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한 더위와 습도가 우리를 괴롭혔고 곧 다가올 9월의 추석 연휴는 최소 5일부터 시작하는 꽤나 긴 휴식이다. 잠시 일을 쉬고 있는 시기와 맞물려 무료한 시간이 되리라 예상했지만, 친한 지인들과 예정에 없던 여정으로 옆 나라에 다녀오는 일정이 잡혔다.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는데, 출국이 초저녁으로 꽤나 늦은 출발이긴 했지만, 귀국 또한 저녁 시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동행 길에 오른 사람은 모두 나를 포함해 세 명으로 군대에서 만난 사이다. 전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선임 기수였지만 사회로 나와서는 그저 친한 형, 좋은 사람으로 남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인연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생이란 거대한 원 안에서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이 이루어지지만 현재를 소중하게 여기며 충실한 삶을 보내는 시간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간과하는 사실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나라는 사람은 미련과 후회를 달고 살아가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기록으로서 남겨두어 현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행은 한 명의 장대한 일정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길게는 시간, 짧게는 분 단위로 쪼개진 계획표를 보고 있자면 여행보다는 출장에 가까웠다. 일본에 있는 동안 시간이 꽤나 느리게 흐른다고 느꼈지만, 돌아온 한국에서는 2박3일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대단한 계획이라고 감탄할 뿐이다. 출국 당일 우리는 당산역 앞에 모여 출발했다. 공항까지는 지하철로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지만 차를 가져갔다. 공항 내 장기 주차권의 유효기간이 귀국 날짜와 겹치기 때문이라고 말은 했지만, 굳이 그랬던 이유는 낭만이라 부르는 꼭 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귀국 후 피곤한 운전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었지만 말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오사카다. 어느 국가에 가더라도 한국 공항에 직항편이 조성돼 있다면 자국민을 숱하게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오사카는 작은 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나 도톤보리 쪽을 거닐다 보면 어디선가 익숙한 언어로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소리를 듣게 되고 "이 정도면 지금 한국 아니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첫날의 일정은 늦은 입국 시간으로 인해 큰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이름난 다코야키집을 지나 어느 으슥한 골목에 위치한 타코타코킹 이라는 상호를 가진 가게에서 점원들의 밝은 분위기와 함께 포장을 하고 글리코상이 위치한 곳 어느 다리 밑 벤치에 앉아 적당히 뜨거운 다코야키를 먹으며 다음날 일정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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