분에 수천 번의 연애와 수만 번의 결별을 해보았고, 가을 타는 대신 소맥을 타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기분으로 플레이리스트에 누나들 노래 가득 넣고 오늘도 밤 산책을 나서본다.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 without you but you were mine~’
¹박화요비? 화요비? 요비?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소속사는 ‘박화요비’가 ‘빠가요비’ 그니까 ‘바보요일’로 오인될 우려가 있어서 ‘화요비’로 바꾼다. 허나 필자에게 먼저 각인된 그녀의 이름은 ‘요비’였는데, 당시 <tv 특종 놀라운 세상>의 한 코너였던 ‘스타의 전생체험’에서 스페이스A의 한 멤버가 울며 “요비..요비..”를 부르짖었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던 박화요비를 아무도 몰랐던 터라 ‘요비’의 정체에 관해 한동안 화제였다. 그리고 2017년 그녀는 다시 '박화요비'를 활동명으로 정한다.
²<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는 2004년 박화요비가 발표한 곡으로 일본 가수 코야나기 유키의 <あなたのキスを数えましょう>를 리메이크 한 곡으로 필자가 박화요비를 디바로서 인정하게 만들어준 곡이다. 이하 <당키세요>로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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