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기행 2

 기행문은 처음 다뤄보는 장르이다. 그래서 내용 구성을 여러 번 고민한 끝에 온전히 활자로 꾸며내기로 했다. 단지 높은 수준의 사진이 앨범에 존재하지 않았기에 도쿄의 모습은 여러분의 머릿속으로 그려보길 바랄 뿐이다. 하지만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일지는 잘 모르겠다.

 "신구의 조화가 절묘한 도시" 도쿄를 검색하면 나오는 소개글이다. 그랬다. 처음 방문한 도쿄는 너무도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철제 구조물로 이루어진 공항과 그곳에 매달려있는 쿼츠 시계(지하철 역에도 같은 것이 매달려있다), 애니메이션의 나라답게 벽에 새겨진 포켓몬. 높낮이가 서로 다른 건물들 그 사이 골목에는 부모님 세대가 흙먼지 날리도록 뛰어다닐 것만 같은 그림이 그려졌고 그렇게 나는 숙소로 향하는 길에 있다. 나의 도쿄행은 제주에서 출발하는 여정이기에 하루는 온전히 출발로만 마무리 지었다. 제주 공항으로 이동 전, 방구석 한 켠에서 자그맣게 세운 목표가 있었다. 다름 아닌 매 끼니마다 맥주를 마시겠다는 어림없는 포부는 매 끼니마다 지켜지지 못했다. 언젠가 술을 멀리하게 된 시점부터 자연스레 알코올에 대한 거부감이 올라왔다. 하지만 그 거부감마저 꺾어지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를 테면 교자와 오니기리(주먹밥)을 먹을 때나 야끼니꾸(쉽게 말해 직접 구워 먹는 고깃집)를 먹을 때와 타코야끼까지. 여정 내 마셨던 모든 맥주들은 suntory 회사 맥주였다. 맛의 표현을 짧게 해보면, 나름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맥주 애호가로서 몇 개 정도 손에 꼽는 것들이 있었다. <미국 버드와이저>, <일본 아사히>, <네덜란드 하이네켄> 등 무난히 마실 수 있는 것들이다(이 제품들을 기억해두면 술자리나 불가피하게 음주를 하게 될 경우에 실패 없이 마실 수 있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산토리 맥주는 처음 접해봤고 목넘김이 마셔본 것들 중에 최상위권에 들었다. 한국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방문했던 가게들은 모두 산토리 회사를 내어줬으니 한국의 카스와 비슷한 정도가 아닐까.

 일본에는 유명한 것이 많다. 너무도 많아서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언젠가 여행 유튜버가 일본 숙소 안에서는 항상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걸 보며 내심 그것을 흉내내고 싶었다. 이번 여정 중 첫 편의점 도시락은 저녁 즈음 도쿄에 도착 직후 나리타 공항 지하에서 시작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도시락, 구운 생선조각과 단무지 버섯 볶음 같은 것이 있었고 밥에는 약간의 밑간이 되어 있었고 가격은 360엔. 이 나라의 섬세함은 늘 새롭다. 그렇게 3500원의 도시락은 공복 시간이 길었던 탓에 3분 만에 분리수거와 함께 사라졌다. 일본 내 편의점들이 구성하는 도시락은 모두 엇비슷하다. 마트도 마찬가지다. 가격과 양의 차이만 존재할 뿐 상향평준화 되어 있는 맛은 크게 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니 언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도시락 진열대 앞에서는 자신과 취향 싸움이 시작되고 그 싸움에서 이기면 된다.

 내가 머물렀던 미나토구는 여의도와 용산이 섞인 느낌이었다. 낮에는 모두 비슷한 차림새로 어디론가 빠르게 이동하고 밤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불켜진 곳은 마트와 아파트 안 계단만이 빛나고 있었다. 여러 회사의 본사가 모여있는 지역이라고 하는 미나토구는 조용하고 깔끔한 동네에 머물기를 바란다면 추천할 만한 곳임에 틀림없다 (다만 늦게까지 열어둔 음식점이 없지만 말이다). 이렇게 밤 늦게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어두고 동네 구경을 하는 하고 잠에 들었다. 여행의 첫 날은 언제나 피곤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