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서도 당하는 한국영화 신파, 또 너야?

구독자 님은 '신파'를 아시나요? 영화 <7번 방의 선물>이나, <신과 함께>가 떠오르셨다면, 아마 신파에 대해서 이미 어느 정도 알고 계신다는 뜻일 거예요. 

분명 많이 쓰는 말이지만 정확한 의미는 알지 못했던 신파. 사실 신파의 뜻은 '새로운 파도 또는 물결'이라고 해요. 원래 근현대 동양에서 서양식 연극을 기반으로 만들던 연극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감정이 과잉되거나 논리와 개연성을 무시한 채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영화'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어요. 

에디터 우기의 오늘 주간적인 영화 썰에서는 왜 이런 신파가 문제가 되는지, 왜 자꾸만 한국 영화에 신파가 등장하는지 분석해 보는 시간을 준비했어요. 바로 만나보시죠! 

우리는 왜 알면서 신파에 당할까 

인터넷 댓글 또는 별점을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말 중 하나인 ‘신파’. 관객들이 한국 영화에서 가장 싫증 내는 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영화까지만 해도, 초반엔 웃음 + 후반 10분 ‘감동’ 및 교훈 코드 인 영화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렇다면 왜 이런 영화들이 범람하기 시작했고, 우리는 왜 이런 작품들을 지겹다고 생각하는 걸까? 필자는 여기에서 확실히 짚고 넘어가고 싶다. 신파 영화라고 해서 꼭 감동적이진 않으며, 감동적인 영화라고 해서 꼭 신파극인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동적인 영화'의 포커스가 관객의 감정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면 신파 영화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관객을 울리는것‘ 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의 신파 영화들은 얕거나 개연성 없는 감정선을 만회하기 위해, 장면 순간의 임팩트에 힘을 쓴다. 신파 영화들은 치밀한 각본으로 완성된 캐릭터의 여정이 아닌 배우들의 울음, 그리고 BGM으로 관객을 울린다. 필자가 봤던 영화 중에서 이런 점이 가장 부각된 것은 영화들은 <신과함께>, <히말라야> 그리고 <원더풀 고스트>였다.

이 세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정말 혹시라도 이 세 작품을 아직 보지 않았고, 절대로 스포일러를 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길 바란다.

<신과 함께>의 결말부, 어머니가 처음으로 말을 하는 장면에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열했다고 했지만 필자는 무표정으로 봤다. 오히려 담백하게 풀어내었으면 감동적일 수도 있었던 장면을 과한 음악과, 주변인물들의 ‘봐! 나 울고 있지?보고 있는 너도 울어!’스러운 과한 리액션 때문에 오히려 몰입을 심하게 해쳤다. 갑자기 개연성 없이 무죄를 선고받는 주인공은 덤이다.

<히말라야>의 결말에서도 죽은 동료의 시체를 드디어 찾았을 때, 감동적일 수도 있을법한 장면을 ‘너무 딱딱해’ 같은 구린 대사와 과한 음악 그리고 전형적인 리액션들로 인해 필자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가장 최악은 영화 <원더풀 고스트>다. 위의 두 작품은 그래도 최소한의 개연성과 스토리 진행을 이루고 있었다면, <원더풀 고스트>는 이마저도 없었다. 개연성이 전무하고 (김영광의 캐릭터가 갑자기, 정말 ‘갑자기’ 주변 사물들을 움직일 수 있게 됐을 때 눈을 의심했다), 캐릭터는 클리셰 그 자체이며 배우들은 오열을 하지만 관객들 사이에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신파 영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으니, 왜 신파 영화가 계속 나오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특히 영화가 내내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초반엔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웃다가, 후반에 울면 그만큼 감정의 변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보람찬 시간을 보냈구나’라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한국 영화들이 이런 억지 감동 코드를 아직까지도 많이 사용하는 것도, 그만큼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냈었기 때문이다. 관객이 눈물을 흘릴 만큼 감동적인 영화를 만들면 사람들은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영화는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덤벼드는 한국 영화가 많아지면서 점점 한국 영화 시장은 억지 감동투성이로 변해버렸다.

실제로 이런 못 만든 신파 영화들은 대부분 개연성이 전무하고 오로지 비극을 위한 비극이 존재한다. 초반과 후반의 괴리감은 덤이다. 그래도 한국 관객들의 영화 수요가 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부각되기 시작했고 영화들도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비교적 최근에 대박 친 작품인 <극한직업>은 신파적으로 흘러갈 수 있을 법한 장면을 오히려 블랙 코미디적으로 풀면서, 신파적인 연출을 일부러 사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직도 진부한 신파 영화들이 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슬슬 발전을 이루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의외로 신파 영화라고 해서 다 나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필자의 생각엔 이 영화가 다른 신파 영화들과 궤를 달리한 점은 바로 '신파를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감독의 코멘터리에 의하면 처음부터 이 영화는 신파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대신 어떻게 하면 관객을 설득하면서 그들이 따뜻한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한 고민이 영화에서도 보인다. 시한부 환자의 고민, 부인이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남편, 그리고 남겨진 자식들. 이 영화의 인물들과 연출에는 다른 영화에선 보기 힘든 진정성이 보인다.

