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Sara 입니다.
지난 한 주도 잘 지내셨나요? 이번주는 화요일도, 금요일도 휴일이었어서 뭔가 가뿐한 한 주 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휴일이 모두 날씨가 너무나 좋아서 나들이 하기도 좋았던 것 같아요. 저도 정신없는 5월을 보내고 6월은 휴식도 충분히 즐겨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었는데, 휴일이 이틀이나 있는 덕택에 행복한 6월의 첫 주를 보냈습니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날씨에 러닝도 열심히 뛰었는데요, 그러고 나니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것 같았답니다. 회복이나 에너지 충전은 특별한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야할 일들을 좀 더 정성스럽게 해나감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구독자 여러분께도 이번 6월 첫주는 휴식과 즐거움으로 가득찬 한 주가 되셨기를 바라며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도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위스키 뉴스레터의 주제는 조금은 낯설지만 그래도 아는 사람은 알만한 그런 위스키, 스코틀랜드의 외딴 섬 주라 섬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 "주라(JURA)" 위스키 입니다.
주라 위스키는 유명한듯 아닌듯 잘 알려져있지는 않은 위스키 입니다. 과거에는 위스키 퀄리티에 대한 혹평이 좀 있었어서 주라 위스키는 그냥 남 주라(...^^;)라는 썰이 있었던 위스키이기도 합니다.ㅎㅎ
아무튼 이러한 주라 위스키는 위스키 이름과 동일한 스코틀랜드의 "주라 섬(Isle of JURA)"에서 만들어지는 위스키 입니다. 주라섬은 스코틀랜드의 헤브리디스 제도 중 하나입니다. 주라는 바이킹어로 "사슴의 섬"이라는 뜻인데요, 이 이름에 걸맞게 이 섬에는 5,000마리가 넘는 사슴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의 수가 200-300명 밖에 안되는 데에 비하면 명실상부 사슴의 섬이 맞다고 볼 수 있지요.
주라 증류소는 기록상으로는 1810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다만, 운영이 잘 안되어서 중간에 문을 닫고 지금 우리가 아는 주라 증류소의 형태로 재건된 것은 1963년에서 였습니다. 1963년 재건 당시 주라 증류소는 거의 폐허 상태였다고 합니다. 전기도 제대로 안들어오고 도로도 안닦여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정말 하나 하나 만들어나가 이윽고 증류소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때 주라 증류소 재건의 핵심적인 인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로빈 플레처(Robin Fletcher)와 토니 라일리 스미스(Tony Riley-Smith)인데요, 두 사람이 주라 증류소를 재건하려고 마음 먹은 데는 좋은 위스키를 생산하고자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이를 넘어 주라 섬 자체의 공동체를 재건하고자 하는 의지도 컸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적은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던 주라 섬은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섬의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한 일환으로 주라 증류소의 재건에 큰 힘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1963년에 마침내 주라 증류소가 완성되었고, 실제로 이 주라 증류소는 주라 섬의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주민들의 삶의 질도 개선되었으며 또한 주라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점점 사랑받게 되면서 섬의 명성도 드높였지요. 여담으로 주라 증류소를 재건하면서 증류소 공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전기도 제대로 안들어오고, 전화선도 없고, 도로도 안닦인 주라 섬을 보며 이건 뭐 위스키를 만들자는 건지 문명을 만들어내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고 하는데요, 이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주라 증류소의 재건은 고집과 의지로 만들어낸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여전히 주라 섬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주라 위스키 증류소에 근무하거나 증류소 근무자의 가족이거나, 증류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재화나 서비스를 파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위스키 증류소가 섬 하나의 경제를 다시 세운 주라 증류소 재건 사례를 보며 로빈 플래처와 토니 라일리 스미스가 만든건 단순히 위스키 증류소가 아니라 하나의 섬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는 생각이 들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증류소를 만들어 낸 두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새삼 더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주라 섬에 대해서는 재밌는 일화가 있는데요, 작가 조지 오웰이 <1984> 라는 작품을 쓰던 1940년 중반 주라 섬에 머물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합니다. 이 때는 주라 증류소는 이미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는데요, 조지 오웰은 이 폐쇄된 주라 증류소와 멀지 않은 바넘하우스라는 곳에서 머물면서 <1984>를 집필했습니다. 조지 오웰은 주라 섬의 고립된 느낌과 불편함을 즐기며, 주라 섬에서의 생활에 상당히 만족했다고 하는데요, 그러다가 1947년에는 보트를 타다가 조난을 당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1984> 속의 디스토피아적인 요소들은 아마 주라 섬의 고립성과 고요한 바다와 짙은 안개가 감도는 분위기에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주라 위스키를 면세점에서 사오면서 처음 마셔봤었는데요, 면세점 전용 제품이지만 평이 상당히 괜찮은 "주라 더 팹스 19년(Jura The Paps 19 years)"입니다.
