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라는 차갑고 무거운 톱니바퀴는 조금 덜 차갑고 덜 무거운 '나'라는 바퀴와 함께 강하게 맞물려있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공기가 겨우 지나갈 만큼. 이 바퀴는 해 뜨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 되면 스스로 돌아간다. 그렇게 한참을 돌아가다 달이 뜨기 시작하면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는 내일을 위해 한껏 달아오른 열을 식힌다. 바퀴가 돌아가는 동안 갖은 먼지와 벌레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때때로 변칙적인 일로 속도가 줄어들거나 빨라지지만, 돌아가는 방향은 변하지 않는다.
완벽한 하루는 없다. 하지만 완성된 하루는 있다. 이미 7월에 개봉한 '퍼펙트 데이즈'가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한 타임 상영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미루지 않고 예매했다. 마침 문화의 날이었던 마지막 주 수요일은 생각보다 부담되는 요즘 영화 티켓값에 유일한 대항마라고 할 수 있다. 오후 다섯 시 반에 시작된 영화는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듯 잔잔하게 흘러갔다. 나에게 완성된 하루란 무엇일까. 그보다 그런 하루를 보낸 적이 있기나 했던가. 치열하게 살아온 순간은 없지만 주변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 열정적으로 살아왔고 여전히 살아가는 중이다. 많은 것이 남게 되는 삶이지만 나의 하루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때가 훨씬 더 많다. 주체성을 잃게 되는 건 한순간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도 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히라야마'는 과묵하다. (히라야마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이다) 삶은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도 행복의 순도는 다를 수 있고 매일이 처음인 것처럼 살아가는 히라야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듯이 지금 내가 하는 것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분명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도 있다. 내려놓기를 시작하면 기대와 좌절 따위에 감정을 맡길 시간이 없는 것과 같은데, 이유를 찾다가도 회의적인 생각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생각을 온전히 배제한 채로 살아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의도적으로 미뤄낼 수는 있다. 옅은 미소로 사소한 부분을 닦아내는 완벽한 하루는 어쩌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나에게 맞는 치유 방법이 아닐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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