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과 손이 계속 부어요. 처음엔 알레르기라고 생각했어요."
유전성 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HAE)은 매우 희귀한 질환이라 진단이 늦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HAE 환자 중에는 처음에 '붓기가 심하네..'라고 생각했다가, 나중에서야 제대로 진단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아요. 한 case report를 소개할게요.
2013년 Allergy, Asthma & Immunology Research에 실린 7세 한국 소녀의 사례입니다.
이 소녀는 4살 때부터 얼굴과 손이 반복적으로 붓는 증상을 겪었어요. 처음엔 의료진도 알레르기나 피부 문제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일반적인 알레르기와 달리 두드러기나 가려움증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출처: Shin M, et al. Allergy Asthma Immunol Res. 2013 January;5(1):59-61.
시간이 지나도 붓는 증상이 계속 반복되면서, 결국 혈액 검사에서 C1-INT*수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어 HAE type 1으로 진단받았어요. HAE는 단순한 부종이 아니라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빠른 진단과 적절한 관리가 중요해요.
* C1-INH: C1 에스테르분해효소 억제제 (밑에서 자세히 설명했어요.)
1. 유전성 혈관부종(HAE), 어떤 질환인가요?
유전성 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HAE)은 피부나 점막이 반복적으로 붓는 희귀 유전질환이에요. 주로 얼굴, 손발, 위장관, 상기도가 붓는데, 특히 상기도가 붓는 경우엔 숨쉬기가 어려워져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HAE는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부담이 큰 질환이에요. 하지만 워낙 희귀하기 때문에 일선 병원에서 HAE를 진단하고 치료할 기회가 많지 않아요. 의료진이 경험을 쌓기 쉽지 않은 질환입니다.
출처: Didier G, et al. N Engl J Med. 2012;367:1539.
특히 아시아 지역의 HAE 유병률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훨씬 낮아요. 일본은 인구 천만 명당 4.1명, 대만은 8.2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서구에서는 천만 명당 100~200명 수준이에요. 한국에서는 1994년에 처음 HAE 사례가 발표된 이후로, 드물게 보고되고 있어요.
2018년에는 전국 15개 3차 병원에서 HAE 환자 65명을 조사한 연구가 있었는데, 당시 한국의 HAE 유병률을 인구 천만 명당 13명으로 추정했어요. 하지만 모든 HAE 환자가 확진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유병률이 더 높을 것으로 예상돼요.
💡HAE는 왜 발생하나요? 병태 생리가 궁금해요.
먼저 혈관부종(angioedema)이란, 혈관 투과도가 높아져서 피부 깊은 곳이나 점막이 붓는 현상을 말해요. 주요 매개 물질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 히스타민(histamine)에 의한 비만세포* 매개형 혈관부종
- 브라디키닌(bradykinin)에 의한 혈관부종
히스타민에 의한 혈관부종은 대부분 알레르기 반응의 일환이에요. 비만세포* 활성화에 의해 발생하고, 두드러기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브라디키닌에 의한 혈관부종은 유전적 또는 후천적으로 C1 에스테르분해효소 억제제(C1 esterase inhibitor, C1-INH)가 결핍되어 발생해요. 비만세포가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두드러기가 발생하지 않아요.
*비만세포(mast cell): 히스타민을 방출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세포
HAE는 브라디키닌에 의한 혈관부종 중 유전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질환이에요.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뉘어요:
- 1형 HAE: C1-INH의 양이 부족한 경우
- 2형 HAE: C1-INH의 양은 정상이지만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경우
- 정상 C1-INH HAE: C1-INH는 정상이지만, 다른 유전자 변이가 브라디키닌 수용체에 영향을 주는 경우
1형과 2형은 기전과 임상 양상이 비슷해서 1/2형 HAE로 통칭하기도 해요. 이번 뉴스레터의 주제인 Lanadelumab(라나델루맙)도 1/2형 HAE 환자들을 위한 치료제입니다.
위에서 1/2형 HAE는 'C1-INH'라는 단백질의 양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해서 발생한다고 했는데요. 'C1-INH'란, 브라디키닌의 생성을 조절하는 단백질이에요. 1/2형 HAE 환자는 C1-INH가 부족하거나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브라디키닌이 과도하게 만들어져요.
