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아직 못 정했는데... 꼭 정해야 됨?🤔

고디터｜신기하다. 보통은 한 직무만 거치잖아. 여러 직무에 지원하게 된 이유가 있었어?👀 G｜살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내 전공이 언론홍보영상학이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PD가 하고 싶었어. 21살 당시 인턴 PD에 지원하려고 보니까, 코로나 시기라 TO가 나지도 않았고, 겨우 찾은 회사에서는 내가 어리고 경험도 없어서인지 뽑아주지 않더라고. 꿩 대신 닭이니까. PD와 유사한 콘텐츠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어. 그걸 발판으로 몇 군데에서 프리랜서 PD로 일할 수 있었고. 프리랜서 PD로 일하던 스타트업에서 감사하게도 정식 스카우트 제안을 주셨어. 인원이 워낙 적다 보니 영상만 할 수는 없었거든? 마케팅 전반과 사내 프로젝트 기획을 주도하게 되었어. 어쩌다 PM(Project Manager)이 된 거지. 그리고 에디터의 경우는… 아직까지도 의문이야. 정말 일해보고 싶은 광고대행사가 있었는데, PD로 넣었을 땐 떨어졌거든. 근데 너무 가고 싶어서 다른 직무로라도 넣어야겠다 싶었어. 에디터로 넣으니까 붙더라고? 그렇게 대학교 3학년만에 4개의 직무를 거친 사람이 되었어. 고디터｜이렇게 들으니까 정말 대단하다. 뭘 해도 잘 될 것 같은데. 어떤 게 고민인 거야? G｜이제 복학하면 3학년 2학기고 조금 있으면 4학년이야. 본격적으로 취준을 해야 할 텐데, 아직까지도 직무에 대한 확신이 없어. 특히 주위 사람들을 보면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 내 주위에는 하나의 꿈을 바라보고 달리는 친구들이 많거든. 입학 후부터 줄곧 언시(언론고시)만 바라보고 살거나, CPA 등 전문직 시험 합격을 위해 올인하는… 물론 Plan B, Plan C가 있다는 건 꽤나 마음 편하지. 배수진 치고 시험 준비만 하는 그 친구들은 날 부러워하니까. 근데 옵션이 많으면 그만큼 에너지가 분산되더라. 하나의 직무에 100의 에너지를 쏟아 전문성을 키워야 하는데, 나는 4개의 직무에 25씩의 에너지를 쏟은 꼴이니까. 결국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한 게 없는 느낌?😔 고디터｜그런 어려움이 있었구나. 그럼 4개 중 하나를 우선 선택해서 올인해보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데려간 이유가 뭐야? G｜다 하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고. 난 콘텐츠 만드는 일도 좋고, 가설 세우고 소재 돌려서 검증하는 일도 좋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일도 좋아. 그걸 영상으로 하는 것, 글로 하는 것, 말로 하는 것 다 너무 매력적인 방법이라 생각해. 돌아보면 이래서 인턴에 미친 듯이 지원을 했던 것 같아. A직무의 JD(Job description)를 보면 내 얘기 같고, B직무의 JD를 보면 또 내 얘기 같고, C직무의 JD를 보면 이것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인간이 왜 하나의 직무에 갇혀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 고디터｜‘인간이 왜 하나의 직무에 갇혀야 하는지 모르겠다’라. 무슨 뜻인지 더 자세히 말해줄 수 있어? G｜요즘 N잡러, N잡러 하잖아. 물론 프리랜서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이기는 하지만. 난 이게 프리랜서를 넘어 직장인, 취준생에게도 확대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거든. 하나의 직무에 맞춰 본인을 재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왜 요즘 다이어트도 그렇잖아. 프리 사이즈라고 불리는 옷들이 굉장히 작게 나오고, 우리가 그 옷에 우리 스스로를 맞추기 위해 억지로 살을 빼려 하잖아. 그거 되게 이상하지 않아? 고디터｜듣고 보니 그렇네. 다이어트랑 취준에 공통점이 있었다니. G｜응. 일도 마찬가지라 생각해. 개인의 역량에 직무를 맞추는 게 아니라 직무에 개인의 역량을 맞추라고 말하는 사회라니. 그래서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난 분명 이 모든 걸 살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 취업하고자 한다면 하나만 보이게끔 나머지를 눌러야 하는 건지. 고디터｜우리 반대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하나만 보이게끔 나머지를 누르는 게 아니라, 그중 지금 가장 보여주고 싶은 대표 역량에 불을 켜주는 거야. 그러다 다른 걸 보여주고 싶을 땐 다른 역량에 불을 켜고. 아예 없애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한 걸 light on 하는 방식으로. G｜아, 그럼 나머지 부분을 재단해낼 필요가 없겠구나!😯 고디터｜그렇지. G｜생각해보면 나는 여태 직무를 정하는 게 ‘쿠키’ 같다고 생각했어. 쿠키 반죽을 넓게 펴고, 쿠키 틀 안에 들어가는 반죽만 잘라내고 나머지는 버리잖아. 근데 그 버려지는 부분이 너무 아까운 거야. 예쁜 쿠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잘라내는 게 필연적임을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말이지. 아무것도 안 버리고 다 붙들고 있으니까, 우리 팀장님도 미팅 때 비슷한 조언을 주셨어. ‘G님의 이력서를 보면 아직 정확히 뭘 보여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고디터｜그건 G의 나머지 부분을 잘라내라는 게 아니라, 어느 한 부분에 빛을 달아주라는 뜻이었을 거야. 어쩌면 직무를 정하는 건 ‘크리스마스 트리’ 같다고 생각해.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트리를 그리라고 하면, 세모 모양의 나무를 그리고 맨 위에 꼭 별을 그린다? 그게 정체성이니까. 밑의 장식들이 다채로울수록 예쁘지만, 결국 트리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건 꼭대기의 별이야. 별을 바꾸고 싶으면 언제든 바꿔도 괜찮지. 중요한 건 일단 꼭대기에 별을 달고 불을 켜주는 것 같아. 불을 켜는 순간 그제서야 트리에 확 시선이 가니까. G｜우선 시선을 끌어야 한다, 맞는 말이네. 결국 취준이란 나를 ‘같이 일하고 싶은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과정이니까. 일단 지금 나만의 별부터 달아야겠다. 그래도 나머지를 버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 되게 위로가 되는 것 같아.🥹 고디터｜당연하지. 세상에 의미 없는 경험은 없어. 여러 직무 사이에서 헤맨 그 경험이 너만의 트리를 만들어가는 데에 엄청난 자산이 되어줄 거야. 그러니 고민은 하더라도,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