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비싼 일본 위스키는 정말 맛있을까?

동아시아 위스키 강국 일본, 일본의 위스키 이야기

2024.08.01 | 조회 2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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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술장

위스키에 대해 하고 싶은 말 하는 주간 레터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어느덧 장마가 끝나고 찌는 듯한 더위가 찾아오며 8월이 시작되었네요. 올해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덟번 째 달이 찾아오다니, 너무나 빠른 시간의 속도를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날이 정말 무더운데 다들 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지난주에 제주도를 다녀왔는데요, 덥긴했지만 청량한 하늘과 고즈넉한 풍경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며 휴가를 만끽했습니다. 20대 때나 30대 초반에만 해도 휴가는 무조건 해외로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우리나라 곳곳을 다니면 우리나라도 참 좋은 곳이 많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어서 국내 여행을 더 많이 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덥고 습한데, 구독자 여러분도 이 더위를 피하는 피서와 휴가를 짬을 내어 꼭 즐기고 오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위스키 뉴스레터의 주제는 바로 "일본 위스키"입니다. 많은 분들이 일본 위스키를 꽤나 좋아하시고 또 일본 여행을 가서 증류소 투어를 하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고요. 코로나 즈음해서 일본 위스키의 인기가 엄청나게 높아져서 가격 또한 급등했던 기억도 있고 이래저래 일본 위스키가 상당히 핫해졌고고 여전히 그 인기가 상당히 유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위스키의 시작은 다케츠루 마사타카라는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격인 분이 스코틀랜드에 가서 위스키 제조법을 배워오면서 시작됩니다. 스코틀랜드에 가서 2년 정도 제조법을 배워 일본으로 돌아와 일본식 포트와인을 팔던 도리이 신지로라는 사람과 함께 1923년 "야마자키 증류소"를 세우면서 일본 위스키가 탄생하게 된 것이지요. 이 야마자키 증류소를 시작으로 여러 증류소가 생기고 또 다케츠루와 도리이도 위스키에 대한 생각 차이로 결별하게 되면서 다케츠루가 닛카라는 새로운 증류소를 세워 또 새로운 훌륭한 증류소가 만들어지게 되지요. 

여담으로 다케츠루 마사타카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중 캠벨타운 지역의 헤이즐번 증류소에서 2년간 일을 했었고, 그 과정에서 스코틀랜드인 부인을 만나 결혼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다룬 "맛상" 이라는 제목의 일본 드라마가 2014년 방영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이 드라마 배경도 1920년대고 50부작이 넘는 세미(?) 대하드라마였다고 합니다.)

일본 드라마 맛상의 포스터
일본 드라마 맛상의 포스터

그렇게 일본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위스키가 시작되어 증류소가 생기고 위스키 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경제 부흥기를 맞으면서 위스키에 대한 인기가 더더욱 높아졌지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가 수입되기 시작한 시기에도 일본 위스키는 스카치 위스키보다 저렴하고 맛있는 위스키로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면서 상당한 성장을 이루게 됩니다. 

그러다가 1980년대 초반이 지나고 일본은 그 유명한 잃어버린 30년 시기를 겪게 됩니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인해 상대적으로 고가이자 사치품의 일종인 위스키 시장도 큰 타격을 입게 되지요. 이 때 일본 위스키 증류소는 전반적인 생산량도 줄고 침체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에 2000년대 초반, 닛카 증류소의 요이치 10년 싱글몰트 위스키가 외국에서 맛있는 위스키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야마자키 18년 또한 위스키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고 또 예전에 한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전설적인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빌리진이 아닙니다..ㅎㅎ)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일본 위스키가 글로벌 시장에서 유명세와 인기를 얻게 됩니다. 원래는 동아시아의 듣보잡 술이었는데, 점점 모두가 아는 맛있는 위스키로서 일본 위스키가 소개되기 시작한 것이지요. 이렇게 일본 위스키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되면서 일본 위스키의 수요가 크게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서서 1980년대 초중반부터 일본 경기가 침체가 되면서 위스키 산업도 타격을 입었다고 했었지요? 이 시기에 일본 위스키 증류소들은 줄어드는 수요로 인해 위스키 생산량을 줄였었는데 갑자기 2000년 초반부터 인기가 높아져서 수요가 높아지니 위스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게 됩니다. 말하자면 히비키 17년, 야마자키 18년 이런 위스키들은 17년, 1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한데 80년대 중반부터 줄어들었던 생산량이 2010년도에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것이지요. 