브라디키닌은 혈관을 넓히고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에요. 브라디키닌이 과도할 경우, 혈액 속 물질이 혈관 밖으로 새어나와 부종이 생기게 됩니다.
브라디키닌(bradykinin)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 응고인자 XII(= Factor XII, FXII)는 손상된 혈관이나 특정 자극에 의해 활성화되어 응고인자 XIIa(= Factor XIIa, FXIIa)로 변해요.
- 응고인자 XIIa는 프리칼리크레인(pre-kallikrein)을 플라스마 칼리크레인(Plasma kallikrein)으로 전환시켜요. 플라스마 칼리크레인은 혈액에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 플라스마 칼리크레인은 고분자량 키니노겐(HMWK)을 잘라서 브라디키닌을 만들어요.
정상적인 상태에서 C1-INH는 플라스마 칼리크레인의 활성을 조절하는데, HAE 환자는 이 조절이 안 되어 브라디키닌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이로 인해 혈관 부종(HAE 급성 발작)이 발생하게 돼요.
2. HAE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HAE는 예측할 수 없는 혈관부종 발작(angioedema attack) 때문에 위험한 질환이에요. 그래서 치료도 발작을 관리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요.
1. 발작 시 대응 치료(On-demand treatment)
급성 발작이 일어났을 때 바로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예요. 특히 목이나 기도가 붓는 경우엔 빠른 대처가 중요하죠. 이런 경우에는 혈장 유래 또는 재조합 C1-INH(부족한 C1-INH를 보충하는 제제), 브라디키닌 수용체를 차단하는 icatibant, 칼리크레인을 억제하여 브라디키닌 생성을 줄이는 ecallantide 등의 약물을 즉시 투여할 수 있어요.
2. 단기 예방 요법(Short-term prophylaxis)
발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리 약물을 투여하여 부종을 막는 방법이에요. 수술이나 치과 치료, 기도삽관 같은 시술을 할 때 부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데요. 이런 경우, 시술 48시간 이내에 부종이 생길 수 있어서, 미리 약을 투여해서 위험을 줄여요.
3. 장기 예방 요법(Long-term prophylaxis)
HAE 발작을 줄이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꾸준히 투여하는 약물들이 여기에 해당돼요. 2021 WAO/EAACI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혈장유래 C1-INH, Lanadelumab, berotralstat를 장기 예방 요법의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어요.
오늘은 이 중에서 국내에서도 사용 중인 Lanadelumab(라나델루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3. Lanadelumab은 어떤 약인가요?
Lanadelumab(라나델루맙)은 HAE 환자의 장기 예방 요법으로 사용되는 약이에요. 다케다(Takeda)에서 출시한 약물로, 탁자이로(Takhzyro)라는 상품명으로 유통되고 있어요.
Lanadelumab은 2018년에 12세 이상 HAE 환자의 발작 예방 목적으로 FDA 최초 승인을 받았고, 이후 2023년에는 소아 환자까지(2세 이상) 적응증이 확대되었어요. 2025년 3월 기준, 국내 적응증은 아직 12세 이상의 1/2형 HAE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Lanadelumab은 어떻게 HAE 발작을 예방하나요?
Lanadelumab은 칼리크레인(kallikrein)을 억제하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예요. 단일클론 항체란, 실험실에서 특정 목표물(여기서는 칼리크레인)에만 정확히 달라붙도록 만든 면역 단백질로, 질병 원인을 막아 치료나 예방에 활용돼요.
앞에서 플라스마 칼리크레인(Plasma kallikrein)은 고분자량 키니노겐(HMWK)을 잘라서 브라디키닌을 만든다고 설명했었죠? Lanadelumab은 칼리크레인에 달라붙어서 그 활성을 억제합니다. 결과적으로 브라디키닌 생성이 감소되고, 혈관 투과성이 줄어들어 HAE 발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요.
4. Lanadelumab의 임상시험 결과가 궁금해요!
Lanadelumab의 pivotal 연구는 HELP study입니다. 12세 이상의 1/2형 HAE 환자에서 lanadelumab의 효과를 평가한 RCT, 임상 3상 시험이에요.
총 125명의 환자가 참여한 26주에 걸친 연구였어요. 참여자들은 본격적인 시험 전에 먼저 4주 동안의 run-in 기간(run-in period, 준비 기간)을 거쳤어요. 이 기간 동안 한 달에 최소 1번 이상 HAE 발작이 있었던 환자들만 시험에 참여할 수 있었어요.
