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파랑입니다.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보강 수업도 했고 그래서 종강도 했고 책도 읽었고 머리도 다듬었고 영화도 봤고 간만에 늦잠도 잤어요. 근데 왜 잠은 자도 자도 졸릴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 대학생이신 분들도 계시겠죠? 어떻게… 시험 공부는 잘 되어가시나요? 혹은 잘 치셨는지요… 저는 시험 대신 크리틱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미술대학에서는 시험 대신 크리틱을 진행합니다. 크리틱은 같은 수업을 듣는 학우들과 교수님 앞에서 제가 한 작업을 발표하는 시간이에요.
저는 학기의 마지막 크리틱에서 <준호의 편지>를 발표했는데요, 혹시 아직 모르는 분이 계시다면 링크를 첨부할테니 찬찬히 읽어주셨으면 좋겠고, 괜찮으시다면 자유로운 감상을 제게 전달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댓글 디엠 이메일 뭐든 상관 없어요. 올해 한 작업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사랑스러운 작업이거든요. 그래서 지하철 역 앞에 서서 설문지라도 한 장 한 장 돌리고 싶을 만큼 이걸 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요.
https://www.instagram.com/p/C8GYtsvS9dk/?igsh=ZGVwbWw2YTVhNjg5
아직 다 공개되진 않았으나 찬찬히 발표해갈 이들의 긴 대서사시가 있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계속해서 탐구해볼 사항이지만요, <준호의 편지>를 처음으로 발표한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의미 깊은 시간이었어요.
옆에 계신 학우분께서 작업을 보시다가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조용히 말씀해주셨는데 그게 지금까지도 마음에 콕 박혀있어요. 저도 작업하면서 울컥하는 순간이 몇 번 있었거든요. 죽음을 앞둔 아빠가 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상상했을 때라던가, 영화 <애프터썬>에서 캘럼(아빠)이 소피(딸)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을 때라던가… 그래서 감정을 쥐어짜는 작업이 자기파괴적일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정말 정말 좋아요. 혹자는 그것이 예술가에게는 도움이 될진 몰라도 개인에게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저는 제 심장을 격파할 작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더 더 더 더 쥐어짜이고 싶어요… 휴롬에 마음압축기가 있다면 얼마나 조을까... 그럼 매일 매일 5시간씩 기계를 돌렸을텐데... (막이래 ㅋㅋ)
어쨌든… 그 학우분께서 이걸 읽으실지 아닐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때 정말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러나 문제는... 이것만 주구장창 붙들고 있을 순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에 진득하니 몰입하는 것도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겠으나, 지금이 그럴 때인가 하는 걱정과 염려가 불시에 밀려오거든요. 급박하게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작업이라 여유를 갖고 싶지만서도 그렇게 되면 제가 이것에 권태를 느껴버릴까봐… 한 가지의 기쁨을 맛보면 한 가지의 염려 또한 함께 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즘입니다. 교수님께서 ’스읍… 근데… 파랑이는 다른 거 해볼 생각은 없어? 이것만 계~속 할 거예요? 이거에만 너무 빠져있는 것 같아…‘ 라고 하신 것도 아닌데 혼자 제 발이 저려가지고. 오히려 작업에 대한 제 애정을 가늠하시곤 “그럼 너가 나이를 먹고 나서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작업이겠다.“ 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혼자 왜 이럴까요.
아무튼… 모쪼록… 이번 방학에는 세상 만물을 탐구해야만 합니다. 무엇에 애정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으니 그것에 더욱 더 매몰되려 합니다. 좋은 것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으나 그래야 할 것만 같습니다. 에릭 로메르와 박찬욱의 영화를 보고 보다 말았던 미셸 공드리의 드라마를 보고 양귀자의 소설을 읽고 <내가 말하고 있잖아>를 한 번 더 읽고 필사를 하고 더 많은 활자를 읽고 가슴에 박힌 단어를 빼오며 보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또 잠이 오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