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동석 님의 소설을 읽으면 언제나 뚜렷한 주제 의식을 가지고 소설을 쓴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소설의 주제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주제를 정하는 기준이 명확히 있는 것보다는 다루고 싶은 것-이 부분은 구체적인 주제일 때도 있고, 스쳐 가는 생각이나 질문일 때도 있습니다.-이 생기면 그것을 어떻게 소설 안에서 서사와 엮어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탄소』는, 고의로 겨울에 도로에 물을 뿌려 사고를 나게 해서 이익을 챙기는 수법의 범죄가 있다는 것을 들은 뒤에 ‘만약 계획적인 사람이 이런 (예상치 못한)허무한 이유로 인해 죽는다면?’이라는 물음을 갖고 시작했습니다. 『변태』는 오랜만에 아는 사람에게 연락이 오면 보통 결혼/금전적 이유/피라미드 사업 때문이라는 웃기면서도 슬픈 사실에 그때 당시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곤충의 변태과정을 엮어본 것이고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어떤 사회적인 문제로 인하여 그것이 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끼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해서 이런 것들을 더 써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글을 쓸 때 개연성이랄까… 구성과 그것의 표현 방법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 의식도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주제 의식을 세련되게(?) 숨기는 기술이 부족하다 보니 제가 쓴 소설이 약간은 교과서적인 분위기로 흘러갈 때도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2. 앞으로의 창작 계획이 있으시다면 알려주세요.
대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때는 보통 단편소설을 쓰고는 했지만, 일을 시작하면서는 그 정도 분량을 쓴다는 것이 감당되지 않아서 시를 쓰거나 지금 ‘주간묘사’처럼 짧은 플래시 픽션을 쓰고 있네요… 하지만 제가 말하고 싶은 바를 조금 더 여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단편소설을 다시 쓰고 싶습니다. 아직 옮기지 못한 아이디어들도 있고 주간 묘사에서 썼던 것 중에서도 길게 늘여보고 싶은 것들 것 있습니다.
가장 써보고 싶은 주제 내지 아이디어는 ‘화물 신앙(Cargo Cult; 인과관계를 혼동하여 전혀 다른 것을 어떤 현상의 중요원인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는 문화인류학적 현상인데, 이것을 가지고 플롯을 짜보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에 일 년 정도 있으면서 든 생각인데, 한국 사회가 이곳(유럽)보다 좀 더 물질 혹은 자본주의적 욕망이 더 세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크리스티안 페촐트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이 있는데 그 사람의 영화에서 지속적으로 다루는 주제 중 하나도 ‘돈’이기도 해서, 저도 자본주의나 신자유주의와 같은 사상과 그것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의 사회상에 대한 시선이나 비판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습니다.
3. 소설을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으신가요?
플롯이요. 어쩌면 제가 좋아하는 다른 매체인 영화를 생각할 때도 플롯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플롯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가장 감탄하는 편입니다. 그것이 시간순이던 시간순으로 되지 않던, 시공간에 따른 스토리가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미학적으로도 훌륭하고 주제 의식도 좀 더 명확하다고(혹은 강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통은 글을 쓰기 전에 나오는 등장인물에 대한 정보와 그들이 겪을 사건들을 주르륵 써놓고, 그것들을 어떻게 배치할지 어느 정도 결론이 나면 옮기는 편이에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늘 순조롭게 되는 것은 아니라서, 중간에 이상한 부분이 써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한국 소설 중에는 권여선 작가의 『내가 살았던 집』, 해외 소설에선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The Story of Your Life)』가 앞서 말한 플롯의 훌륭한 면에서 좋았습니다. 영화 중에서는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 그리고 크리스토퍼 놀란의 <덩케르크>가 먼저 생각납니다.
4. 최근에 본 책이나 다른 매체(시/영화/공연 등)에서 기억에 남았던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앞서 말했던 감독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볼프스부르크>라는 영화에 대해 잠시 말해보고 싶어요. 대략적인 줄거리는, 자전거를 탄 어린아이를 뺑소니로 죽인 남자가 그 어린아이의 엄마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여성은 남자가 자신의 아이를 죽인 범인이란 사실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요. 이렇게 수면 위로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보면서, 다른 한 편으론 이에 가려진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까, 라고 긴장하며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것은 최근에 읽고 있는 평론에서 알게 된 것인데, <볼프스부르크> 역시 독일의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자동차’를 주요 소재로 이용하고,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있는 도시 볼프스부르크, 그리고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남자주인공을 등장시킴으로써 서브 스토리를 구축하여 해당 사고를 좀 더 다른 측면에서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5. 글을 쓰는 행위를 지속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무엇이 작가 님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 있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려면, 그것을 생각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도 중요한 전제인 것 같습니다. 많은 것-책이나 영화, 공연 같은 매체부터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까지 포괄적인-을 접하면 ‘나는 이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해.’라는 사고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니까요. 다른 한 편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쓴 글들을 보면서 어쩌면 동경(?) 같은 마음이 드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나도 이런 흥미 있고 잘 쓴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아요. 무언가를 잘하려면 연습이 정말 중요한데, 어찌 보면 잘 쓰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지속하게 하는 또 다른 기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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