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모처럼 약속이 잡혀 잠시 성수동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은 제가 살고 있는 곳과 거리가 꽤 있는 편이기에 마포구처럼 자주 드나들지 못했지만, 항상 기대에 부응해 주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외출을 계획할 때 이동할 결심을 세우곤 했는데 토요일 낮의 성수동은 상당한 인파가 있었습니다. 어느 점포는 루프를 길게 늘어뜨려 대기하는 사람들을 통제하는 반면 점포 내부까지 단 한 명조차 없는 곳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점포 간 양극화를 빗어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유행과 취향에 민감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는 그 안에서 일어나는 흐름이란 게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람의 발길이 끊긴 점포는 결국 그렇게 사라지고 생겨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겠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만난 지인에게 말했습니다.
- 우리 같은 젊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살아야 해. 그래야 내 또래들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어, 그게 내게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 동기가 되어주기도 해 -
왜 그래야만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처음 그 대답을 들었을 때 상대를 설득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그렇다 할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습니다. 당연하게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우리가 시대를 쫓아가지 않으면 군중의 중심에서 바깥으로 밀려나 결국 도태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만 소통의 양방향이 형성되고 커뮤니티 사이에도 적절히 융화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들을 모두 알지 못하더라도 관심사 차이만 존재한다는 지인의 말에 반대로 설득당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새 옷보다는 누군가를 거친 빈티지를 좋아하고 실시간 음원 순위보다 알고리즘을 들으며 플레이리스트를 만들고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을 끊임없이 찾는 성향을 보인 저는 어쩌면 유행 또는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과 반대에 서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야말로 도태되는 걸 두려워해서 마음에도 없는 존재들을 쫓으려고 했던 게 아니었을까요. 구독자님은 어느 쪽에 더 가까운 분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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