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염되는 행복

이리저리 분열돼 빚어내는 갈등이 기본값인 세상에 살아서 그런가. ’다들 한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라는 걸 새삼 느끼는 순간이 참 귀하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의 윤석열 탄핵 심판 선고 장면이나 8년 전의 박근혜 탄핵 심판 선고 장면 같은 것들. 너무 ‘정치적’인가? 그럼 축구 얘기. 2002년까지 갈 필요도 없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 전 황희찬의 골 장면이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 전 손흥민의 골 장면 같은 것들.

하나 더 추가해야 될 것 같다. 콜드플레이 공연. 꿈과 사랑을 노래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 세계를 구현해낸 월드클래스 락스타에게 사람들은 아낌없이 찬사를 보냈다. 그러게. 공연장에서 목격한 기쁨 넘치는 얼굴들을 아직 기억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와, 여기엔 진짜 “낭만이 있다.”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선택 중 하나. 이런 기억을 뜯어먹으며 나는 계속 산다. 이 각박한 세상을. 얼마나 큰 행운인지, 이런 행운을 만날 때마다 새삼 느낀다.

뒤늦게 에일리언보이 영상을 접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는 총 6회차 공연 중 무대에 올라간 유일한 관객이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스스로도 우는지 웃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감격에 겨운 표정과 몸짓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은 1도 들지 않았다. 그 자리는 그의 것이었다. 그는 자기 것을 온전히 누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도 우리의 것을 누렸다. 행복이 전염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지. 그와 함께 울고 웃었다는 이야기는 댓글창에도 가득했다.

휴일 전날 고깃집에서 술 한 잔 곁들이는 사람들을 창밖에서 보며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라고 중얼거리곤 한다. 휴일 전날 고깃집에서 술 한 잔 곁들이는 것은 내가 참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창밖에서 보는 게 중요하다. 그게 일종의 프레임이 돼 나와 저들을 분리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저 상황을 보다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마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듯. 그렇게 그들의 행복감이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내게 전염된다.

사실 너무 소소하고 개인적이라서 공감 구하기가 약간 머쓱하다. 하지만 에일리언보이는 다르다. 콜드플레이는커녕 공연을 즐기지 않고 팬심을 가져본 적도 없더라도 이 이야기는 ‘행복이 전염된다’라는 표현을 체감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행복을 전염시킨다. 더 나아가 ‘나에게도 저만한 행복을 주는 게 있나?’라는 물음까지 남긴다. 그만큼 압도적이다. 시간 괜찮다면 에일리언보이가 콜드플레이 팬카페에 직접 남긴 후기는 꼭 한번 읽어보시길.

제주중앙여고인들의 아라찐빵은 간만에 외부 유입이 많았던 글입니다. 핑계고에 출연한 한상진 배우가 제주도 아라찐빵 이야기를 했거든요. 마침 제주도에 머무는 중이라서 먹어봤습니다. 사실 존재 자체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제주중앙여고를 졸업한 애인이 학교 다닐 때 자주 먹었던 간식이라고 알려준 것 하나였거든요. 과연…맛있더군요.

중국어 초보자는 ‘훌륭해요’, ‘굉장해요’, ‘대단해요’, ‘최고예요’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외우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언어 학습의 본질, 반복의 가치, 초보자의 마음이 주요 키워드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무언가 새로 시작하면 그동안 하지 않았던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양한 경험’이라는 식상한 조언이 좀 다르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문장 수집은 남의 문장을 통해 스스로를 성실한 독자로 포지셔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좋은 리추얼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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