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가본 적 없는 곳에서 마주친 적 없는 네게

2024.04.07 | 조회 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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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학원

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하루쯤

구독자님 반갑습니다! 이번 추신은 하루키 소설을 읽고서 나름대로의 감상을 적었습니다. 소설과 친하지 않은 제게 새로운 흥미를 불러 오게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럼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직 제목만으로 사로잡힌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가 끝이 났다. 이미 출간된 지 오래된 책임에도 명작은 시대를 불문하고 짙은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내게 어떤 의미로 작용했을까 깊이 생각했다. 본래 나는 소설과 그닥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다. 상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전개와 모두 다른 어휘를 구사하는 수많은 작가들의 힘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산문만을 편식하던 찰나,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고 한층 더 애정이 쌓여 결국 주 장르로 넘어왔다.

 상실의 시대는 이미 죽은 친구와 살아있지만 이미 떨어진 친구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적힌 소설이다. 둘도 없던 친구가 교통사고로 죽게 된 후로 그의 애인과 깊이를 알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게 됐지만 되려 친구가 두고 떠난 책임감에 떠밀려 지내게 된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초록색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한 소녀가 나타났고 어느새 그녀를 사랑하게 됐지만 놓칠 수 없는 두 명의 여자를 사랑과 책임으로 자신의 인생 속으로 끌어들이게 됐고 결국 주인공의 선택은 끝자락에 다다를 때까지도 알 수 없다.

 그럼 나는 왜 책의 제목이 상실의 시대인 것인가 생각한다. 상실이란 것은 관계나 물건이 끊어지고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수많은 상실을 경험했다. 시간에 의해 가치를 알게 됐던 관계와 나의 어리석은 행동들로 상처를 입혀 떠나보낸 관계들. 이미 떠나간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 더 이상 빛을 내지 않는다. 자력으로 빛을 내는 줄 알았던 나는 타자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임을 알았다. 거쳐간 모든 인연들은 내게 많은 것들을 주고 떠났다. 아니 떠나보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나로서는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발버둥 치며 보잘것 없는 나를 사랑하는 모든 것들에게 차가운 물을 주었다. 하지만 내가 보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따뜻한 물을 마시라며 적당히 데워진 컵을 내밀었다. 얼음이 물속에서 하염없이 녹으면 컵 표면에는 물기가 생긴다, 나는 그 상태로 모두에게 잔을 돌렸다. 그러니 떨어지지 않고 여전히 붙어있는 건 여간 이상한 게 아니다.

 작중 주인공 "와타나베"는 그의 주변으로 많은 편지를 썼다. 그 편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이번 메일링의 마지막은 편지로 대신해 끝낸다.


결국 나는 너를 원했다. 그걸 자각하기 까지는 년이 흘렀고 책을 읽고 나서야 소중한 관계였음을 알게 됐다. 이미 계절은 번이고 바뀌었고 이상의 눈물은 흐르지 않는다는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이제 와서 후회 섞인 단어로 눈물샘을 다시 자극해서는 좋을 없지만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걸 본다면 언젠가 생각이 달라져 내게도 편지가 왔으면 좋겠다. 마냥 기다리고 있진 않을 테지만 그럼에도 우편함을 매일 들여다볼 것이다. 이것도 습관이 되면 그리 힘들지 않겠지만 버릇이 되면 끝없이 비참해질 것이다. 내가 밀어 보낸 망망대해의 편지 담긴 유리병처럼 누군가 발견하여 결국 자신이 열어 보았다는 말과 함께 편지를 보내올 만큼 소설 같은 이야기는 현실에서 먹히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가치는 존재한다. 나는 지금 텔로니어스 뭉크의 음악을 들으며 페루 이네스 파타 게이샤를 차갑게 마시고 낭만이라는 가면을 쓴 편지를 쓰고 있다. 누군가는 위스키에 젖어 흔들리는 머리와 함께 글자를 나열할 나는 카페인을 선호한다. 입안에 짙게 퍼져 오래도록 남는 향기를 콧김으로 내뱉는다. 나의 안에 가득 것은 남미의 것이며 가본 없는 곳에서 없는 네게 편지를 쓴다. 모든 것이 처음인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없는 그리움이 올라온다. 네가 보고 싶다. 얼마큼 사랑하냐는 질문에 이제는 입술이 자연스레 떨어질 있다. 적당한 바람과 햇살이 내려오는 습지에서 바라보는 것과 같을 정도로 말이다 -

상실의 시대는 이 음악이 하루키의 워크맨에서 120번 반복되며 써내려진 소설이다, 그러니 함께 들으며 다시 글을 읽길 바란다. 내가 써내려가는 모든 글들이 당신에게데 120번 반복적으로 읽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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