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 광'이자 '도자기 광'이다. 여행에 가면 그 도시의 잘한다는 카페는 꼭 들러서 마치 그 도시 사람인냥 녹아들어 앉아있는 걸 즐긴다. 그런가 하면, 마치 전유물 마냥 챙겨오는 것이 있는데 바로 도기이다. 틈을 내어 공방을 들러 도기 컵을 산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그것에 커피를 내려 마시며, 그 장소의 분위기를 추억하는 나름대로의 의식(?)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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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웹에서 내가 사랑하는 두 가지가 완벽하게 교차하는 물건을 발견했다. 커피 브랜드 '칼리타(Kalita)'와 '하사미(Hasami)'의 콜라보 도기 드리퍼. 처음엔 하사미가 디자이너 이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짧은 검색 끝에 하사미는 고즈넉한 일본의 도자기 마을(나중에 알고보니 사실 Hasami porcelain 이라는 브랜드였다.)이라는 것. 일본에서 몇 년을 거주하신 아버지께 여쭙자, "거기가 어디냐"고 하실 정도로, 도자기에 관심 없었다면 절대 가볼 일 없는 미지의 장소였을테다.
제품을 받아 커피를 내리는 순간 확신했다. 도자기 임에도 주형으로 뽑아낸 플라스틱보다 더 칼 같은 마감, 완벽한 음각과 양각,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 드리퍼와는 완전히 다른 커피의 '맛'.

"아, 이거 진짜다."
그 '진짜'을 만들어낸 곳. 한국인은 아무도 가지 않는 그곳에 직접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문제는, '어떻게' 가느냐였다.
당시만해도, 한국어 정보는 단 1개. 구글맵에도 나오지 않는 음식점과 카페.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며 일본 '타베로그'를 뒤져야 했다. 그것도 몇 년 전 정보라 영업 중인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도자기를 살 수 있는 가게는 단 2곳인데, 만약 그날 휴무이거나 폐업이라면? 이 여행은 그대로 끝이었다. 교통편 조차 구글맵이 '딱 한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지만, 다른 정보가 이토록 불확실한데 이 교통편인들 확실할까?
모든 것이 불확실성 투성이였다. 하지만 이때부터 개척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걸까? 혹은 그저 '진짜'를 만드는 사람들과 마을에 대한 진한 호기심이었을까?
나는 '베이스캠프'를 먼저 구축하기로 했다. 6박 7일의 일정 중 대부분을 인근 사가(Saga)에서 보냈다. 타케오 온천, 도서관 우레시노의 고즈넉한 거리, 현지인들과 친해진 료칸과 심야 식당... 그 낯선 동네가 내 집처럼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새 그 날이 밝았다. '이토록 완벽한 도자기를 만드는 마을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그곳의 제품을 만져봐야겠다'는 무모한 호기심의 결과인 그 날이.
'구글맵은 맞을거야.. 맞을거야..' 되뇌이며, 한 켠에는 불안과 다른 한 켠에는 설렘으로 '하사미행 버스가 있다'고 기록된 타케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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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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