125명의 환자 중 84명은 lanadelumab 투여군에, 41명은 위약군에 무작위로 배정 되었어요. Lanadelumab 투여군은 다시 세 가지 용량 그룹으로 나뉘어졌어요:
- 300mg을 2주마다 투여 (27명)
- 300mg을 4주마다 투여 (29명)
- 150mg을 4주마다 투여 (28명)
모든 환자는 2주마다 피하주사를 투여 받았는데, 4주마다 투여하는 그룹은 중간에 위약 주사를 맞아서 횟수를 맞춰줬어요. 이렇게 총 26주(6.5개월) 동안 lanadelumab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했어요.
125명 중 113명(90.4%)이 시험을 끝까지 완료했고, 대부분은 이후 오픈라벨 확장 연구(open-label extension, 약을 계속 투여하면서 장기 효과를 보는 연구)에 참여했어요.
💡 Primary Endpoint 결과는 어땠나요?
연구의 Primary Endpoint(일차평가변수)는 26주 동안 연구자가 확인한 HAE 발작 횟수였어요. Run-in 기간 동안 위약 그룹은 한 달 평균 4.0번의 발작이 있었고, Lanadelumab 그룹은 3.2~3.7번 정도로 두 그룹의 baseline은 비슷했어요.
그러나 26주 후, lanadelumab의 모든 투여군은 위약군 대비 발작 횟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어요(P< 0.001). 참고로, 결과는 26주 전체 발작 횟수가 아니라 한 달 평균 발작 횟수로 제시되었는데요. 이는 각 환자의 관찰 기간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월별 발작 횟수로 표준화하여 비교한 것이에요.
한 달 평균 발작 횟수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다음과 같아요:
- 위약군: 1.97번
- Lanadelumab 300mg Q2W: 0.26번
- Lanadelumab 300mg Q4W: 0.53번
- Lanadelumab 150mg Q4W: 0.48번
특히 lanadelumab 300mg을 2주마다 투여한 그룹(= 300mg Q2W 그룹)에서 발작 감소 효과가 가장 컸어요.
300mg Q2W 그룹의 mean rate ratio는 0.13이었어요. 여기서 mean rate ratio란, 위약군 대비 발작 발생 비율을 의미해요. 즉, mean rate ratio가 0.13이라는 것은 300mg Q2W 그룹의 발작 발생률이 위약군보다 약 87% 감소했음을 의미해요.
💡안전성 프로파일은 어땠나요?
Lanadelumab 투여군에서 가장 흔한 Treatment-Emergent Adverse Events(TEAEs)는 주사 부위 통증(42.9%), 바이러스성 상기도 감염(23.8%), 두통(20.2%), 주사 부위 발적(9.5%), 주사 부위 멍(7.1%), 어지럼증(6.0%)이었어요. Lanadelumab 투여군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TEAEs는 경증에서 중등도였고, 중대한 부작용이나 사망 사례는 없었어요.
여기서 TEAE는 약물 투여 후에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에 있던 증상이 악화된 모든 이상 반응을 의미해요. TEAE가 반드시 약물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는 없어요. 임상시험에서는 안전성을 포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약물과 인과관계가 없는 이상 반응까지 모두 포함하여 기록해요. 이후 분석 단계에서 약물과의 인과관계를 검토해 실제로 약물로 인한 이상 반응인지 여부를 구별하게 됩니다.
약물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 TEAE로는 주사 부위 통증(41.7%), 주사 부위 발적(9.5%), 주사 부위 멍(6.0%), 두통(7.1%) 등이 있었어요. 치료와 직접 관련된 심각한 이상 반응은 보고되지 않았어요.
전반적인 한국 희귀질환 시장 동향을 알고 싶다면?
오늘은 <희귀질환 특집> 2편으로, 유전성 혈관부종(HAE)과 HAE의 장기 예방요법 중 하나인 lanadelumab(상품명: 탁자이로)에 대해 알아봤어요.
마지막으로 한국 희귀질환 시장의 최신 동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티클을 소개해드리고자 해요. 희귀질환 분야 전문가이신 창덕님의 인사이트가 가득 담겨있어요. HAE 뿐만 아니라 hATTR(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 Gaucher Disease(고셔병) 같은 희귀질환의 한국 시장 현황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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