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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기행

다채로운 모습을 가진 동네

2024.11.10 | 조회 16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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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기억하고 싶은 하루쯤

구독자님 반갑습니다! 이번 기행은 대구 편입니다. 제가 느낀 대구는 정말 다채로운 모습이었는데, '공존'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대구 기행 시작하겠습니다.

 이른 시각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세 시간 반을 달려 대구에 도착했습니다. 대구역에 도착해서 가장 첫 번째로 본 것은 작은 이정표에 적힌 하행선(부산 방면)이었는데, 제가 이곳에 도착했다는 걸 실감 나게 해주는 하나의 징표이기도 했습니다. 역사 밖으로 나왔을 때 한가지 강하게 느낀 게 있었는데, 대구는 덥습니다. 11월이 되었지만, 여전히 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서울도 마찬가지로 더웠지만 유난히 대구는 덥다는 인식 때문이라도 그렇게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색안경을 쓰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 나는 공복에 힘을 낼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리얼을 조금 먹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 때문에 기차에서 배고픔에 몸부림 쳤고 도착지까지 애써 눈을 감은 채로 배고픔을 외면했다. 대구에 도착 후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군위식당'이란 곳이다. 이곳은 가수 성시경의 개인 채널에서 다녀갔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맛집이 되었다고 한다. 언젠가 전부터 맛으로는 정평이 나있던 식당이고 동네 주민이 찾는 곳에 어떠한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소개한 뒤로는 '꼭 가야하는, 줄 서서 먹는' 곳이 되어버리는 일이 생겨난다. 그것이 싫거나 좋거나, 사실 그에 관한 생각에는 언제나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 뒤로 지나가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기다림의 입장'이라는 상황에 불만을 가지신 듯했다. 아무튼 나는 그 사실을 모른 채 방문했다가 대기 줄이 도저히 줄어들지 않을 것만 같아서 바로 그 옆에 위치한 '마산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때로는 틀어진 계획에서 오는 성공의 희열을 느낄 수 있는데, '마산식당'이 그랬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고기밥'이라는 메뉴다. 잘 삶아진 고기 한 접시와 여러 종류의 밑반찬, 그리고 고기 육수로 만든 국물이 함께 나온다. 가격과 양, 맛의 조화는 참 든든했다. 여러 메뉴가 있지만 왜 그것이 대표라고 불리는지 알 것만 같았다.

마산식당의 고기밥 메뉴. 1만 1천 원이 적당하게 느껴진다.
마산식당의 고기밥 메뉴. 1만 1천 원이 적당하게 느껴진다.

 아침보다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식당 밖으로 나왔다. 햇빛은 여전히 강렬했다. 뜨거운 햇빛 아래 광합성을 하고 있자니 카페인이 그리워졌다. 원래 계획했던 곳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기며 이번에는 대기행렬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도착한 곳은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 이름만 들었을 땐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그 매장'으로 오해할 여지가 충분했지만, 정확히는 신비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음악 감상이라는 행위를 처음 접해본 나로서는 짙은 여운과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의 입구. 굉장했다.
하이마트 음악 감상실의 입구. 굉장했다.

 종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입장했다. 주황색 조명이 낮은 밝기로 켜져 있고 옛날 노래방에 가면 볼 수 있는 강렬하고 유려한 패턴이 쓰인 소파가 늘어져 있다. 차분한 분위기의 주인장이 다가왔고 가게를 이용하는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입장료와 음료값을 선불로 지급하고 마실 수 있는 음료의 종류를 소개했다. 나는 커피를 부탁한 뒤 가게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려는 찰나에 신청곡 작성을 위해 펜과 티켓처럼 보이는 것을 건넸다. 그때부터 머릿속은 큰 소리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찾아내려는 데 혈안이었다. 감상실의 내부는 더욱 어두웠다. 거대한 앰프 두 개가 우뚝 서 있고 그 사이로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데, 삽화로 그려진 듯했다. (참고로 스테인드글라스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줄인다) 벽에는 어떤 소재로 되어있는지 알 수 없는 역대 음악가들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었다. 이는 '감상실'이라는 공간의 분위기를 조금 더 침묵으로 이끌어가는 느낌이었다. 

 거대한 앰프에서 큰 소리로 음악이 흐르는데, 알 수 없는 아티스트의 재즈부터 한국 인디 밴드가 부르는 노래까지 장르는 다양했다. 듣는 사람도 다양했다. 대부분 젊은 사람으로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그들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역시 혼자였기 때문이다) 또 듣는 방식도 다양했다. 의자에 몸을 완전히 맡긴 사람, 눈을 감고 있는 사람, 핸드폰을 만지는 사람, 사진을 찍는 사람 등 모두가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었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공간을 마주칠 수 있다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감상의 즐거움을 느끼다보니 어느덧 두 시간이 지나가고 이제는 몸을 일으킬 차례가 됐다. 숙소로 돌아가야겠다.

감상실 내부. 사실 분위기에 위축되었다. 하지만 이내 극복했다.
감상실 내부. 사실 분위기에 위축되었다. 하지만 이내 극복했다.

신청곡으로 제출한 곡을 소개합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밀려있었고 듣지 못했기 때문에 아쉬울 뿐입니다. 대신 같이 들어주고 좋았다면 저장해서 오래도록 들어주세요! 

Bobby "Blue" Bland - Ain't No Love In The Heart Of City
Chet Baker - It Nerver Entered My Mind
봄여름가을겨울 - 못다한 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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