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런 할머니 얕보지마라

저런 할머니 얕보지마라

간판을 바꿔 달고 테이블과 의자까지 들여놓으니 제법 식당 티가 나는 모양이다. 영업 중인 줄 알고 매장에 들어오다 한참 일하는(뭔가를 조립하거나 떼거나 붙이는) 우리를 보고 당황하는 분들이 꽤 있다. 몇 번 반복되니 이제 “다음 주에 개업하니 그때 식사하시러 한번 오세요~!”라는 멘트는 자동으로 나온다. 덕분에 이 구역에 밥 먹으러 오는 수요가 일정 수준 존재한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첫 장사에 대한 불안을 조금은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단순 관심을 갖는 사람은 더 많았다. 앞서 이 자리에 있던 가게는 주인이 한 번 바뀌었으나 약 20년 동안 같은 간판을 고수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주민들에게는 그 자리에 다른 가게가 들어서는 일 자체가 소소한 이벤트라도 된 듯 보였다. “어, 여기 아귀찜집 없어졌네! 뭐가 생기는 거지? 게장? 이야. 한번 와봐야겠네.”라고 자기들끼리 중얼거리거나 슬쩍 고개를 들이밀고 상호 뜻이나 개업일 등을 물었고 빤히 내부를 살피며 지나가기도 했다.

오후 3시쯤이면 가게 앞을 지나가는 할머니 두 분이 대표적이다. 어디선가 점심을 먹고 쉬다가 동네 한 바퀴 산책하는 게 습관인 듯했다. 수리 기간 동안 매일 봤는데, 항상 가게 쪽을 쳐다보며 느릿느릿 걸어가신다. “이야, 저 할머니들 또 지나가시네.”라고 하자 같이 테이블을 닦던 작은실장님이 한마디 했다.

“저런 할머니 얕보지 마라.”

물론 얕본 적은 없지만 대뜸 ‘얕보지 마라’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저런 할머니가 꼭 자기 친구 열댓 명 끌고 오더라. 오전에 경로당에서 시간 보내다가 ‘오늘 점심은 거기 가서 먹을까~?’하는 거야. 저 한 사람이 매출을 얼마나 올려주는지 아니? 그러니까 저런 할머니 얕보지 마라.”

매일 산책할 정도면(게다가 딸이 살뜰히 챙기기까지 하면) 겉으로 보이는 연세에 비해 신체도 건강할 뿐만 아니라, 아니, 오히려 그 이유로 저 나이대 그룹에서는 어느 정도 존재감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게가 생겼다’라는 소식을 발 빠르게 공유하고 ‘거기 가보자’라고 제안할 만한 사람이라는 얘기다.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지점이다. 고객의 디테일을 이처럼 빠르게, 구체적으로 잡아내는 수준에 다다르는 과정은 또 얼마나 지난할까, 아득했다.

어떤 식으로든 개업 준비 중인 가게에 관심 갖는 사람이라면 모두 다 잠재고객이라는 점은 인지하고 있었다. 앞으로 내가 상대할 고객은 지금까지 내가 상대했던 고객과 완전히 다르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고객을 속속들이 파악하긴 어렵다는 점조차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쪽으로 센스가 좋은 편도 아니므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주 큰 전환’ 이후에 도착한 곳에서는 그게 맞지. 지금 내 상태는 신입이나 마찬가지니까.

내 고객은 누구인가? 그동안 상대했던 고객과 완전히 다르다. 사실 고객뿐이 아니다. 내 일은 무엇인가? 그동안 해왔던 일과 완전히 다르다.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

매달 15일과 30일쯤, 장사를 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메일에 적어 보냅니다(초보라 배울 게 많아서 시간을 못내는 바람에 늦거나 넘어갈 수도 있음). 지난 2주 동안 개업 준비로 바빴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11/24)에 시작합니다. 제게 행운을 빌어주세요.

고맙습니다.

병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