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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 시절, 제2의 인생 엄마의 마음으로

2024.08.05 | 조회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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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조금은 빠른 제2의 인생이었다. 학부를 전산 전공을 살려서 컴퓨터와 인터넷 관련 고객지원센터와 프리랜서 강사 그리고 대학 연구소의 일원으로 약 15년간 일을 했다. 그러나 전산 전공자로서의 인생이 조금씩 사그라들어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신기술을 스스로 습득하여 내 자신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삼십오세가 훌쩍 넘은 나이에 처음으로 큰언니의 제안으로 직종을 바꾸어 장애인 복지관에 정보화 교사로 일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사회복지,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지적장애 아동,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컴퓨터를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며, 새로운 환경들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제2의 인생으로 복지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혼 초기에는 직장을 갖지 않고 있어서 그 시기에 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했다. 솔직히 사회복지 학과 공부와 자격증 공부에는 조금은 차이가 있었다. 교재를 통해 이론을 공부하고 문제집을 풀려 했으나 도저히 내용이 이해가 되질 않아서 선배님의 조언으로 문제집을 먼저 풀면서 그 문제의 답이 왜 이것이고 다른 답은 틀린 것인지를 분석하면서 공부했다. 그 덕분에 4개월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1급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

40대의 나이에 어렵게 취업한 곳이 지역아동센터였다. 원래는 전망이 좋다고 하는 노인복지시설로 가려고 했으나 친정에서 아동복지시설로 가기를 적극 권고하여 그렇게 하였다. 아마도 내가 자식이 없었기에 아동들을 자식 삼아 키우면서 살라고 그렇게 말씀하신 듯했다.


처음에는 아동센터에 복지사로 정식 취업한 것이 너무 좋아 복지사의 제일 밑바닥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화장실 청소를 도맡아 하기로 했고, 매일 변기와 세면대와 바닥과 벽에 세정제를 뿌려 솔로 박박 닦고 씻어냈다. 3~4개월은 그렇게 한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시키는 일을 하기도 바쁜데 굳이 시키지도 않은 화장실 청소를 했던 게 좀 순진했던 것 같다고 생각이 되지만 그래도 나는 40대 초반의 나이에 취업한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초등학생은 아동, 중고등학생은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아동들은 처음에는 내가 낯설었는지 조금씩 눈치를 보았지만 금방 친해지게 되었다. 나는 아동센터에서 배쌤으로 통했다. “배쌤~ 배쌤~”하면서 따르는 아동들 덕분에 기분도 좋고 나도 아동들의 기운을 받아서 젊어지는 호르몬이 나오는 것 같았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행정적인 일을 하면서 아동들과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수학 문제를 풀기도 하고 영어 수업을 하기도 하고 급식 교사가 휴가를 낼 때는 아동들 저녁 급식 26인분 요리도 해야 했다. 저녁 급식 후에는 아동들과 보드게임을 했다. 서로 봐 주기 없다며 정말 살벌하게 게임한 적도 있다. 걔 중에 한두 명은 급기야 울음을 터트렸다. 집이 먼 아이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같이 나가서 집 앞에까지 바래다주고 오기도 했는데 그야말로 일당백의 역할을 했다.

물론 엄마의 역할까지는 절대 아니었지만, 간접적으로나마 엄마가 된 것처럼 보람도 느끼게 되었고 어려운 환경의 아동들도 가정 방문하고 아동들을 챙겨주면서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었다. 복지사의 생활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아동들의 해맑은 웃음과 아동들의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목소리 덕분에 힘을 얻고 에너지를 키울 수 있었다.


올해로 사회복지 분야에 몸담은 지 12년째이다. 복지사와 센터장을 거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했다. 한 아이는 예쁘게 생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가 있었는데, 아버지와 함께 사는 한부모 가정이었다. 이 아이... 어쩐 일인지 웃지를 않는다. 나는 아이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고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가려고 할 때 매일 이 아이를 불러 10초 이상 마음 깊이 안아주었다. 이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사랑한다는 마음이 전해지기를 바랐다.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였는데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놀라운 특징이 있었다. 한번 울음이 터질 때마다 한 시간을 진이 빠지도록 울어댔다. 그만큼 그 어린아이의 마음에 서러움과 울분이 잔재 해 있었다. 처음엔 센터장님이 다독여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울음을 그치질 않았다.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고 했지만,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센터장님은 포기했는지 나에게 달래보라고 하셨다.

