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18

나의 한 해

2023.10.11 | 조회 3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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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고 안아주는

노래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보낼게요

 세 달만의 편지예요. 어떻게 지내셨는지..

지금 저는 두 달 전까지 살던 동네에 찾아와 그때의 집 근처 공원 계단에 앉아 있어요. 노을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았어요.

글을 쓰는 동안 타임랩스를 찍을 거예요. 이미 촬영은 시작했어요.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해가 모두 졌을 테고 저는 이 편지에 오늘의 타임랩스를 첨부할 수 있겠네요. 그 생각을 하니 조금 설렙니다. 지금은 4시 50분이에요. 

앗.
제가 착각을 했군요. 해는 6시 1분에 지는데. 저는 지금이 5시 50분인 줄 알고 타임랩스를 켰지 뭐예요. 한 20분 안에 글을 모두 써야지 마음먹고 시작했는데 ㅎㅎ.

오늘 편지를 써야지 마음먹은 것은요

생각을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글은 생각을 펼치게도 하지만, 정리하게도 해준다는 걸 얼마 전에 (또 다시) 발견했기에, 알게된 것을 이제 실행해봅니다. 

이 편지를 통해 정리하고 싶은 생각은 11월 12일 일요일의 단독공연 생각입니다.
공연 제목은  <나의 한 해> 

나의 한 해

생일 축하 인사로 저는 이런 말을 종종 합니다.
‘너만의 한 해가 오늘부터 시작되는구나, 축하해!’ 

별자리에 관해 조금 알게 되면서, 그리고 타로 리딩을 배우면서 갖게 된 생각이랍니다. 생일로부터 그 사람만의 일 년이 시작된다는 것. 

작년 저의 한 해가 시작될 무렵,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멀리 간 건 아니에요. 몇 년을 눈여겨보았던 에어비앤비가 마침 그 무렵 공연이 예정된 곳과 가까이 있었어요. 공연 후, 5일간 머물기로 예약하고, 공연하는 날, 캐리어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는 혼자 있고 싶었어요. 가까스로 만든 5일의 시간을 나하고만 보내고 싶었어요. 번다한 것들에서 떠나, 분주한 것들을 멈춘 시간. 숙소에 머물며 책을 읽고, 좋아하는 영화 한 번 더 보고, 근처 마트에서 간단한 장을 봐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식당에서 사 먹기도 하고요. 한낮의 와인도 마셨습니다. 집 안에 드는 햇빛을 구경하고, 빛이 머무는 시간을 관찰했어요. 고요하게 행복했어요. 동시에 쓸쓸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쓸쓸함이라, 그대로 좋았습니다.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니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스스로 준 생일 선물이었으니까요.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일을 많이 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힘들이고, 애쓰며 일해야 할 것들은 없었습니다. 주어진 것, 약속한 것들은 부담스러운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바쁘진 않았습니다. 밖으로 보이는 일정이 많으니 저와 대화하는 모든 이들이 ‘요즘 바쁘지?’라고 물어왔는데 저는 매번 ‘아니, 그렇지 않아. 마음은 안 바빠’라고 했었답니다.

분주한 듯 보이지만 스스로는 분주하지 않다고 생각한 12월을 보내고 2023년을 맞이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언제부터인지 저는 어쩐지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기분이 좀 그렇네.. 겨울이라 그런가.. 그래,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때가 되면 올라오겠지.'

까지만 생각하고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내버려 뒀습니다. 그게 최선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어요.

오늘 아침 요가 선생님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내버려 두고 방치하면, 나빠집니다. 지켜보면 나빠지지 않아요.’ 23년 초, 1/4분기의 제 이야기 같았습니다. 그때.. 저를 방치했다는 걸 인정합니다. 당시에는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지켜보진 않았어요. 그냥 내버려 뒀어요. 바닥을 치면 올라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달까요.

