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분 [주간 묘사 제 7호]

그녀는 오늘 대뜸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매번 하나로 묶고 다니는, 등을 훌쩍 넘게 자란 머리카락을 그녀는 짧게, 묶을 수는 있을 정도로는 짧게 잘라 달라고 그랬다. 미용실 직원은 하나로 묶인 그녀의 머리카락을 보고서는 풀고 다녀도 되겠는데, 그래도 묶는 게 편하죠, 쏟아지니까 머리카락이, 그렇게 말했고. 그녀는 거울 너머 직원이 자신의 머리카락 고무줄 끈을 잡아끄는 것을 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잠깐은 가만히 있었다. 미용실 직원은 가위질을 시작했다. 서걱. 가위질 한 번에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쏟아졌다. 이 정도면 돼요? 미용실 직원이 물었다. 그녀는 어깨를 조금 넘는 머리카락 끝을 보고서는 네, 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다. 이어서 미용실 직원은 가위질을 계속하였다.

서걱, 서걱, 서걱.

머리카락이 쏟아지는 거울 너머의 그녀에게 파마한 적 있어요? 미용실 직원이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파마를 한 적이 있었는지를 생각했다. 그리고 작년 여름에 파마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직원은 그때도 머리를 하나로 묶고 다녔냐고, 매번 머리를 묶고 다니냐고, 쏟아지고 남은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매만지며 물었고, 매번 저는 묶고 다녀요, 그러지 않으면 쏟아지니까, 머리카락이. 그녀는 말했다. 이내 미용실 직원이 물었다. 그럼 파마를 왜 했어요? 작년 여름에.

작년 여름에....

그녀는 아프지 않은데 아프다고 했다. 그냥 잠을 더 자고 싶었다.

지하철에서는 어떤 아주머니가 욕을 했다.

선물 받은 물건의 일부를 잃어버렸다.

이제 생각을 멈추어야겠다.

…감쪽같을 것이다.

[정돈된 방법으로 과제를 끝내십시오. 끝낼 줄 아는 사람이 되십시오.]

이런 문구를 메모장에 적었던 것도 같지만….

그녀는 작년 여름이 잘 기억나지 않았다. 그 당시 어떤 일도 있었던 게 아닌 것 같아서 그녀는 머리카락 끝에서 눈을 굴리다가 기분 전환이라고 대답했다. 아, 그쵸. 기분 전환. 미용실 직원은 그녀의 머리카락에 했던 가위질을 계속하면서 기분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게 참 중요하죠, 아무래도….

그래서 오늘은 머리를 묶을 거예요, 풀 거예요? 가위질이 멈추었을 때 미용실 직원은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미용실을 나서자마자 매번처럼 당장 하나로 묶을 거였는데 직원은 거울 너머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서 계속 말했다. 드라이 해줄까요, 웨이브로 해줄까요? 아니면 스트레이트로 쫙 펴줄까요? 그게 아니면 안쪽만 살짝 말아도 좋겠어요. 어느 쪽이든 상관없고 사실은 그게 어떻게 다른지 하나도 모르는 그녀에게 직원은 또 물었다.

미용실에서 나가면 이제 어디에 가요?

그녀는 미용실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집에 가죠. 집에 가면 누가 있어요?

그리고 그녀는 집에 도착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어요? 네, 아무도. 고양이도요? 네, 고양이도요.

그리고 미용실 직원은 그녀의 짧아진 머리카락에 드라이를 했다. 이내 곧 그녀는 미용실을 나섰다. 짧아진 머리카락 끝이 목덜미를 스쳤다. 그녀는 손목에 차고 있던 고무줄을 팽팽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짧아진 머리카락을 묶으려다가 갑자기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