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말했듯이 지금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여름에게 잔뜩 겁을 먹고 식은땀을 흘리는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도쿄에 가기 전 면세점에서 구입한 텀블러를 들고 이런 날에도 기꺼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외출에 나섰다. 버스를 기다리고 커피를 구입해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여름처럼 덥게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한 세기 정도는 버텼을 나무 밑에 있는 정류장에서 15분정도 가령 남은 버스를 기다리며 벤치가 있었지만, 개미 친구들이 열심히 대열을 맞춰 이동 중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앉는 행위는 지양했다. 처음 5분 정도는 바람 하나 불지 않고 신호 대기 중인 차들 덕분에 더위와 신경전을 벌이고 지지 않기 위해 요지부동으로 곧은 자세를 유지했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는 못했다. 그러다 습한 기운을 머금은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너무 시원했다. 여름에 부는 바람은 불쾌하기 마련이지만 좋은 쪽으로 기분을 돋우는 정도의 바람이었던 것일까 너무 소중한 찰나였다. 그렇게 남은 10분 정도는 더위를 느끼기 전에 바람이 먼저 달래주었고 좋은 기분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름이 되면서 점차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겨울과 달리 조금 더 활동적인 상태가 되는 계절이라서 그런 것일까, 예상치 못했던 순간들이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에어컨을 틀어도 소용없는 고깃집에서 마침 선풍기가 우리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가 하면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날에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다로 향하는 것. 짧은 거리지만 무더위에 길게 느껴지는 단골 카페에 가는 길, 그렇게 도착한 곳에서 받는 환대. 어쩌면 내가 말했던 이 섬에서 느꼈던 삭막한 삶은 그저 간과한 것들이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나를 부르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나는 너무도 욕심이 많은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인생에서 최종적으로 도달하는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것은 당최 무엇인가, 그것이 너무 돈으로 환산된 계산적이고 허례허식이 가득한 명예가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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