이 위스키는 미국의 버번 배럴 화이트 오크에서 19년을 숙성시키고 셰리 와인 캐스크에서 피니시를 입힌 위스키 인데요, 보통 숙성 연수를 12, 15, 18, 21년으로 가져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비해 이 위스키는 "19년"이라는 숙성 연한이 눈에 띕니다.
주라 더 팹스 19년은 셰리 캐스트 피니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셰리 와인 향이 강하게 나는 것 같진 않습니다. 포도 향과 같은 와인향이 꾸덕하게 나긴 하는데, 향긋한 느낌보다는 꾸덕하다고 하는 표현이 걸맞는 느낌에 가깝고 셰리 와인의 단맛 보다는 바닐라향과 견과류 같은 달달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있거든요. 그리고 아주 살짝 스파이시함과 스모키함이 느껴집니다. 그렇게 마시고 나면 약간 입에 떫다고 해야할지 싶은 느낌이 살짝 남는데요, 어디선가는 이 맛을 쿰쿰한 맛이라고 표현하더라고요. 아무튼 전반적으로 무난한 맛의 적당한 위스키라는 생각이 드는 맛입니다.
주라 더 팹스 19년은 평이 상당히 갈리는 위스키입니다. 어떤 분들은 가성비 최고의 너무 훌륭한 위스키라고 극찬을 하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남주라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맛없는 위스키라고 혹평을 하기도 합니다.
저한테 시음 후기를 물어본다면 5점 만점에 딱 3점정도 줄 수 있는 위스키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10만원도 채 하지 않는 19년 숙성의 위스키라고 하니 가성비를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가격을 생각했을 때는 이정도면 나쁘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다만, 다른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이 위스키를 선택하겠느냐 하면 그 것은 또 고민해볼만한 포인트기는 합니다. 셰리 피니시라고는 하지만 셰리향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고, 그렇다고 아일라 위스키처럼 강렬한 한방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향긋함이나 달달함이 극대화 되서 맛의 감각이 머리 속에 세게 남는 것도 아니긴 하거든요. 말그대로 면세점에서 사기에 그럭저럭 적당한 수준의 위스키가 아닌가 싶긴합니다. 그렇지만 남이나 주라는(ㅋㅋ) 혹평처럼 남주라 위스키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뭔가 특징이 뚜렷하진 않지만 그런 의미에서 또 편하게 온더락으로 한잔씩 마시기엔 상당히 괜찮은 위스키인 것 같거든요.
위스키의 맛이라는 것은 정말로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사랑하는 위스키가 저에게는 맛이 정말 없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하나의 위스키에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보면 또 한편으로 재밌기도 합니다. 우리의 감각으로 느끼는 맛과 향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나 싶기도 하고요. 오늘의 주라 위스키가 정말 먹지 말고 남 주라고 말할만한 위스키인지, 아니면 너무나 맛있는 훌륭한 위스키일지 구독자 여러분들도 꼭 한번 마셔보시고 어떻게 느끼시는지를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주라 위스키를 마셔보신다면, 맛에 대한 경험을 댓글로도 꼭 남겨주세요!
오늘의 위스키 뉴스레터는 여기까지 입니다. 금요일부터 휴일이었던 지라 주말이 길게 느껴져서 행복했던 주말인데요, 이제 한동안은 휴일이 없더라고요. 내일부터는 또 열심히 일하며 주말을 기다리는 일상으로 돌아가야하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너무 덥지 않은 좋은 날씨들이 이어지고 있으니 햇살과 바람을 즐기며,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들을 느끼는 하루하루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 저는 그럼 또 다음주에 더 재미있는 위스키 이야기들을 가지고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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