우는 아이를 꼭 껴안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우는 아이를 꼭 껴안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나는 아이를 꼭 껴안고 그래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어, 그동안 얼마나 마음이 아팠니라고 아이의 귀에 대고 말하며 계속 안고 있었다. 아이는 더 소리내어 엉엉 울었다. 나는 아이가 울다 지쳐 쓰러질 것 같아 잠시 아이를 놓은 후 찬물을 가져다 먹이며 아이가 충분히 울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찬 물수건으로 땀을 닦아 주었다.

이제 아이는 어깨를 들썩이며까지 울었다. 나는 등을 손으로 천천히 쓰다듬기도 하고 조금씩 두드리며 잘 울도록 도왔다. 내 마음은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얼마나 큰 한이 맺혀있을지 마음이 짠했다. 아이는 조금씩 울음을 멈추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에게 그래, 너무 잘 울었어. 우리 민정이 힘든 일이 많았구나, 그래도 이렇게 우니까 마음이 후련하지? 우리 민정이 너무 훌륭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언제든 울고 싶으면 선생님께로 오라고 말해 주었다.


그 후 난 병으로 아동센터를 그만두게 되었고 휴식하는 시기를 거쳐 지금은 그 아동센터에서 독서 지도를 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그래서 최소한 이 아동들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어떤 경우는 아동들이, 청소년들이 엄마에게도 말하지 않는 말을 하기도 한다. 또 어떤 아이는 선생님, 저 수학 시험 폭망했어요. 엄마한텐 말 못 하는데 어쩌죠?”, “저 어제 친구들하고 놀러 갔다 왔어요” “선생님, 저 여친 생겼어요. 여친이랑 방 탈출 카페 갈 거예요. 엄마한테는 비밀로 해 주세요!”

엄마의 마음으로 아동들을 돌보다. 또 다른 기쁨이었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엄마의 마음으로 아동들을 돌보다. 또 다른 기쁨이었다. -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집에서는 말이 없는 아이가 자기의 관심사를 말하곤 한다. “선생님 저 컴퓨터 잘하고 싶어요. 저 요새 코딩 배우는데 재미있는데 선생님 컴퓨터 전공하셨다고 하셨죠? 제가 좀 더 공부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선생님, 요새 어린 동생을 보는데 엄마가 자꾸 저보고 아이를 보라고 해서 힘들어요. 말을 엄청 안 들어서 꿀밤 주고 싶어요등 비록 육신의 어머니는 아니지만, 아동들이 엄마에게는 굳이 털어놓지 않는 내용도 내게 말해 준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나는 아동들이 공부를 잘하건 못하건 어디 가서도 기죽지 않고 당당한 아이. 자기의 생각, 신조가 있어서 자기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를 정직하고 바르게 지도하는 것도 나의 중요한 역할이다. 또한 더불어, 함께 공부하고 고민하고 대화하면서 아이들이 자기의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인도자 되기를 맘 속 깊이 되새겨 본다.

 

<영심이의 오뚜기 인생: 필자 소개>

살아오면서 다양하게 굴곡진 삶을 당당하게 맛보며 살아온 그녀. 1990년대 만화 캐릭터 영심이처럼 밝고 활기차게 그리고 힘겹지만 가뿐하게 어려움들을 이겨냈다. 다양한 삶을 살아온 만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깊이 공감할 수 있기에 더욱 행복하다. 2022년 세움북스 신춘문예에 입선했다. 매일 SNS에 글을 올려왔고 2024년 <쓰고 뱉다 23기생>이 되면서 그녀의 글은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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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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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빌의 프로필 이미지

    세빌

    0
    5 months 전

    엄마의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집니다. 센터장으로서의 노고도 많으셨을텐데 그 마음을 잃지 않고 걸어오셨다니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ㄴ 답글 (1)
© 2024 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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