언젠가의 편지에 이것에 관해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희진의 책 ‘혼자서 본 영화’를 읽으며 ‘외로움’이 언제 나타나는지 알게 되었던 것에 관해서요. 

내가 나를 소외시키면 찾아오는 외로움.

내가 나를 소외시키면 찾아오는 외로움

22년 11월에 시작된 저만의 한해는 그랬습니다. 스스로 택한 쓸쓸함으로 시작해, 나를 돌보지 않고 내버려 두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후 다행히 내버려두기를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서서히 브레이크를 잡았어요.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지원하는 개인상담, 친구의 권유로 알게된 집단상담, 자기를 마주 보도록 돕는 사진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그것들을 통해, 그러나 참여한 지 한참 후에야 저의 외로움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외로운지 어떻게 외로운지 지금도 보는 중입니다. 다행이에요, 지금에라도 알게 된 게.

그동안 몰랐어요. 제가 외로운 줄도 몰랐어요. 잘 살고 있는 줄 알았어요. 

이제, 여러 과정을 거쳐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는 길을 조금 닦아두었어요. 그런 길들을 모아, 묶어 말해 ‘자기 돌봄’이라고 해도 좋을거예요.

자기를 돌보는 것은 아마도, 어쩌면, 상하기 쉬운 아끼는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할지 몰라요. 조심조심 다루고, 살살 만지고, 귀하게 대하는.

다가오는 한 해

2023년 11월을 앞두고, 다가오는 저만의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 다짐해 봅니다. 그 이야기를 단독공연 ‘나의 한 해’로 풀어볼게요. 

제 마음에 예민하게 반응한 노래들, 제 마음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노래들을 부릅니다.

그동안 저는 다른 사람의 마음, 제 앞에 와있는 사람의 마음에 예민하고 또 섬세했었던 것 같아요. (확언하지 못하는 이유는 100퍼센트라고 자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느라 저를 소외시키기도 했고요.

노래가 여러분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래요. 언제나처럼요. 
혹시라도 저와 같은 마음을 겪고 있는, 겪어온 분이 있다면
그 마음에 정확히 가닿기를 바래요.

11월 12일에 만나요.

단독공연 <나의 한 해>는 2023. 11.12 일요일 오후 4시. 벨로주 홍대에서 열립니다.

예매 시작 알림 신청

본 공연 예매 시작 알림 신청을 받습니다. 아래 링크 속 양식에 신청해 주세요. 예매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알려드릴게요.

시와 단독공연 [나의 한 해] 예매 시작 알림 신청

https://forms.gle/SihwSGZ25ZCpkjrD6


이 편지를 쓰는 동안 찍은 타임랩스. 해질 때까지 찍진 못했어요.
배터리 방전으로 핸폰 꺼짐...

글을 다 쓰고 약간의 퇴고를 마친 지금 시각 5시 46분이에요. (보내는 시각은 아마도 7시?!)

여기까지 읽어주어 고마워요.
보고 싶어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시와 드림


소식! news!

혹시 제가 8월 29일에 신곡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모르실까봐 :)
소식 전합니다. 노래 제목은 '꿈속의 새'예요. 뮤비 함께 올려둘게요. 들어주세요. 보아주세요.
여러 번, 많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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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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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ve

    0
    7 months 전

    누구도 다른 사람의 속사정을 알 수는 없지요. 이야기를 한다 해도 한계는 있고요. 어쩌면 이런 식으로, 공개 편지를 쓰는게 가장 좋을 수도 있을것 같아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것만큼 막막한 느낌도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타로를 배우신다니 반갑네요. 좋은 선택이에요.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는 좋은 수단이니까요. 제가 다른 선생님들처럼 수십년 경력 까지는 못되지만 그래도 어디가서 한두마디 걸칠 정도는 되니 그 분야에서 약간의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필요하다 생각되시면 말씀해 주세요.

    ㄴ 답글 (1)
  • lucy_y

    0
    7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 anonyme

    0
    7 month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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