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 대한 설문조사를 금방 끝내고 왔다. 설문조사는 구글 폼 형식으로 진행 되는 형태로 내가 작성한 것을 다시 볼 수 없지만 어떤 느낌으로 참여했는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 기억할 수 있다. 내게 번아웃이란 섬으로 내려와 처음 겪어본 사례에 속한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회사 생활을 해보지 못한 나는 ‘직장인의 고충'을 알 수 없었다. 3년 넘게 스케줄 근무로 돌아가며 평일 주말의 구분이 없는 생활에 큰 이견은 없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느껴지는 호흡이 좋았다. 그러다 섬에 내려고오 6개월 정도 지났을까, 문득 번아웃을 느끼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번아웃이 오게 된 계기는 정말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미래에 대한 거취가 불확실한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일즈는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에 속하기 때문에 감정 노동이 단연 큰 업무 스트레스다. 나는 사람이 좋아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을 선택했지만 거기서부터 오는 인류애 상실은 지금까지 쌓아올린 좋은 기억마저 무너뜨린다 (세상에는 정말 무례하고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물론 나도 개중에 속하는 건 당연하지만 적어도 무례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나는 그 번아웃을 극복하고자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조금 더 바쁘게 움직였다. 시간과 시간 사이에 상념이 들어갈 틈을 내주지 않는 것이 주요했다. 그런 식으로 번아웃이 온 시점으로부터 익일까지는 감정의 변화가 없다. 하지만 이 형태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번아웃이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듯이 매일을 그렇게 바쁘게 살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것을 극복했냐고? 정확히 반을 나눌 수 있다.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여전히 미래에 대한 거취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런 상념을 하지 않아도 잘 살아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 속에 오늘도 영감을 받아 하나의 글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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