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태원 한남동에 있는 d&department (이하 d) 서울에서 북토크와 워크숍이 열렸다. 이 행사가 열린 이유는 d 에서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책이 있는데, d design travel 이라는 여행 안내서가 있다. 이것을 발간하는 취지는 지역의 지속성과 개성의 가치를 보존하고 궁극적으로는 '롱 라이프 디자인'의 실현이다. 여기서 말하는 '롱 라이프 디자인'은 d 의 설립자 '나가오카 겐메이'의 철학이 녹아있다. 쉽게 말해 지속 가능한 물건을 찾고 시간이 지나도 디자인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들을 찾고 판매하는 게 d 의 설립 배경이고 실제로 d 를 사랑하는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취지에 적극적인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d design travel 은 일본 47개 도도부현을 소개하고 있다. 현재는 12권 정도 더 출간하게 되면 모든 지역의 책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 사이에 첫 해외 특집으로 <제주>가 나왔다. 일본에서 시작된 d 는 해외 지점으로 서울과 제주, 그리고 중국에 있고 <제주>를 시작으로 다른 해외 지역도 언젠가 출간되기를 바라고 있다.
하나의 책이 출간되기 위해서는 큰 비용과 시간, 인력이 투입된다. d design travel 은 유난히 더 까다롭게 제작이 이루어지는데, 편집장 1인 체제로 제작되는 프로세스라는 점이다. 2달의 취재 기간을 잡고 그동안 해당 지역 안에 머물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다. (그러니 잡지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6개월의 제작 기간은 상당히 긴 편이다.) 그 속에서 d 만의 철학으로 선정되는 기준은 여행을 더욱 짙게 만들어준다. 선정 기준은 아래와 같다.
- 지역다운 것이어야 한다.
- 지역의 소중한 가치와 메세지를 전하고 있어야 한다.
- 지역 사람이 하는 일이어야 한다.
- 가격이 합리적이어야 한다.
- 디자인에 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d design travel <서울>을 제작하기 위해 50명의 참여자와 워크숍이 진행됐다. d 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 속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분위기와 지향점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이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한 사람이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취지에 공감하게 되면 분위기를 자연스레 따라간다는 이야기는 설득되는 내용이 된다. 아는 것이 많이 없는 나는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은 팀원이 말하는 내용을 유심히 들었다. 경험치가 많이 쌓인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에너지는 사뭇 다르게 들어왔다. '설득'과 '존중'이 섞인 대화 흐름에 편승하기 위해서는 그들과 비슷한 정도로 경험을 쌓아야 했다. 그 경험은 세월보다 생각이 더 중요했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 존재하긴 한다. 나는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인연이 있다. 사람과 교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워크숍에서 얻은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게 된 셈이다. 브랜드를 하는 대표와 독립 출판을 하는 작가. 평소라면 절대 먼저 대화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그날은, 그 순간에는 말을 걸어야겠다고 단전에서부터 끓어 올랐다. 그렇게 통성명하고 지인과 지인을 통해 알게 되고 짧게나마 서로의 길을 응원하는 일은 언제나 새롭고 설렌다. 기대하지 않아도 그들이 내게 기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열심히 살고 있는 내가 그려진다. (현실 속에서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d design travel 의 편집장은 여행을 싫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움직이고 지역에 대해 탐구하게 되는 일이 기쁘다고 했으며 제작 과정에 있어서는 고통이 따라오지만, 출간의 기쁨이 더 크다고 한다. 나로 인해 타인이 영감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편집장의 어깨가 유난히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그 뒤로 자신의 감을 믿고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감이 빛나고 있다. 언젠가 나도 내가 쓰는 글이 다른 사람에게 영감이 되어줄 수 있다면 그 무게를 짊어지고 열심히 써내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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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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