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26. Shift 키를 눌러 보아요~

일의 뒷면을 볼 수 있다면...

2023.10.27 | 조회 2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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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네요. 일년 중 산책하기 좋은 며칠 안 되는 귀한 요즘이니 이번 주말만큼은 꼭 가을 채집 나서길 바랄게요~!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전할까 고민하다 아무래도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을 옮겨봤습니다.

그룹 이짜나언짜나의 노래 <내리면 타>는 제목만큼이나 강렬한 가사가 인상적이다. “이번 역은 매우 혼잡하오니 승객이 다 내리신 후에 승차하시기 바랍니다. 내리면 타 제발 내리면 타.” 일상의 불편한 마음을 대신해서 외쳐주는 효자손 같은 노래다. 요즘 회사 밖에서 누군가의 일을 관찰하게 되는데 머릿속에서 왕왕 <내리면 타>가 자동 재생된다.

행사 시작 시간이 티켓 구매 시 공지했던 시간과 1시간이나 다를 때, 행사 오픈 10분 전에서야 매표 안내 화살표를 붙이는 운영진을 볼 때, 일시와 장소 어느 것도 하나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 콘텐츠마다 통일되지 않고 행사명을 다르게 표기 했을 때, 문제의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상황이 자주 반복되는 강사를 마주할 때. 지하철은 내리면 타야 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 전혀 당연하게 흘러가지 않을 때 노래는 재생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일을 하지?’라는 커다란 물음표와 함께.

앞서 열거한 상황은 때때로 누군가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불만을 갖는 것이 당연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왜 조금만 신경 쓰면 일어나지 않을 불편을 왜 만드는가? 왜 이런 작은 일도 제대로 못하는가?에 더 화가 난다. 그런 내게 짝꿍이 말한다.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또 일에 감정을 실을 필요는 없다고. 그랬다. 난 직장에서는 벗어 났지만 아직 일과의 감정 분리는 덜 되었다. 일을 일 자체로 보는 게 아니라 자아의 연장으로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사소하다 생각되는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타인, 나를 보면 자주 화가 난다.

2년 전 퇴사를 앞두고 동료에게 편지를 받았다. 많은 문장들 속 기억에 남는 건 함께 일하던 과거의 우리를 생각해 보면 꼭 그렇게 까지 해야 했었나 싶고. 또 그렇게 밖에 할 수는 없었을까?’ 라는 물음이었다. 과거의 나는 경주마처럼 위에서 설정해 준 목표만 좇으며 그저 달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이 망하는 것도 아닌데, 실수를 하거나 설정된 목표를 달성 못하면 내 존재가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담당했던 프로젝트 일정이 경영진에 의해 틀어져 호들갑을 떨 때, 타 부서의 누군가는 말했다. “근데 그거 누가 그렇게 신경 쓰나요?” 그때는 무신경했던 상대의 말에 치가 떨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차가워질 수 있었다. 사실 일은 순간순간 변하기 마련이고, 그 순간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인데, 일이 변하게 되는 상황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마음만 쓰고 머리는 못 써서 일 할 마음이 다 불타버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ㅎㅎ)

요즘은 3D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공간지각력이 부족한 내겐 마냥 신기한 경험이다. 사각형에 높이 값을 줘 직육면체를 만들고 원을 반만 회전 시켜 구체를 만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3D 프로그램의 묘미는 도형을 그리고 나서 shift+마우스 우클릭으로 도형의 좌우, 위아래 심지어 뒷면까지도 뒤집어 보는 것. 그렇게 도형을 한바퀴 굴리고 나야 비로소 종이 위 도형이 온전히 이해된다. 일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본 단면에 그치지 않고 shift키만 눌러 움직이면 앞뒤 좌우, 그 배후 또 전체에서의 좌표값까지 볼 수 있게 말이다. 그렇다면 앞만 보며 달리던 과거의 나를 다독이고, 화내기만 했던 누군가의 실수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이해 가지 않던 도면이 3D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듯 일의 방향도 뚜렷해질 수 있다면...
이해 가지 않던 도면이 3D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듯 일의 방향도 뚜렷해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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