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재패니즈 위스키인듯 아닌듯 국적 불명의 묘한 매력의 위스키, 카이요(KAIYO) 이야기

여행을 다니며 숙성되는 특별한 위스키 카이요 위스키 이야기

2025.06.01 | 조회 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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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2주 잘 지내셨나요? 저는 지난 5월 한 달이 정말 너무나 바쁘고 정신없었던 한 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기도 한 5월이었는데요, 하루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는 바쁨 속에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 쉼에 대한 갈증이 컸던 한 달 이었던 것 같아요. 정신 없는 시간들을 지나보니 한동안은 스스로를 좀 더 챙기면서 여유를 가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25년도 6월이 시작되었네요! 올해가 시작 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말 시간이 빠르다는 것을 유독 체감하는 요즘입니다. 비록 몇 번의 휴재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올해도 구독자 여러분 덕분에 뉴스레터를 꾸준히 쓰고 있는데요, 남은 25년도 매주 여러분들께 재미있는 위스키 이야기들을 전달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그리하여, 2주 만에 돌아온 위스키 뉴스레터의 주인공은 아마 많이 생소하실 법한 위스키 주제를 가지고 왔습니다. 재패니즈 위스키인듯, 아닌듯 국적 불명의 묘한 매력을 가진 위스키 바로 "카이요(KAIYO)" 위스키 입니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

카이요 위스키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 위스키의 풀네임(?) 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라는 이름의 요소를 뜯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미즈나라(MIZUNARA)"라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카이요 위스키는 전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게 미즈나라 캐스크를 100% 사용하는 증류소 입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아마 미즈나라 캐스크가 뭐길래 이 것을 이렇게 강조하나 싶으실 것 같은데요, 미즈나라 캐스크는 일본에서 홋카이도 화산섬에서 자라는 일본 고유의 미즈나라, 즉 물참나무라는 나무로 만든 캐스크 입니다. 이 나무는 최소 200년 이상 자라야 사용이 가능하고, 곧게 자라지 않고 나무 이름에 물(일본어로는 미즈)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나무라 캐스크로의 가공 및 제작이 매우 까다롭고 희귀합니다. 그리고 사실 숙성효율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높은 제작 난이도와 희귀한 나무의 특성으로 캐스크 가격이 높아 미즈나라 캐스크를 사용한 위스키는 보통 가격이 높기도 합니다. (카이요 미즈나라 웹사이트에 따르면 10X more expensive than any other casks in the world 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미즈나라(물참나무)로 만든 캐스크를 쓰는 것은 독특한 풍미를 자랑하는 맛과 향을 내는 캐스크 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이요 뿐만 아니라 유명한 일본 위스키 증류소인 야마자키나 하쿠슈, 닛카 등에서도 이 미즈나라 캐스크 숙성 버전을 내놓을 정도 입니다. 스카치 위스키와 같은 일본이 아닌 나라에서도 이 풍미를 위해 미즈나라 캐스크를 활용하기도 하고요. 

카이요 위스키는 오직 "미즈나라 캐스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미즈나라 오크를 굉장히 강조합니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라는 풀네임에서도 미즈나라 캐스크 사용과 그 맛의 퀄리티를 강조하는 것을 볼 수 있고요. 

미즈나라 캐스크를 만드는 과정의 한 장면
미즈나라 캐스크를 만드는 과정의 한 장면

다음으로 넘어가, 가장 앞 단어인 카이요는 일본어로 海洋(해양)을 뜻하는 단어 입니다.카이요 위스키가 말 그대로 카이요(해양)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 위스키의 숙성 방식이 "해양 숙성"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생소하고 난생 처음 듣는 숙성 방법이지요?ㅎㅎ 

우선 일본 오사카에서 최소 3년간 미즈나라 오크 캐스크에서 숙성한 후, 이 캐스크 들은 약 3개월 동안 바다를 항해하면서 추가 숙성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위스키는 파도의 움직임이나 기압 변화, 온도 차이 등 다양한 해양 환경에 노출되어 미즈나라 오크와의 상호작용이 극대화 되지요. 일본에서 출발한 위스키들이 무려 3개월이나 바다를 항해하며 향하는 곳은 바로 영국 리버풀 입니다. 3개월의 항해 끝에 영국 리버풀에서 6년간의 추가 숙성을 거친 후 병입을 하게 되는데요, 해양 도시인 리버풀의 습한 날씨와 낮은 평균 온도 덕분에 위스키에 미네랄리티를 더해 마침내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숙성하여 배를 타고 해양에서 숙성하며 영국으로 운송되는 과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 위스키의 이름을 "카이요"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과정을 듣고 보니 카이요라는 이름이 더욱 와닿는 것 같기도 하고요.ㅎㅎ

위스키들을 싣고 가는 컨테이너. 아래에 오사카/리버풀이라는 도시명이 눈에 띈다.
위스키들을 싣고 가는 컨테이너. 아래에 오사카/리버풀이라는 도시명이 눈에 띈다.
미즈나라 캐스크에 담긴 위스키를 싣고 리버풀로 향하는 배
미즈나라 캐스크에 담긴 위스키를 싣고 리버풀로 향하는 배

카이요라는 브랜드의 위스키는 아직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저도 꽤나 최근에서야 알게 되기도 했고, 한국에 들어온 것도 얼마 되지 않고 들어오는 라인업 수도 많이 않거든요. 뿐만 아니라 이 위스키 자체의 역사가 시작을 거슬러서 올라가보더라도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았기도 합니다.

