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옆 장례식장

죽음의 최전선으로부터 삶의 끝까지

2024.08.26 | 조회 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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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하루쯤

구독자님 오늘도 반갑습니다! 참으로 복잡한 요즘입니다. 어떤 행위로든 불안한 생각 따위가 정리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때는 당최 어떻게 해야만 할까요.

 며칠간 지독하게 부족했던 수면 시간을 견디고 갖는 첫 휴무는 오직 불안함만 존재했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노라 했던 것이 아닌 어차피 벌어질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는 미래에 괜한 배팅을 한 것은 아닐까 굳이 또 후회하곤 한다. 직장을 옮기고 어떤 식으로 일하게 될 것이란 정보를 찾고 실무에 투입됐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대기실에서 존재한다. 여러분은 지상조업이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력서를 작성하기 며칠 전에 알게 되었다. 이런 직업이 있구나, 이만큼의 연봉이 제시되는구나, 이런 복지가 있구나 그래서 정년까지 받칠 수 있겠구나! 하는 결론이 도출됐다. 하지만 활자와 현실에는 역시 괴리감이 존재했다. 숱한 정보를 찾고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도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었다.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초래하고 앞서 말했듯 진입 장벽이 낮은 직업인만큼 다수가 근무하는 환경에서는 당최 적응하기 힘든 공기의 무게뿐이다. 

 이렇게 저렇게 후회만 늘어놓는 일은 몇 없는 소중한 구독자일지라도 진절머리가 날 것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정확히는 사람과 대화하며 그들과 공감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런 내가 사람에게 질리고 겁이 났다. 그래서 말 따위 하지 않을 물건과 마주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간사하게도 사람에게 신물이 났지만, 사람에게 치유를 받았다. 내가 좋은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라 이미 좋은 사람들 틈으로 내가 들어갔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치유를 받는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꾸라지가 될 수도 있는 내게 자갈을 베풀어 주고 원래의 구성원처럼 맞이해준다는 것이 말이다. 가진 건 없어도 좋은 사람들이 곁에 남아있다는 것은 평생의 영광이다. 이 글을 읽어주는 모든 구독자도 너무 좋은 사람일 것이 분명하다. 아무렴 나를 알고 내게 관심을 갖는 것부터 평범함을 거부하는 일일 테니까.


 푸념이 너무도 길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을 잃게 된 순간부터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았고 그것이 곧 불안함으로 귀결됐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가 제게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다른 건 몰라도 글 쓰는 것만큼은 포기할 수 없습니다. 이곳은 제게 유일한 탈출구이며 친구이자 평생을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로서 남아있습니다. 구독자님은 어떤 꿈을 가지고 계십니까. 저처럼 평생 함께 갈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계시는가요? 그렇다면 그것을 꼭 놓지 말고 저와 함께 오래도록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너무도 고맙습니다. 우리 모두가 언젠가 같은 자리에서 안녕을 건넬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며.


참으로 지친 하루입니다. 무기력을 이길 기력이 없기도 하구요. 오늘 추신의 제목은 말 그대로 요양병원 옆에 있는 장례식장을 보고 순리와 모순에 대해 생각하고 정하게 됐습니다. 삶의 끝에 서 있을 때에는 요양병원에 들어가 가족에게 병든 모습을 감추려 합니다. 그러다 자신의 삶이 마침표에 찍힐 때쯤에 죽음의 최전선에 진입하게 됩니다. 그곳은 곧 장례식장이 시작이겠죠. 잘 모르겠습니다. 병원과 장례식장이 한 건물에 존재한다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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