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51. [은둔자]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서 씁니다

루틴이라기엔 형편 없지만 마음을 다하고 있습니다

2024.06.21 | 조회 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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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은둔자입니다. 부유하는 유부 님에 이어 저도 구독자 님의 질문에 답을 써 보았습니다. 유부님이 루틴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저는 ‘시간’에 대해 말해 보고 싶었어요. editorwisdom 님이 저희 세 사람 모두에게 공통 질문을 보내 주셔서 기왕이면 다양한 관점의 답장을 받으셨으면 했거든요. 다른 구독자 님들도 언제든 궁금하거나 공유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전해주세요. 저희가 함께 마음을 나눌게요.
editorwisdom 구독자 님의 질문입니다. 응원도 너무 감사해요!
editorwisdom 구독자 님의 질문입니다. 응원도 너무 감사해요!

최애 덕질을 위해 커뮤니티를 둘러 보다가 문득 엉뚱한 질문처럼 보이는 글에서 손이 멈췄다. 언제부터 출근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보기를 보기 전까지는 당연히 회사 도착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질문의 선지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출근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그걸 보고 나니 나 역시 출발부터 이미 출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회사까지 편도만으로도 드라마 한편 정도는 뚝딱일 정도의 먼 거리에 살다 보니 길에서 보내는 시간까지도 출근으로 쳐 주지 않으면 약간 억울한(?) 기분이 들 것도 같았다.

누가 그리 멀리 살라고 했느냐고 하면 할 말이야 없지만 어쨌건 나는 출근을 위해 꽤 긴 시간을 소요한다. 출근 준비부터 통근 시간 내내 내 마음은 출근중이다. 노동법에 해당하는 출근의 개념이 존재하기야 하겠지만, 나는 그 선지를 발견한 순간부터, 내 마음대로 출근에 마음을 쓰는 모든 시간을 출근 시간으로 치기로 했다. 단순히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내 에너지를 쓰고 있으니까.

뉴스레터를 쓰는 데 얼마 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느냐는 구독자 님의 질문을 들었을 때, 나는 과연 언제부터 언제까지를 소요 시간이라고 답해야 할까 고민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번에 써내는 편이라 사실 실질적인 소요 시간은 길어야 2시간 정도일 것 같다. 문제는 그 ‘시작’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데 이것저것 소재와 도입부를 고민하는 것까지 계산하면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이 전혀 쉬워지지 않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레터 쓰는 시간을 출근 시간의 개념처럼 정리하기로 했다. 글을 쓰기 위해 내 에너지를 쓰는 모든 시간이 레터를 쓰는 시간인 것이다.

처음 레터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비상용 글을 몇 편 미리 써 두기도 했었다. 그런데 막상 그 글을 발행하려고 하면 나의 생각이나 상황이 바뀌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뭔가 읽어 주는 사람에게 날 것의 내 생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대단히 훌륭한 글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지금 나의 생각을 현재성 있게 들려 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사실 미리 써둔 글은 하나도 발행하지 못했고, 결국 그 자리에서 바로 다시 쓴 글을 발행하곤 했다.

요즘은 미리 쓰려고 하지 않는다. 보통 내 차례가 되는 주의 직전 주말쯤부터 어떤 이야기를 쓸까 고민한다. 보통 3~4가지 주제를 정해 보는데 글의 분량을 맞출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2가지 정도의 이야기로 추려진다. 그 중에 현재 재직중인 관계로 걸러 내야 할 이야기가 있으면 빼고 확실한 방향을 정한 1가지 주제를 꼽는다.

그러고 나면 월요일 부터는 내내 틈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서 이야기를 썼다 지웠다 한다. 좋은 말만 쓰려고 거르는 게 아니라 내 감정을 솔직하게 쓰려고 고민한다. 너무 포장하는 느낌의 표현은 지양하려고 한다.(그럼에도 여전히 어떤 면은 둥글려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금방 수요일이다. 우리의 레터가 금요일 발행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수요일에 예약 발행을 한다. 혹시나 공지사항 등 무언가를 추가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만약에 대비해 목요일은 비워 둔다. 별 탈이 없다면 예약해둔 레터가 금요일에 발행된다.

