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장르 불문 조용필

언제쯤 언제적 조용필이 되실 건가요?

2023.05.09 | 조회 6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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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장아찌 주문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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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잠잠한 일상을 소란하게 보냈습니다. 그런 거 있잖아요. 한 일을 적자면 너무나 건조한데 심정을 적자면 너무도 길어지는, 일과를 적으라면 정갈하게 적을 수 있는데 감상을 적으라면 마음이 달아나기 전 다 적어내려고 글씨부터 흐트러지는 그런 일주일이었네요. 그중 어떤 순간의 배경음악은 조용필이 책임져 주었습니다. 멜론 차트에 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원로가수. 3개월간 이어지던 음악 모임에서도 적지 않은 존재감을 드러내던 음악가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늘은 조용필의 이야기로 편지를 담습니다.

뿅뿅 사운드가 내 마음에 되살아나네

머리를 잘랐기 때문일까요. 뭘 먼저 들어야 할까 망설이던 손가락이 <단발머리> 앞에 멈추어 섭니다. 언제 들어도 흥이 나는 단발머리의 전주가 이어집니다. 뿅뿅거리는 신시사이저 소리를 들으면 조이스틱이 달린 오락실 게임기가 떠올라요.

문제의 단발머리 
문제의 단발머리 

음반이 수록된 앨범커버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합니다. 제목을 <단발머리>라 붙인 것은 사실이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어보면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의 단발머리를 회고하는 게 분명한데... 이렇게 정직한 단발머리를 하고 앨범커버를 단장할 일인가. 웃음이 나오지만, 그 언젠가 조용필은 단발머리고 긴 머리고 땋은 머리고 할 것 없이 숱한 소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빠’였습니다. 오죽하면 조용필 히트곡 중 하나인 <비련>의 도입부 ‘기도하는-’의 다음 가사가 ‘꺄아-’라는 농담이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을까요. 문득 궁금해집니다. <오빠 부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엄청났던 조용필의 인기 요인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1세대 아이돌, 1세대 아티스트

출처 : 뉴스엔미디어
출처 : 뉴스엔미디어

요즘 아이돌들이 그렇듯 당시 소녀팬들도 외모에 열광했던 건가 싶어서 찾아봤는데요. 갑론을박이 있더라고요.

훤칠하거나 남자답지는 않아서 외모로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았냐, 노래를 워낙 잘 만들고 잘 불러서 인기를 끌었던 거라고 주장하는 분들이 한편에 계시고요. 또 다른 한편엔 아니다. 나는 얼굴 보고 반했다. 지금이야 나이가 들어서 그렇지 어린 시절엔 곱상했다. 오죽 괜찮았으면 유지인이랑 영화도 찍었겠느냐. 키는 작지만 분명 귀염 상이었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팽팽하게 줄을 당기고 있었습니다. 아이돌 팬덤마다 한 명씩 있다는 ‘씹덕상(주류로 잘생기지 않았으나 매력이 있어 팬덤을 모으는 멤버)’에 해당하셨던 것 같습니다. 왜 적으면 적을수록 불경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까요.

출처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출처 :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젊은 시절 귀여운 외모와 놀라운 음악 실력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조용필. 그러나 그가 오늘날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비결은 앞서 나온 요인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초록 창에 조용필을 검색하면 그에 대한 정보들을 모아둔 보급형 백과사전 페이지가 뜨는데요. 이중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건 장르예요. 대중음악에서 익숙한 장르부터 너무나 멀게 느껴지는 장르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갸우뚱한 장르와 장르의 조합 사이 빈칸에 ‘조용필’을 넣으면 음악적 실험가설이 성립되는 느낌마저 드네요. 이 기회에 저도 접해보지 못했던 조용필의 다른 음악들을 들어볼 수 있었는데요. 인상적이었던 록 오페라<태양의 눈>를 같이 듣고 싶습니다.

어쩐지 이 태양은 아주 오래전에 떴거나, 한참 뒤에 뜰 것 같네요.

스무 살의 바운스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던 십 년 전 어떤 날...

조용필은 모두의 조용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조용필의 음악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앞서 일어났던 강한 매력자 상(?) 논란을 통해 알 수 있듯, 우린 저마다의 이유로 그의 음악을 사랑하고 있을 텐데요. 제가 조용필을 사랑하는 이유를 적어보라면, 거기 제 스무 살이 있어 그렇습니다. 2013년 5월의 축제를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에이핑크의 노래가 있었고 10cm의 노래는 꼭 내 마음 같았지만, 누가 뭐래도 고막에 촘촘하게 때려 박히던 사운드는 바운스였습니다. 교내 방송국에서도 이따금 이 노래를 틀어서 교정 전체가 두근대고 들킬까 봐 겁나던 시절이었네요. 모든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지만 그 사실이 가장 사무쳤던 순간을 꼽으라면 20.9살이었어요. 지나는 시간이 못내 아쉽고 나보다 더 어린 사람이 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에 속이 쓰렸던 저와 삼천포에서 온 밀양박씨는 <굿바이 스무 살> 파티를 열 만큼 요란하게 스무 살과 작별했는데요. 우리의 스무 살을 장식하던 숱한 배경음악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향으로 남아 있는 노래가 바운스와 헬로우인 것 같아요. 을왕리로 떠난 학회 M.T에서 바운스를 열창하며 콘치즈를 만들던 08학번 선배(a.k.a이자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적다 보니 알겠습니다. 70년대 후반 데뷔한 조용필의 노래가 2013년에도 2023년에도 탁월한 배경음악이 되어준다는 점이, 그만큼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 위대한 탄생과 지속을 이끌었네요.

Feeling of you

20집으로 가는 여정이 이렇게 경쾌할 일인가

한 살 두 살 먹어보니, 알겠어요. 벌써 알겠으니 더 나이가 들면 얼마나 더 알게 될까요. 두렵습니다. 두려움에 알게 된 사실이 그래서 뭐냐고요? 나이가 들어도 세련되었다는 게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인지를요. 어쩌면 먹어도 살 안 찌는 것보다 어려운 일 같고요. 매번 등장할 때마다 그 어려운 걸 해내는 조용필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노래는 그를 대단하게 보는 사람들을 향해 조용필이 보내는 메시지 같았어요. 70대의 나이에 끝없이 펼쳐진 미래로, 어둠을 이겨낸 새벽으로 비를 밀어낸 하늘 위로 가자는 이 아티스트. 조용필 당신은 대체 언제쯤 언제적 조용필이 되실 예정인가요? 서른 살 장아지의 플레이리스트도 당신의 빚을 집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오늘의 편지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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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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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옥

    0
    about 1 year 전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면서 그 분야의 최정상을 지키는 것도 정말... 대단한 재능과 복과 노력이 합쳐진 결과겠죠? 한 번 사는 인생 조용필처럼 살면 좋을텐데 저는 다음 생을 기약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조용필이 씹덕상이라니 ㅋㅋㅋㅋㅋ 공감도 되고 불경한 말인 것 같아 찔리는 것도 너무 공감돼요..

    ㄴ 답글 (1)
  • 웃음

    0
    12 months 전

    조용필님 글보고 반가워서 낭만 장아찌 주문까지 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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