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에게 받은 몬스테라가 하루빨리 말라죽길 바랐다. 매일 습도 체크하고 잎도 닦아주면서… 그리고 1년이 지난 오늘. 웃자란 녀석들 때문에 아래 녀석들이 빛을 못 보고 시들해지는 것 같아 가지를 치고 분갈이를 해주고 있다. 그간 공중 뿌리 여러 개가 생겨서 잘라낼 위치를 넉넉하게 잡을 수 있었다. 민잎에서 찢잎으로 향하는, 매일이 자라는 중인 참 기특한 녀석이다. 후, 이러니 안 죽지.
겨우내 턱이 높아 들지 못했던 해가 요샌 거실에도 너끈히 들어온다. 남중고도니 뭐니 했던 이야기들이, 처마에 걸린 풍경에 빛 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가, 어느 한옥에서 만져보았던 기둥의 봄 냄새가 떠오른다. 작정하고 모아둔 하얀 빨랫감들을 깨끗하게 빨아 널어둔다. 하얀 천과 봄볕이 만들어 내는 노란 그림자의 향기가 참 선하다.
벙근 벚꽃망울만 보아도 마음이 한소끔 끓어올라 잡도리하기에 바쁜 계절. 피어나고 흩날리고 떨어지면 봄이 다 끝난 양 호들갑을 떨지만 그제야 시작이다. 벚꽃이 지고 초록 잎이 꿈틀대는 2주 동안은 부지런히 자전거를 탄다. 피어나는 것, 열리는 것에만 온통 관심을 쏟는 세상. 포토제닉 하지 않아도 괜찮다. 충분한 풍경을 맘껏 즐긴다.
엄마가 소고기보다 부드럽다면서 나눠준 두릅을 다듬고, 씁쓸한 달래 넣고 된장찌개를 푸짐하게 끓인다. 향긋한 머위장아찌까지 내어 봄날의 밥상을 차리며 이런 생각을 한다. ‘두릅이나 머위가 실린더 안에서 전시되는 날이 오겠지? 고급 한정식집에서나 나물 구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봄을 꼭꼭 씹어 삼키며 내년 밥상도 기대를 해본다.
겨울 참 길다 싶더니 어느새 봄도 끝나간다. 설레는 시작엔 안녕하기 쉽지만 떠나는 계절은 속절이 없어 안녕하기 힘들다. 아무 인사도 없이 계절을 떠나보내기가 부지기수라 취미 삼아 봄에게 안녕을 건넨다. 주말 내내 쓸고 닦아 빛의 자리를 만들고, 흙을 만지고 가지를 정리하며, 사소한 것들에 관심을 주고 시야를 넓히면서.
*취미란 반복인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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