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정체가 불분명한 미스테리 위스키, Port Askaig 이야기

아마도 아일라 섬 어딘가 위스키를 독립 병입한 듯한 위스키 Port Askaig 이야기

2025.06.29 | 조회 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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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 주 잘 보내셨나요? 지난 한 주는 시원하게 비가 올 것 같기도 아닐 것 같기도 한 날씨의 연속이었네요. 진짜 장마 인가 싶다 가도 또 비가 안 오는 걸 보면 아직 인가 하는 생각도 드는 나날이었던 것 같아요. 좀 뜬금없지만 저는 지난 한 주 동안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 입니다"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이 책이 정말 좋아서 며칠 내내 푹 빠져 있었습니다. 이미 이 책은 베스트셀러여서 구독자 여러분들도 많이들 읽어 보셨을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이제서야 읽어 보게 되었답니다. 저는 보통 조금이라도 삶과 일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나 경영 서적을 주로 많이 읽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투자나 경영과 같은 주제가 아닌 인문학과 예술과 같은 것들이 정말로 나의 삶의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미술 작품이나 미술사에 대해 정말 모르는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에 대해서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위스키 뉴스레터에 등장한 뜬금없는 책 이야기이지만, 우리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좋은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감히 한번 추천 드려 봅니다. 장마철에 외출도 여의치 않을 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읽기에 어렵지 않아서 정말 금방 읽으실 수 있으실 거에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위스키 뉴스레터의 진짜 주인공은 바로 정체가 불분명한 미스테리 위스키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이야기 입니다. 

포트 애스케이그 바틀
포트 애스케이그 바틀

아마 오늘의 주인공은 구독자 여러분들도 낯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유명한 위스키가 아니기도 하고 유명하지 않다 보니 많이 찾지 않는 위스키라 바에서 흔히 발견하실 수 있는 위스키는 아니긴 하거든요. 그래서 낯설다 보니 처음 보면 이게 무슨 위스키인가 싶기도 하고, 스카치 위스키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그럼 지금부터 이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추리ㅏ하며 캐나가 보시죠!  

우선 첫 번째로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라는 이름은 스코틀랜드 본 섬에서 아일라 섬을 들어갈 때 거치게 되는 아일라 섬의 항구 이름입니다. 즉, 아일라 섬과 본 섬을 잇는 교통의 요지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온 항구이지요. 이 위스키의 이름이 아일라 섬의 주요 항구 이름이니 우리는 이 위스키가 아일라 위스키와 연관이 깊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생각해보면 뭔가 아일라 위스키와 연관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아무리 봐도 증류소 이름은 아닌 것 같고 이름부터 독립 병입 위스키의 느낌이 물씬 납니다. 아일라 지역의 독립 병입 위스키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사라의 술장에서 다뤘던 아일라 지역의 독립병입 위스키 브랜드가 문득 떠오릅니다. 바로 약병 모양의 위스키였던, "Elements of ISLAY(엘리멘트 오브 아일라)"가 머리를 스치지요.  

Elements of ISLAY(엘리멘트 오브 아일라)도 아일라 지역의 위스키를 다루는 독립병입 위스키였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Elements of ISLAY(엘리멘트 오브 아일라)의 생산자에 대한 정보를 다시 복습 해봅니다. 

Elements of ISLAY는 2008년 "Elixir Distillers(엘릭서 디스틸러)"라는 곳에서 처음 출시한 독립병입 위스키입니다. 사실 이 엘릭서 디스틸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거슬러 올라가야하는데요, 1970년대에 영국에서 최초로 주류 판매 면허를 취득한 아시아인이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뷰파인더 싱(Bhupinder Singh), 무역상으로 일했던 사람이었데요, 인도파키스탄계 아시안이었던 그는 런던 서부에 "The Nest"라는 점포를 열어 주류 판매업을 시작했습니다. 뷰파인더 싱에게는 스카이너 싱(Sukhiner Singh)과 라즈비르 싱(Rajbir Singh)라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요, 그 중 장남이었던 스카이너 싱은 영국에서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원하는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그러면서 취미였던 증류주 미니어처 수집을 하던 와중 부모님의 일을 물려받아 동생과 함께 점포를 늘려나가게 됩니다. 

이렇게 사업을 진행하다가 이 형제는 1999년 온라인 소매업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부모님께 주류 재고 일부를 빌려 "온라인 주류 소매 판매"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요 이 것이 바로 "The Whisky Exchange"입니다. 이렇게 온라인 판매점을 열고 사업을 진행하면서 "Specialty Drinks"라는 독립병입 사업자도 함께 설립하게 됩니다. 여담으로 "The Whisky Exchange"는 현재도 세계 최대의 온라인 위스키 및 고급 주류 판매점인데요, 스코틀랜드가 아닌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렇게 온라인 사업이 성장하면서 7년 후에는 오프라인 소매점 또한 열게되고 뿐만 아니라 독립병입 브랜드도 설립하여, 다양한 독립병입 위스키를 만들게 되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Elements of ISLAY"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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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부분의 "다양한 독립 병입 위스키를 만들었다"는 정보가 눈에 띄지 않으시나요? 네, 장황하게 말씀드리긴 했지만 예상하신 대로 오늘의 주인공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는 Elements of ISLAY(엘리멘츠 오브 아일라)를 생산한 곳과 동일한 회사에서 생산된 독립병입 위스키 브랜드 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아일라 위스키를 베이스로 하여 생산되고 있습니다. 

