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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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03 | 조회 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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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학원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하루쯤

 비바람이 새벽 내내 거세게 휘몰아쳤다. 굵은 빗방울은  창문을 두드리고 자꾸만 문을 열어달라고 재촉했다. 잠에서  나는 그럴 여유 없이 끝까지 모른 하다 잠에 다시 들곤 했다. 내가 지내는 이곳 주변에는 도로의 요철이 많아 비가 내릴 때면 물이 쉽게 고인다. 물이 고인 곳을 피해 다니느라 직선 형태보다 굽이굽이 산길 오르듯 걷게 된다. 길을 돌아가게 되면 같은 거리라도 주변을 다시 보게 되는 시간이 주어지게 된다. 땅을 보며 걷는 것은 미래보다 현재를, 내일보다는 지금에  집중하려는 경향을 띄우는 증거이기도 하다. 목이 아파와도 고개를   없다. 다가오는 일들이 궁금하고 두렵지만 지금 처한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대체 지금 처한 상황이 무엇이기에 기록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일까. 그걸 알았다면 지금 하는  기록은 기록이 아니었겠다. 그렇게 새벽 동안 내리던 비는 아침이 되면  많던 빗방울을 거두어 올라갔고 지금 떨어지는 분무 형태의 것들은 미처 거두지 못한 낙오자들이다. 나는 그렇게 떨어지지 않기 위해 삶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솔직해지기로 했다. 회고는 솔직한 내가 돼야 솔직하게 고개 꺾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솔직해졌던 적이 있었는가, 아니 인생에 대해 솔직한 없었다. 동경과 질투를 번갈아가며 때마다 어울리는 가면을 쓰고 내가 나로 살아가지 않고 얼굴이 가려워질 때쯤에는 항상 타자의 손길이 가면을 바꿔주었다. 그것을 여러 반복하다 보면 체취가 묻어난다고 했다. 참으로 짙다고 했다, 내가 너를 잊지 못하는 것처럼. 나의 가면은 피부의 향기로부터 틀을 잡고 눈물과 땀과 목소리를 섞어 만들었다. 처음부터 너를 겨냥한 상태로 모든 잡아갔다. 가면에서 나는 냄새는 결국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쓸모없는 인생을 살도록 태어난 사람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내 존재가 어디에 쓰인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결국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지난 주에는 몸과 정신이 온전치 못해 추신을 발송하지 않았습니다(핑계이지만 정말 그랬습니다). 온갖 무기력과 미래에 대한 불투명성이 저를 감싸 돌았기 때문입니다. 꿈을 좇기 위해 나름대로 잘 달리는 줄로만 알았던 제게 또 다른 현실이 뺨을 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원래대로 돌아가 그냥 그게 나였다는 걸, 나는 나라는 걸 받아들이고 지내보겠습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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