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2026.01.08 | 조회 1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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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벤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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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정확히 말해서, 매주 4~8시간을 투자하며 글쓰기를 이어 갈 수 있을까.

 

재작 년 겨울부터 제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전부터 일기도 몇 년간 써왔고, 블로그나 다른 뉴스레터도 시도해보았지만, <주간벤자민> 형식의 글을 쓴건 2024년 겨울 부터이다. 격주 금요일에는 늘 오전 반차를 썼다. 목요일에 있는 글쓰기수업이 자정이 넘어서까지 진행 되었기 때문이다. 그 수업에 진심으로 임하고 싶었고, 글쓰기 수업 이후에도 나 스스로 공부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약 세 달 동안의 글쓰기 수업, 본업보다도 글쓰기가 중요했던 날이었다.

 

수업이 끝나고도 글쓰기를 지속했다.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지인에게만 이메일로 매주 글을 써서 보냈다. 이메일 창을 열어 백지에 타자를 치고, 일일이 수신자를 써넣어서 보냈다. 뉴스레터 <주간벤자민>가 생기기도 전 이다. 열댓명 남짓한 수신자들이 참으로 든든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글을 잘 읽었다고 말해주었다.

 

몇 달이 지나고, 이제는 내 글을 공개적으로 내보이고 싶었다. 작년 여름에는 뉴스레터 수업을 들었다. 적은 수의 독자라도, 누군가의 메일함에 확정적으로 도달하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블로그나 여타 SNS 대신 뉴스레터를 선택했다. 한달 동안 퇴근 후 저녁시간을 뉴스레터 공부와 세팅에 할애했다. 뚝딱 완성해서 2025년 6월 3일, 첫 뉴스레터를 발행했다. 처음 보내는거라 어차피 수신자는 같았지만, 좀더 공식적이고 공개적이어졌다는 데에서 엄청 긴장되고 신났었다.

 

발행하고도 몇 십번 반복해서 읽었는지 모르겠다. 발행하고나니 내 글이 너무 부족해보였다. 아쉬웠지만 그 마음을 다음주에 해소하며 뉴스레터 <주간벤자민>을 가다듬어갔다. 어느새 30주 연속 뉴스레터를 발행했고, 20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작년 6월의 나는 이런 결과를 상상이나 했을까.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가서 지금을 바라보니 정말 감격스럽다. 매번 읽어주는 구독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솔직히 말하건대, 최근 5주간은 제대로된 글을 쓰지 않았다. 저번주까지 빼먹지 않고 뉴스레터를 발행할 수 있었던건, 과거에 일주일에 두세개 씩 써냈던 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속된말로 글 '돌려막기'를 했던 셈이다.

 

최근 5주간은 글을 쓸 겨를없이 바빴다. 참고로 매주 양질의 뉴스레터가 발행되었던 과거에는 일주일 내내 생각 할 시간이 있었고, 하루 이상 글쓰기에만 쏟을 시간이 있었다. 내 생활에서 기본 일과 외에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활동이었다. 책읽기와 글쓰기. 이것 없이는 살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재작년 말 부터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글쓰기가 다른 것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어주기 시작했다. 글쓰기 때문에 연차를 쓴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책과 글로 가득찼던 나의 저녁 시간에 운동과 돈, AI 등 이 밀고 들어왔다.

 

'운동하지 않고는 나의 생산성을 유지하기 힘들어.' '돈을 충분히 벌지 않고는 양질의 삶을 살 수 없어.' 'AI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금방 도태되고 말 거야.' 이 세가지 바위가 굴러들어왔다. 박혀있던 책과 글을 빼냈다. 운동하지 않고 돈벌 궁리를 하지 않고 AI를 공부하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건 참 바보같은 짓이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이 바보같은 짓을 나는 꾸준히 계속 할 수 있을까. 글쓰기가 체력을 증진시켜 주지 않는 한, 돈을 벌어다 주지 않는 한, 시대의 트렌드가 되지 않는 한, 글쓰기가 다시 내 인생의 1순위로 돌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해, 내 생각을 깊이 파내어 가다듬을 수 있을까, 독자를 위해 수십 번씩 쓰고 고칠 수 있을까, 발행 이후에도 수십번씩 다시 보며 여운을 즐길 수 있을까. 더 정확히 말해, 그럴 '시간'을 낼 수 있을까.

 

이젠 돌려막을 글도 떨어졌다. 그래도 발행해야만 한다는 의무감에 오랜만에 아무것도 없는 백지에 한자한자 적어내려가본다. 겨우 한 시간 남짓 썼다. 오랜만에 글을 채우면서 마음도 채워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예전 같았으면 두시간을 더 적고, 세시간을 다시 보고 네시간을 다시 적었겠지. 이제 그런 시간은 당분간 오지 않는 건가. 많이 아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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