구독자님의 질문을 받고 생각해 보니 1년이란 시간 동안 레터를 발행했는데도 여전히 한 편의 글을 쓰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다. 나의 글쓰기 실력이 하나도 늘지 않은 것 같다는 자괴감이 제일 먼저 들었다. 직접 쓰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글을 만지는 일로 먹고 사는데 겨우 짧은 레터 한 편 발행하는 데 이렇게 많은 시간이 들다니. 게다가 이번 순서처럼 회사에서 출간하는 책 마감과 레터 순서가 겹치는 경우에는 정말 ‘나는 정말 왜 이모양이냐’를 육성으로 달고 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레터를 쓰는 건 내가 그 괴로운 시간을 약간(?) 즐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게 뭔 변태같은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에서 하는 많은 일들은 협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친다. 그 말은 온전하게 내 마음대로 진행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레터는 다르다. 고민을 오래 한다는 것이 좀 괴로울지언정 결과물은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물론 그래서 그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는 것이지만 최근의 나는 주체성 있게 무언가를 끝마치는 경험이 너무 필요했다. 레터를 발행한 덕분에 그러한 욕구를 채울 수 있었고 무너지지 않는 마음으로 계속 회사 일을 견딜 수 있었다.

아마 시간이 지나고 머리가 굵어질(?)수록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자 하는 욕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남의 돈으로 나 하고 싶은 것만 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레터는 내게 압력밥솥의 증기추 같은 존재다. 압력이 모여서 터지기 전에 적게나마 살살 빼내 주는 것.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해 주는 두 명의 에디터와 구독자들께 그저 감사하다.

사실 유튜브 채널 등을 보면서 구독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 으레 하는 말이거나 인삿말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누군가 읽어 주는 것만으로도 계속 글을 쓰는 동기가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내가 미치지(?) 않고 계속해서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애정, 호기심, 다정함 같은 마음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삶에서 직접 느끼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다.

부디 이 글을 읽고 있는 구독자 분들께도 나의 감사함이 모두 행운이 되어 날아가기를 진심으로 빈다. 그리고 이 글이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마음대로 해 내는 경험을 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 코너 속 코너> 덕질은 어떻게 세상을 이롭게 하는가? 

요즘같이 날이 더워지면 인간 얼음처럼 녹아내리는 저는 정말이지 출근이 너무 하기 싫어집니다. (덥지 않은 날에도, 추운 날에도 출근이란 하기 싫은 것이지만 제가 유독 더위를 못 견디기 때문에 여름은 정말 너무 괴롭습니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집에 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이번주는 로또를 꼭 사야지(그래놓고 한 번도 사 보지 않음), 어디서 출처가 깨끗한 돈벼락 같은 거 안 떨어질까? 회사가 우리 집 앞으로 이사왔으면 좋겠다 등등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면서 출근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저를 먹여 살리는 일은 소중하니까요. 어떻게든 출근을 하고는 있습니다. 그런 출근의 괴로움을 잊기 위해 찾아 듣는 출근송이 있어요. 꽂히는 노래가 있으면 그 노래만 반복해서 듣는 제 성향 탓에 요즘은 제 최애의 노래인 ‘Savior’를 듣고 있습니다. 제목도 어쩌자고, 구원자예요.

제가 종종 다음 티켓팅을 위해 열심히 돈 벌어야 한다고 말하곤 하죠? 사실 솔직한 마음은 저 먹고 살자고 돈을 버는 것이지요. 잘 먹고 잘 사는 것까진 못해도 남에게 부담이 되는 사람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그런 의무감으로 가득찬 출근길이 즐거울 리가요. 그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잠시나마 위안이 됩니다. 내 모든 걸 버리고 날 잃어도 좋을 만큼 누군가를 헌신적으로 사랑한다는 내용의 가사에 세상 청량한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절로 기분이 좋아져요. 어서 빨리 공연에 가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요.

평소 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는 음악의 힘에 사실은 매일 의지하고 있는 셈이지요. 그러고 보니 구독자 님들의 출근송도 궁금해지네요. 제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해 주고 싶은 출근송이 있다면 언제든 공유해 주세요.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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