예를 들자면, 야마자키 18년은 201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20만원도 안되는 가격으로 한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위스키였습니다. 그러나 위스키 원액이 희귀해지면서 점점 가격이 올라가서 지금은 한병에 150만원을 훌쩍 넘는 위스키가 되었지요. 히비키 또한 사정은 비슷합니다. 예전에는 히비키는 상당히 흔하고 쉽게 살 수 있는 일본 위스키였는데, 요즘은 사기도 힘들고 가격도 엄청나게 높아졌습니다. 일본 위스키 원액의 희소성과 일본 위스키의 수요 증가가 결합되어 이런 가격 급등을 만든 것입니다. 

5년 전쯤 마셨던 야마자키 18년. 그 당시도 100만원에 육박했다.
5년 전쯤 마셨던 야마자키 18년. 그 당시도 100만원에 육박했다.

일본 위스키의 인기는 코로나를 타고 더 커져서 요즘은 일본 주류 중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하는 주류가 위스키라고 합니다.  

일본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제조법을 기반으로 일본의 맑고 좋은 물과 일본에서 생산되는 보리를 가지고 만들고 또 계절간 온도변화가 크기 때문에 위스키가 더 맛있게 잘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번외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좋은 위스키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맑고 좋은 물이 있고,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좋은 품질의 원재료를 활용할 수 있으며, 계절간 뚜렷한 온도 변화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도 머지 않은 시점에 일본 위스키 못지 않은 위스키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주류세와 같은 제도적인 변화도 필요하겠지만요. 

일본 위스키는 아마 구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많이 듣고 또 많이 마셔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첫 위스키 입문을 스코틀랜드 위스키로 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스카치 싱글몰트 위스키를 좋아했기에 일본 위스키를 다양하게 마셔보지는 못했는데요, 물론 저의 취향의 문제도 있었지만 제가 위스키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게 된 시기에는 이미 일본 위스키의 가격이 엄청나게 높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너무나 비싼 요즘의 일본 위스키가 과연 정말 맛있는가? 하는 질문에 저는 조심스럽게 가격이 너무 과하게 오른게 아닌가 하는 답변을 하곤 합니다.

야마자키 18년 같은 경우에도 상당히 맛있고 훌륭한 위스키임에 틀림없지만 이 위스키를 한병에 150만원이 육박하는 돈을 내야하는가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이렇게까지 비싼 가격을 낼만큼의 임팩트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히비키도 마찬가지 입니다. 히비키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좋아하는 일본 위스키이지만, 요즘의 가격을 봤을 때는 오히려 더 저렴한 가격으로 비슷한 만족도를 주는 스카치 위스키나 버번 위스키를 먹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실 일본 위스키를 잘 추천하지 않게 되기도 합니다. 오히려 정말 유명한 일본 위스키보다 일본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신생 증류소들의 위스키들이 더 합리적이고 만족도도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재밌는 여담으로 일본에서 시작된 위스키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보통 바에서 위스키를 병으로 구매하면 보통 한번에 다 마시지 않고 그 술을 바에 맡겨두고 또 다음번에 방문해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위스키를 "킵"해놓는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이 위스키를 바에 킵해놓는 문화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마치 와인처럼 위스키 또한 한번 따면 다 마시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인지 바에 술을 두고두고 마시는 문화가 없었는데요, 일본은 이런 "바틀 킵"이라는 문화를 만들어 바를 계속 찾게 만드는 것은 물론 위스키 소비량에도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서 일본의 경제 부흥기에 위스키가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었던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2000년대가 지나서는 오히려 서구권에서 이런 문화를 배워 위스키 바틀을 바에 킵해놓는 문화가 서구권에도 전파되었다고 합니다. 

위스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일본의 위스키 산업은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일본과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위스키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하며, 오늘 위스키 레터를 마무리 해보려 합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개별 위스키 추천이 아닌 위스키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드려보았는데요, 다음번에는 본문에서 살짝 말씀드렸던 일본의 신생 소규모 증류소의 위스키에 대해 소개하는 글도 써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덥고 매미 소리가 우렁찬 여름날 입니다. 구독자 여러분 모두 무엇보다 건강에 유의하시고 본격 휴가철인 요즘 더위를 피해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말이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다음주에 더 재밌는 위스키 이야기로 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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