이 영화뿐만이 아니다. 소설 ’곰탕’의 작가인 김영탁 감독의 연출작 <헬로우 고스트>도 관객을 똑같이 울리지만, 초반부터 나름대로의 개연성을 챙기면서  이야기를 쌓아 올린다. 영화의 마지막 10분은 대놓고 신파지만, 초반부터 쌓아 올려진 이야기와 따뜻함이 어우러져 효과적으로 '의미있는' 울음을 자아낸다. 

신파영화이더라도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결국엔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혹시 신파영화이더라도 재밌게 본 작품이 있거나, 구독자 님께서 보셨던 작품 중 신파가 가장 심했던 작품이 있다면 댓글에 적어주길 바란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 이번 주 볼거리

이번 주 볼거리는 주간영화 독자분 중 아무도 아는 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독립영화 <잉크>다. 소녀의 영혼을 빼앗아 '인큐비'라는 사람들에게 악몽을 심어주는 악마들과 거래를 하려고 하는 ‘잉크’라는 괴물의 이야기다.

판타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2억 원이라는 말도 안 되게 적은 예산으로 촬영했는데도 상당히 놀라운 퀄리티를 보여주는 영화다. 

일부 배우들의 다소 어색한 연기, 초반의 난잡한 플롯 등. 단점들도 있지만 독특하고 에너지 넘치는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훌륭하게 영화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음악이 영화를 대단한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특히 편집이 굉장히 독특한데,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이 영화만의 독특한 분위기에 한몫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음악 중에서 ‘the city surf’ 라는 곡은 리암 닐슨 주연의 <더 그레이>에서도 라이센스되었는데, 영화의 몽환적이고 어두운 분위기를 완벽하게 담아낸다. 이 곡 덕분에 영화가 유명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훌륭한 곡이기 때문에 한 번쯤은 들어보았으면 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영화는 독립영화인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영화가 아니었는데, 입소문을 통해 토렌트 사이트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감독이 오히려 영화를 토렌트로 먼저 보라고 홍보하며 재미있게 봤으면 본인이 직접 판매하는 블루레이도 사라고 권유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펼쳤는데 꽤 좋은 반응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다만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바닥인 만큼 한글 자막이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자막 파일을 찾거나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는 구독자 님이라면 꼭 한번 봤으면 한다.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와는 정말 다를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와 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24살 너드.

취미로 가끔씩 영화도 만든다.

운동에는 관심도, 재능도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스포츠를 말 그대로 책, 그리고 영화에서 배웠다. <아이실드 21>이라는 미식축구 만화를 보고 아버지를 졸라 고무로 만든 연습용 미식 축구공을 가지고 만화에 나오는 기술들을 따라 해 보기도 하고, 영화 <국가대표>를 보고 그들의 훈련법을 흉내내 보기도 했다. 

피구를 할 때면 공이 무서워 도망만 다니던 10살짜리 애가 자발적으로 미식축구 공을 사게 만드는 걸 보면, 스포츠라는 소재에는 분명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추천할 영화 <독수리 에디>에 등장하는 에디도 10살의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에디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던 꿈이 있다. 바로 올림픽에 운동선수로 출전하는 것. 모두가 그의 꿈을 비웃고 거들떠보지도 않지만, 에디는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꿈 하나로 영국 유일의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실 영화의 이야기는 흔한 스포츠물에 가깝다. 무모해 보이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를 무시하지만, 결국 그의 진심을 알고 지지해 주는 조력자. 그리고 이들을 비웃는 대중들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수리 에디>를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스포츠물의 전형적인 이야기를 오히려 '전형적'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에디의 도전은 어찌 보면 우스꽝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런 바보들이 아직까지 있기에, 그리고 그런 바보들을 소개해 주는 이런 영화들이 있기에 세상은 그래도 바보 같은 도전을 해 볼 수 있는 곳이지 않나 싶다. 

글로 이것저것 해보는 콘텐츠 에디터.

구독하는 OTT 서비스만 5개.

최근에 거금을 들여 닌텐도 스위치를 장만해 

남 부럽지 않은 게임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다. 

5초만에 피드백 남기기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찾아가는 <주간영화>는 아직 성장 중!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