Elements of ISLAY(엘리멘츠 오브 아일라)는 2008년에,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는 2009년에 각각 시작되었는데요, 이 두 독립병입 위스키의 차이는 어느 위스키를 베이스로 했는지를 알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Elements of ISLAY(엘리멘트 오브 아일라)의 경우에는 "Bw-보모어, Ar-아드벡, CI-쿨일라"와 같이 표기하여 어떤 증류소 위스키를 병입했는지를 알 수 있는 반면 Port Askaig(포트 에스케이그)는 아직까지 어느 증류소에서 받아서 독립병입한 것인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아마도 Caol ila(쿨일라) 증류소의 원액을 베이스로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지요.  

실제로 Port Askaig 즉, 애스케이그 항구가 있는 마을과 쿨일라 증류소는 상당히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합니다. 이러한 지리적인 근접성을 기반으로 아마도 쿨일라 원액을 활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하는 것이지요. 독립병입 위스키 회사들에서 이런 식으로 미스테리 마케팅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뭔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일으켜서 궁금하게 만드는 방식의 마케팅이지요. 이게 유효한지는 저는 잘 모르겠지만..ㅎㅎ 새로운 위스키를 찾는 도전적인 위스키 애호가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방법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위스키는 보통 숙성연수 8년인 위스키가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위스키 입니다. 처음 뚜따 했을 때는 피트향과 스파이시한 맛이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바틀로 사두고 마시면 점점 부드러워지면서 단맛이 올라온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은근히 바틀로 사두고 마시는 매니아 분들도 있습니다. 가격대도 10만원대 초중반으로 엄청 높지는 않고요.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8년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8년

저는 이 8년 말고도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2000 빈티지를 맛본 적이 있습니다. 나름 희귀한 아이템이었는데, 좋은 기회로 마셔볼 수 있었지요. 이 위스키는 2000년에 증류 되어 단일 캐스크에서 오랜 시간 숙성 후 2016년에 병입한 위스키입니다. 도수가 61.2도로 상당히 높고, 이렇게 도수가 높다는 말인 즉슨 맛이 엄청나게 화려하고 자극적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2000 빈티지
Port Askaig(포트 애스케이그) 2000 빈티지

일단 코에 가까이 가져 가는 순간 강한 피트향이 코를 찌릅니다. 피트향 후에 바닐라 향이 올라온다는 후기가 있던데 저의 경우에는 피트향에 이미 후각이 절반쯤 KO 되어 뒤에 올라온다는 바닐라나 꿀의 향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맛 또한 한입 머금자마자 피트향과 함께 스모키한 맛이 화려하게 치고 들어옵니다. 여기에 짠맛과 맵싹한 느낌이 혀를 자극하면서 이 것이 61.2도 위스키의 화려함이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이 화려함을 온전하게 느끼고 나면 그제서야 뒤늦게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올라옵니다. 캐러맬인지, 꿀인지 모를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데 이게 진짜 달아서 달게 느껴지는 건지, 앞부분의 맛이 너무 강렬해서 그 강렬한 맛이 지나고 나서 공허함에 나는 맛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숙성연수가 짧지 않아서인지 여운도 상당히 남는 편이고, 아일라 위스키의 정석적인 특징들이 입에 남아서 한모금 더 마셔서 다시 첫 맛의 화려함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가 이 위스키를 추천하냐고 물으면 저는 추천한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특히 제가 마셨던 2000 빈티지의 경우에는 화려함이 상당히 인상적이기 때문에 위스키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재밌게 드실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물론 2000년 빈티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밌고 맛있게 드실 수 있고요! 

뜬금없는 책 이야기로 시작했던 오늘의 뉴스레터였는데요, 그 배경을 조금만 더 설명해보자면 요즘 일이 아닌 무언가에 몰입해서 즐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답니다. 일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었는데, 이런 부분을 책이나 영화를 비롯한 좋은 콘텐츠를 읽고, 보고 또 스스로 여러 방향의 콘텐츠들을 생성해나가면서 채워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책을 읽고 그 느낌과 감상을 스스로 정리해보고자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거든요. 완벽하게 충만한 순간이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매일의 순간이 알찬 느낌을 받는 것, 그 것이 이번 여름 저의 소박한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번 71번째 뉴스레터는 저의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나눈 뉴스레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만의 생각을 이렇게 여러분과 나눌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또 이렇게 제 글을 읽어주시는 구독자 여러분께 새삼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습하고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저는 다음 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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