카이요 위스키는 2007년에 미즈나라 캐스크와 일본의 몰트 위스키를 가지고 최고의 위스키를 만들고자 하는 목표로 만들어진 독립 병입 회사입니다. 설립은 아사히 맥주의 임원이었던 와타나베가 업계 내 인맥을 활용하여 일본의 무명 증류소로부터 위스키를 구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자체 증류소 없이 일본 내 여러 증류소로부터 원액을 구입해서 블렌딩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스터 블렌더 제프리 칼로비치(Jeffery Krlovitch)를 영입하여 최고의 미즈나라 캐스크 캐스크 기반의 위스키 생산에 몰두하다가 첫 시작으로부터 12년 후인 2019년에서야 정식으로 카이요 브랜드의 위스키를 출시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마스터 블렌더인 제프리 칼로비치는 미즈나라 오크에 크게 매료되어 이를 기반으로 한 위스키 제작에 온 힘을 다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미즈나라 캐스크의 숙성 방식과 해양 숙성에 대한 효과를 깊게 연구하여, 카이요 위스키 만의 숙성 과정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2012년 제프리는스코틀랜드 위스키 산업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명예 직함인 "'키퍼 오브 더 퀘이치(Keeper of the Quaich)"에도 선정되게 됩니다. 키퍼 오브 더 퀘이치(Keeper of the Quaich)는 위스키 분야에서 탁월한 공헌을 한 위스키 산업 업계 사랍에게 수여되는 영광스러운 직함인데요, 미즈나라 캐스크와 해양 숙성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개발한 덕분에 제프리 칼로비치가 이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카이요의 마스터 블렌더 제프리 칼로비치
카이요의 마스터 블렌더 제프리 칼로비치

그런데 이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에는 약간의 논란이 있습니다. 바로 이 위스키가 진정한 일본 위스키 즉, "재패니즈 위스키"가 맞는가에 대한 논란입니다. 

2021년 이전에는 해외에서 원액을 가지고 와 일본에서 병입만 하거나 블렌딩해도 재패니즈 위스키라는 명칭을 자유롭게 쓸 수 있었으나 2021년 이후부터는 재패니즈 위스키를 정의하는 규정이 까다로워지게 되었습니다. 재패니즈 위스키 인증을 받으려면 생산부터 병입까지 모든 과정을 일본에서 해야만 "재패니즈 위스키"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21년 이후의 기준에 따르면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는 공식적으로 "Japanese whisky"를 표기 할 수 없는 것이지요. 카이요 측은 원액은 모두 일본에서 만들어진 원액을 사용하며 숙성도 3년이나 일본에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규정이 까다로워진 이상, 카이요는 엄밀히 말하면 재패니즈 위스키로 분류되긴 어렵습니다. 비록 이름은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이지만, 병 자체에 Japanese whisky라는 표기는 되어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위스키는 한국에는 시그니처 라인과 CS 라인 두 가지가 들어오고 있는데요, 저는 시그니처 라인을 구매해보았습니다. 저도 오랜만에 낯선 위스키를 구매해본 것이라 상당히 설레더라구요.ㅎㅎ 그리하여 시그니처 한잔을 저도 마셔봤습니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시그니처 바틀을 새로사서 첫 뚜따를 했다.
카이요 재패니즈 미즈나라 시그니처 바틀을 새로사서 첫 뚜따를 했다.

스토리를 알고 마셔서 인지 향에서부터 바다의 짭쪼름한 향과 우디한 나무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지배적인 느낌은 확실히 나무 향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이 나무향에서부터 살짝 꽃향기가 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입을 마셔보니 생각보다 화하고 새콤 그리고 달콤합니다. 바닐라 같은 향이 느껴지기도 하고 향에서 느낀 나무향 같은 느낌과 스파이시함이 어우러지는 느낌도 듭니다. 어디에선가 미즈나라 캐스크 숙성 위스키의 특징이 "배맛"이라고 하던데, 이걸 인지하고 마셨음에도 배 맛보다는 나무향, 새콤달콤, 스파이시라는 세가지 특징을 요리조리 조합 해 놓은 것 같은 맛이 납니다.  이런 맛이 느껴지는 것이 뚜따를 하자마자 마셔서 인 것인지, 아님 원래 이 위스키의 특징인 것인지는 조금 시간을 두고 에어링을 시킨 뒤 더 마셔봐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추천 하는가를 여쭤보신다면 새로운 위스키에 한번 도전하고 싶다면 마셔볼만하다 정도로 추천 드립니다. 무조건 꼭 마셔봐야 하는 것까진 아닌 것 같고, 뭔가 새로운 느낌의 일본 위스키를 경험해보고자 하시는 분들께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CS로 마셔보면 또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해서 저는 바에서 혹시 이 위스키의 CS가 보이면 꼭 마셔보려고 합니다. CS 라인을 발견하고 마셔보게 되면 또 구독자 여러분께 꼭 후기를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위스키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랜만에 저에게도 낯선 위스키를 가져왔는데요, 그 덕분에 저도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위스키를 사서 첫 뚜따 후 마셔보는 기쁨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ㅎㅎ

다음주는 선거일과 현충일 이틀의 휴일이 있어 행복한 6월의 시작이 될 것 같은데요, 구독자 여러분 모두 다음주 한 주도, 휴일도 즐겁게 보내시고 저는 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다음주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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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verboost

    0
    about 1 month 전

    라벨보면 누가봐도 재패니즈로 착각할 수 밖에 없는ㅋㅋ 이런 마케팅은 사라져야함.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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