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어린이집에 다니는 건 처음인데요

‘성인'과 '어린이’라는 단어의 무게감

소통의 기본

2024.07.24 | 조회 2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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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뱉다와 함께 하는 오늘의 글 한잔

당신의 존재의 온도를 딱 1도 높여주는 그런 글 한잔이 되길 바라며 -

욱씬- 갑자기 왼쪽 어금니가 아프다. 설마, 충치인가? 황급히 연차를 쓰고 치과로 달려갔다. 충치 치료의 고통 때문인지, 금액의 무서움 때문인지 모르겠다. 오늘따라 유독 두려운 치과 의자에 앉아 떨리는 마음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다행히 충치는 아니네요.” , 마음이 한시름 놓이며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치과에 온 김에 겸사겸사 스케일링까지 받기로 했다. 스케일링이 진행되는 동안 치위생사님께서는 스케일링하고 나면 조금 이가 시리실 수도 있어요.”, “잇몸이 부어있으시네요. 그래서 더 아프실 거예요.”라고 이야기하시며 수시로 세심하게 진행 상황과 그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아픔들에 대해 안내해 주셨다.

   치위생사님의 친절함과는 별개로 스케일링은 내 생에 그 어떤 치과 진료보다 아팠다. 그날 이후 충치 치료나 비용보다 스케일링 때문에 치과가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인 점은 미리 안내해 주신 덕분에 다가오는 아픔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눈을 질끈 감으며 아픔을 대면할 준비를 했기에 만나는 아픔을 초인적인 인내로 버틸 수 있었다.

   이러한 안내 섞인 대화는 어린이집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수법이다. 정리 시간을 한 예로 들 수 있겠다. 어린이들에게 , 이제 정리할 시간이야. 놀잇감을 정리하고 손 씻고 밥 먹을 준비하자.”라고 정리할 시간을 안내하면 어린이들은 ! 바로 정리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칼각으로 정리를 시전한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은 단지 나의 바람일 뿐 ”정리하기 싫어!“는 양반이고 속상함에 펑펑 우는 아이도 여럿이다.

   그래서 항상 정리 시간을 미리 안내한다. 어린이들에게 정리할 때까지 10분 남았어”, “이제 5분 남았어. 5분 뒤에 정리하자”, “1분 남았어. 1분 동안 얼른 놀자!”, ”이제 정리할 시간이야. 같이 정리하자.라고 질리도록 꾸준히 안내한다. 물론 그럼에도 아쉬워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심리이다. 하지만, 놀이는 언젠가 끝이 나며 그때에는 정리를 해야 함을 아는 시간들이 쌓이다 보면 어린이들도 이제 곧 정리할 때임을 인지하고 정리해야 함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전의 나는 어린이들에게 안내 섞인 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 기저에는 애들이 알아봤자 얼마나 알겠어. 그냥 따라오면 되지.“라는 무시의 마음, ‘먼저 말해봤자 하고 싶지 않다며 실랑이만 할 텐데 굳이 미리 말하지 말자.‘라는 귀찮음이 깔려있었다. 어린이들은 무조건 성인의 말에 따라야 한다는, 동등하지 못한 존재로 바라본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린이들과 살을 부대끼며 살아가다 보니 알았다. 어린이들은 미래 예측 능력이 아직 성인만큼 발달되지 못했기에 무작정 낯선 상황과 대면한 것일 뿐, 어린이들도 알면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낯선 환경을 두려워하던 아이가 일주일 전부터 갈 곳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기대감을 갖도록 하니 즐겁게 현장 학습을 다녀왔다. 이빨에 세균이 자라지 않도록  불소 도포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니 아이가 불편해 얼굴을 찡그리더라도 씩씩하게 꾹 참았다. 어린이들이 할 수 있을까 생각했던 그 곳곳의 순간들 속에서 느꼈다. 미리 이야기 나누면 이렇게 어린이들도 할 수 있는 일이었구나. 말하지 않았더니 그 문제가 거대한 눈덩이처럼 잔뜩 불어나 우리의 사이에 더 힘든 갈등을 만들었구나.

   아동 해방 운동을 전개했던 엘렌 케이는 현대의 교육자가 범하기 쉬운 가장 큰 오류는 어린이를 자신의 손안에서 마음대로 변형할 수 있는 재료로 다루려는 것이라고 하였다. ,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른들에게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동정심과 깊은 신뢰를 아동들에게 보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연 어린이들과 소통할 때, 동등한 성인을 대하듯 하고 있었는가 되돌아본다. 더 나아가 어린이뿐만 아니라 같은 성인과도 소통을 하는 상황에서 서로를 동등한 위치로 인식을 하고 있었는가 생각해본다.

   다양한 관계 중 상사와 부하, 교사와 학생, 부모와 자녀, 형과 동생 등 위계적인 특성이 있는 관계가 있다. 때때로, 그러한 상하 관계 속에서 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극단적인 수직관계로 인식하고 그들을 부당하게 대우하며 박사과정 학생에 갑질, 명문대 교수의 민낯’, ‘연예인 000, 매니저 갑질 논란등과 같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한다.

   생애 발달단계적 측면에서 보면, 사람은 전조작기 어린이(5-7) 시기 이후, 차츰 조망 수용 능력이 발달한다. 이 능력은 타인의 마음, 생각, 느낌, 행동 등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능력이다.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이해하는 것은 어린이라는 생애  초기 시기부터 이미 가지고 키워오고 있었던 우리의 기술이란 소리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탑재되어 있는 이 기술이 앞선 상하 관계에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로를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보는 것이 소통의 밑바탕에 깔렸을 때, 그제야 우리는 서로의 관점에서 이해하기를 비로소 시작하는 게 아닐까.

   사람 대 사람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성인과 어린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한쪽으로 기울어진 저울처럼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성인 대 성인이라는 단어처럼 수평선을 이루는 저울처럼 느껴졌으면 참 좋겠다. 더 나아가 많은 사람들이 앞선 어린이라는 단어가 비정규직, 미혼모, 장애인, 외국인과 같은 단어로 대치되어도 동일한 사람의 무게감으로 느끼길 바라본다. 그 순간 비로소 우리의 소통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첫 발걸음을 떼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라-

같은 무게로, 같은 시선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가 되길
같은 무게로, 같은 시선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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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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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니신나

    0
    3 months 전

    정말 유익한 내용이에요! 어린이를 한 인격체로 바라볼 줄 아는 분이 어린이집 교사시라니 이리 훈훈할 수가 없습니다~~^^

    ㄴ 답글 (1)
  • 인사피어

    0
    3 months 전

    글이 더 예뻐졌어요! ლ(╹◡╹ლ) 마지막 이미지가 글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어린이집 교사뿐아니라 모두가 푸실님과 같이 생각하면 서로 부딪히고 아플일이 별로 없을것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해요!

    ㄴ 답글 (1)
  • 세빌

    0
    3 months 전

    자폐장애 아동에게도 다음 활동으로 전환되기 한참 전부터 여러 방법으로 활동 전환을 예고한다는데 저는 아직도 그게 서툴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같은 무게로, 같은 시선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게 가능하다며 자신만만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히려 자신없어하는 저를 마주하며 한숨을 쉬게 되지만 다시 희망을 가지리라 맘먹어 봅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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