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끝은 알 수 없다. 마치 삶의 끝을 알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몇 달 전, 제목만 지어두고 임시저장이라는 짧은 영면에 들어갈 뻔한 글감을 꺼내 좋든 싫든 이어 적어 간다. 사실 취향이라는 본질은 변할 순간이 없었지만, 그 속에서도 꾸준함이 필요했다. 유달리 어렸던 시절부터 '자기 생각'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확고했던 사람들이 있다 (물론 타인이 보기엔 '고집'일 수도 있겠지만). 대개는 그런 사람들이 당시에 형성된 주체를 기반으로 취향이란 영역을 여러 겹을 쌓아 올라갔다. 내 주변에도 더러 그런 사람들이 있다. 취향 형성에 순서 따위로 깊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시간'을 절대 배제할 수는 없다. 순리에는 시간이 없다면 성장도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취향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삶이란 모방으로부터 시작해 그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체화 시킨다. 숱하게 들어온 이야기인 만큼 이유를 뒷받침하지 않겠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모두가 알 가능성이 높다). 내가 생각하는 모방의 대상은 인플루언서 또는 유명인이 아니다. 이 기준은 나름의 철학이 존재하는데, 겉으로 화려하면 안 되는 것이 첫 번째 기준이다. 겉모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강할수록 내면에 있는 외로움이 꽤 크게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내가 삶이 혼자여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다고 나를 속였던 날이 있었다. 말 그대로 나를 속였기 때문에 외로움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자신이 가진 능력 안에서 최대치를 발현하는 것이다. 소위 말해 과분한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되려 멀리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란 걸 일찍 깨우치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의 능력 안에서 깊이가 더해진다. 겉으로 보여지는 상승 곡선만이 성장의 지표는 아니다. 우리는 타인과 자신의 삶 안에서 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성공과 실패의 이면을 볼 줄 모른다면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다.
며칠 전부터 자전거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것도 모방 대상의 한 부분을 보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옆 나라는 자전거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그 시장이 거대하고 견고하다. 사실 가장 좋은 래퍼런스는 옆 나라의 문화적 역사이다. 국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문화적으로 바라본다면 한참을 동경 할 수밖에 없다. 그 나라를 옹호하거나 역사를 왜곡하고 두둔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번 말한다. 어디까지나 '문화'를 지켜보는 것이다. 물론 이 글은 스무 명도 보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되거나 논쟁이 펼쳐지진 않을 걸 알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오늘은 취향의 각이 좁아질수록 예리한 끝을 가진 사람들을 짧고 얕게 고찰했다. 타인에게 동경을 받는 일이란, 또는 누군가의 귀감이 되는 것은 한 번쯤은 꼭 인생에서 겪어보고 싶은 거대한 일이기도 하다. 언젠가 나도 그런 모방과 동경의 대상이 되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몇 개 없는 취향의 각을 좁혀 가보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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